연 7조원 지원 ‘한국형 히든챔피언’ 실적, 코스닥 평균에 못 미쳐
“중소∙중견기업 육성 사업 성과 관리 꾸준히 이뤄져야”
히든챔피언으로 금융위기 거뜬히 이겨낸 독일 사례에서 배울 점은

[K글로벌타임스] 양극화 현상 해소,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한 최적의 방안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중소∙중견기업 육성정책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중소∙중견기업 육성 사업의 성과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연 7조 원을 지원하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실적이 코스닥 평균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기업의 성장 사다리로 꼽히는 대표 정책인 만큼 꾸준한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히든챔피언이란

그림=한국수출입은행
그림=한국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hidden champion)’이라는 용어는 독일의 경영학자이자 영국의 런던 비즈니스 스쿨 교수인 헤르만 지몬이 정의했다. 통상 글로벌 시장에서 톱3 안에 들면서 매출이 40억 달러 이하이고,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의미한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사업은 기술력과 성장잠재력이 높은 중소·중견기업을 발굴해 ‘제품개발-생산-해외판매’까지 글로벌화(globalization) 전(全) 단계에 필요한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일괄 지원하는 제도다.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을 통해 선진경제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는 한국수출입은행의 핵심전략 사업이다.

매출액 400억 원 이상 1조원 미만, 수출액 20억 원 이상인 수출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하며,소프트웨어(SW) 개발·공급 기업은 매출액 100억 원 이상 1조 원 미만인 기업이 해당된다.

세계일류상품인증, 신기술 인증, 특허 등 기술력이 높은 기업을 선정하고 있으며, 우대지원산업에 속하거나 상생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등 당행의 전략과제에 부합하는 기업을 우선 선정하고 있다. 선정된 기업에는 수립된 마스터플랜에 따라 맞춤형 금융ㆍ비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비금융서비스로는 KOTRA 등 외부전문기관과 협업시스템을 구축해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히든챔피언 기업에게는 7조 원이 넘는 금융지원이 제공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의원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39개 유망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선정했으며, 이들에게 평균 약 7조 4천억 원의 금융지원이 제공됐다.

그러나 지난해 히든챔피언 사업에 선정된 250개 유망기업의 매출 증가율은 13.6%에 그쳤다. 이는 코스닥 상장기업 평균인 15.8% 보다 2.2%p 낮은 수치다.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코스닥 기업 전체 평균은 6.8%인 반면, 히든챔피언 기업 평균 영업이익률은 5.5%에 불과했다.

2020년에는 히든챔피언 육성기업의 매출 증가율이 마이너스(-)인 2.1%를 기록하기도 했다. 같은 해 코스닥 기업들의 매출은 평균 4.41% 성장했다.

홍성국 의원은 “수출기업이 산업의 전환을 따라가지 못하면 성장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히든챔피언 사업은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우리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성장 사다리를 놓는 주요 정책사업 중 하나라는 점에서 꾸준한 성과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히든챔피언 기업의 저조한 성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비금융 지원이 중단된 것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환위험 설명회 및 컨설팅 지원은 2017년 49건에서 8건(2018년), 4건(2019년)으로 줄어 2020년부터 2022년 9월 말까지 한 건도 제공되지 않았다. 해외수입자 신용조사 및 현지국 정보제공 서비스 역시 2년간 중단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환위험 설명회 및 컨설팅은 오는 11월과 12월 2회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이미 수개월째 환율 변동성 리스크에 노출된 수출기업들에게 꼭 필요했던 지원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충분히 예상 가능한 리스크는 대응이 아닌 대비할 수 있도록 선제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독일의 히든챔피언 육성 전략

전 세계에서 히든챔피언을 가장 많이 보유 중인 국가인 독일의 사례를 발판삼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몬 교수에 따르면, 독일이 2002~2008년 7년간 세계 수출 1위를 차지한 비결은 1천 개 이상의 히든챔피언으로 꼽힌다.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독일 전체 수출의 26.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히든챔피언을 기반으로 안정적 경제성장을 이룬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독일의 히든챔피언 성장 요인은 네 가지로 꼽힌다. 우선, 독일의 탄탄한 산업생태계와 기업구조를 들 수 있다. 독일 중소기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전체 기업의 99.7%에 해당하며 매출액은 전체의 39.1%를 차지하고 있다. 고용창출 역시 전체의 60.8%가 넘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0.8%의 대기업이 약 65%의 매출액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히든챔피언 성장 요인 두 번째는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경영 전략이다. 대부분의 독일 히든챔피언들은 고유한 사업 분야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경영철학하에 운영되고 있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풍토를 가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풍토를 가지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세 번째는 사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기업 풍토다. 많은 히든챔피언 기업들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으며, 40~50대 직원들에게 인생 2막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초고령화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가 눈여겨봐야 할 점이다.

마지막으로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꾀하는 전략이다. 독일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협력업체들을 상생의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견고한 신뢰를 바탕으로 장기간 안정적인 거래를 유지하며 동반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한 수출입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육성해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경제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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