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세계 히든챔피언 중 48%를 차지하는 국가
독일만의 직업훈련제도, 히든챔피언의 경쟁력 높여주는 원동력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강소기업을 말하는 용어다. 세계시장에서 1~3위 이내 제품을 가지고 있고 매출이 50억 유로(6조 5630억원) 이하이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을 히든챔피언으로 정의하고 있다. 히든챔피언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가운데에서 중간다리 역할을 함과 동시에, 더 나아가 독자적인 기술력을 통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근간이 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히든챔피언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이 활발하지만 국내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K글로벌타임스는 히든챔피언의 국가로 불리는 독일을 시작으로 해외 성장전략을 짚어보고자 한다.

 

<히든챔피언 성장 정책 파헤치기-해외> 시리즈

독일 베를린 의회의 모습.[사진=픽사베이]
독일 베를린 의회의 모습.[사진=픽사베이]

[K글로벌타임스] 독일은 히든챔피언의 국가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히든챔피언을 보유하고 있다. 독일의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은 독일에 히든챔피언이 많은 이유에 대해 글로벌화, 혁신, 디지털화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 세계 히든챔피언 중 48% '독일 기업' 

2021년 기준 전 세계 국가별 히든챔피언 기업 현황.[자료=지몬-쿠처&amp;파트너]
2021년 기준 전 세계 국가별 히든챔피언 기업 현황.[자료=지몬-쿠처&파트너]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엔 총 2734개의 히든챔피언이 있으며, 이 중 47.8%에 해당하는 1307개 기업이 독일이다. 반면 한국은 23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꾸준히 히든챔피언 성장 정책을 펼쳤고, 이를 바탕으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히든 챔피언의 활약은 독일이 세계 4~5위 경제 대국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으로 평가받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독일은 히든챔피언 기업 육성을 위한 체계적인 직업훈련과 경제상황에 맞는 산업정책을 유연하게 활용하며 성공적인 히든챔피언 육성 모델을 만들어냈다.

◇ 히든챔피언 양성의 기초 '직업훈련'

독일의 연방직업교육훈련소 'BiBB'의 전경.[사진=BiBB]
독일의 연방직업교육훈련소 'BiBB'의 전경.[사진=BiBB]

독일은 히든챔피언을 양성하기 위한 국가적인 교육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독일의 연방직업교육훈련연구소(BiBB)가 진행하는 직업훈련제도는 꾸준히 히든챔피언을 배출하는 기초적인 틀로 손꼽힌다.
독일 직업훈련제도의 가장 큰 특징과 강점으로 꼽히는 부분은 교육훈련 이후 높은 취업연계율이다. 독일의 직업교육훈련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지며, 양질의 인력양성에 집중한다. 또한 직업훈련을 마친 인력 8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을 하게되는 구조다.

양질의 교육과정을 이수한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인력이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기업의 입장에서도 경쟁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 직업훈련제도는 결과적으로 많은 히든챔피언을 양성하는 근간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나서서 모든 역할을 담당하고 책임지는 것 만은 아니다. 기업과 훈련을 참여하는 노동자들의 역할이 적절히 분배되면서 최대한 현장에서 필요한 인재 양성을 위한 '판'을 깔아주는 것이다. 정부는 직업훈련제도를 감시·관리하는 행정적 역할만 담당하면서 훈련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노동자와 이들을 현장에서 훈련시키는 기업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직업훈련의 대부분이 기업의 산업현장에서 이루어지며, 훈련생은 기업의 보수를 받으며 일을 하기 때문에 직업훈련의 내용은 기업의 요구가 많이 반영되게끔 하는 것이다.

독일 직업훈련제도는 이를 통해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고숙련 기술자들을 양성하고 있다. 노동자들에게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높이고 기업은 고숙련 노동자들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독일의 수많은 히든챔피언이 성장했으며, 미래의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직업훈련제도를 통해 독일은 히든챔피언 양성을 위한 경쟁력 강화, 청년실업률 저하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실제 독일은 OECD 국가 평균 청년실업률 10%에 한참 낮은 6% 대를 기록할 정도로 매우 낮은 편에 속한다.


◇ 4차 산업혁명에 대하는 독일의 자세

독일의 대표적 히든챔피언 기업 Enercon.[사진=Enercon]
독일의 대표적 히든챔피언 기업 Enercon.[사진=Enercon]

독일은 히든챔피언 성장을 위한 전방위적인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을 이어온 독일, 지난 2013년부터 ‘인더스트리 4.0’(industrie 4.0)으로 불리는 새로운 산업정책을 바탕으로 경쟁력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독일 히든챔피언의 강점은 전통적인 제조업에 기업만의 독보적인 기술력을 결합시켜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

독일은 세계의 산업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발달로 패러다임이 변화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고 있다. 인더스트리 4.0이라는 광범위한 로드맵을 통해 독일이 가진 제조업 경쟁력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높은 수준에 이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더스트리 4.0은 단기적 프로젝트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인 로드맵 수정을 이어가고 있다. 세계 산업의 패러다임이 언제 어떤식으로 변화할 지 예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일은 기술력에 집중한 인더스트리 4.0 외에 ‘노동 4.0’, ‘교육 4.0’, ‘복지국가 4.0’ 등과 같은 전분야에 걸친 변화를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숙련된 노동자들 육성 뿐 만 아니라 다양한 복지와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으로 개선해 나가면서 전세계적인 히든챔피언 양성을 위한 선진형 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업계 한 관계자는 "독일의 중소기업은 사업을 확장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 아닌 한 분야를 파고들어 기업만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추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중소기업들의 접근방식이 경쟁력있는 히든챔피언이 양성되는 근간이며, 독일의 히든챔피언 육성정책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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