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3.5조 패션 플랫폼 중 독보적 가치 인정
국내외 유일한 비즈니스 모델 갖춰...내년 하반기 IPO 진행

[K글로벌타임스] K패션이 해외 시장에서 '신명품'으로 불리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전세계적으로 큰 이기를 끌면서 최근 국내 패션 스타트업 브랜드에 대한 해외 유통 채널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섬, 코오롱인더스트리FnC 등 대기업부터 우영미 등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해외 진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과거 중국 매출이 절대적이었다면 이제는 미국과 유럽, 대만, 중동까지 한 국가에 국한되지 않고 전반적으로 입점 제안이나 대량 수주를 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리테일에서 주목하고 있는 K패션 스타트업을 만나봤다.

무신사가 국내 패션 플랫폼 중 단일 해외 투자 유치에서 역대 최대 규모를 유치해 눈길을 끌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도 무신사 앞에서만큼은 고개를 숙이고 입점을 요청하는 등 내수 패션 시장 판도를 뒤흔든 이 회사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어 주목된다.

무신사는 최근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RR)와 웰링턴 매니지먼트로부터 20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누적 투자액만 4300억원으로 국내 패션 플랫폼 중에서는 유일무이한 규모를 자랑한다.

이로써 무신사가 인정받고 있는 몸값만 3조5000억원, 지난해 2조원 이상으로 책정된 기업 가치가 1년만에 1조원 이상 커진 것이다. 왜 이렇게 투자자들도, 리테일러들도, 소비자들도 무신사에 열광하는 것일까.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무신사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무신사]
일본 도쿄에서 진행한 무신사 팝업스토어 현장 [사진=무신사]

무신사는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 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작했다. 이 플랫폼의 창립자인 조만호 의장이 방 한칸 남짓한 곳에서 신발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비대면으로 소통하며 회원수를 모으더니, 어느덧 패션피플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지금의 패션 유니콘 기업으로 거듭났다.

일부 사람들은 무신사가 갑자기 나타난 스타트업으로 급격하게 성장한 곳 아니냐며 물음표를 던진다. 하지만 무신사가 탄생한지는 이미 20년이 넘었다. 법인 설립은 2012년에 이뤄졌다.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무신사에서 운영하는 스트리트 매거진에 사진 한번 찍히는 것이 소원인 만큼 마니아층 사이에서 무신사는 존재감이 확실했다.

무신사는 다양한 신발을 온라인 몰에서 취급하더니 이와 어울리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를 하나, 둘 입점시키며 종합 패션 쇼핑몰로 거듭났다. 10대와 20대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론칭 직후 기하급수적으로 회원수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무신사는 커뮤니티를 시작으로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해 지금의 규모까지 키울 수 있었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진출, 현재는 국내에서 해외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 등 잡음 속 조만호 의장 사임

승승장구하던 무신사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패션 커뮤니티 커머스로 성장하면서 매출을 단숨에 끌어올렸고, 이 수익을 기반으로 여성 전용 패션 플랫폼, 리셀 커머스 플랫폼 등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끊임없이 추가했다.

하지만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보니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무신사가 선보인 리셀 커머스 플랫폼에서 가품 논란이 발생한 것이다. 지난 2021년 당시 한 소비자가 무신사부티크에서 미국 스트리트 브랜드 '피어 오브 갓'의 에센셜 티셔츠를 구매하고, 네이버 리셀 플랫폼인 '크림'에서 재판매를 했는데, 이 과정에서 가품 판정을 받았다.

무신사는 즉시 피어 오브 갓 본사에 해당 브랜드 티셔츠 6개에 대한 정품 감정을 의뢰했는데, 결국 가품 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지난 해 두 차례 가품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소비자들은 믿고 사던 플랫폼에서 가짜 상품이 나왔다며 기존에 구매한 제품들도 환불해달라는 요청을 보내기 시작했다.

잘못에 대해 무신사는 즉각 사과문을 올렸고, 현재까지도 반복된 가품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병행수입 관리 등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병행수입 업체를 대상으로 정품 인증 절차를 추가하거나, 자체 사후 검수 과정을 강화하는 등 발빠른 조치를 취했다.

이 외에도 무신사는 성차별 이벤트 논란,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 등 다양한 이벤트 논란을 겪었고, 이에 창업자 조만호 의장이 사임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조 의장은 "쿠폰 발행 논란 등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송구한 마음"이라며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며,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온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라고 밝혔다.

새 선장 한문호 대표 취임 후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사진=무신사]
[사진=무신사]

그렇게 무신사는 한문호라는 새 선장을 맞이하면서 위기를 뛰어넘어 현재 해외 패션 플랫폼 시장까지 바라볼 수 있는 덩치를 키웠다.

최근 대규모 투자 유치에 대해 한 대표는 "무신사의 빠른 의사결졍 구조와 젊고 역동적인 조직 문화, 빠른 결정력이 투자자들에게 우선 어필이 된 것"이라며 "다른 기업의 성장 공식과는 달리 '무신사스러운' 비즈니스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지난 2018년 무신사 신사업팀장으로 합류하고 이듬해 성장전략본부장을 맡아 투자와 인수합병 등 무신사 성장을 이끈 핵심 인물이다. 지난 2021년 7월 공동대표 선임 후 지난해 3월부터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 중이다.

그는 무신사 테라스, 무신사 스튜디오 등 신규 사업을 연달아 성공시키며 패션 플랫폼 이상으로 무신사의 가치를 만들었다. 한정판 리셀 거래 플랫폼 솔드아웃 역시 한 대표가 주도한 사업이다. 초창기 신사업 소속이었으나 지난 2021년 자회사 에스엘디티(SLDT)로 분사했다.

아울러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커머스 스타일쉐어와 라이프스타일 편집숍 29CM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한 대표가 주축이 되어 움직였는데, 지난 12월 두 업체는 무신사에 흡수합병됐다.  

일본 등 해외 진출 가속화...내년 하반기 기업공개(IPO) 염두

현재 무신사는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조직 구성 및 투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무신사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일본 시장을 향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 2021년 일본 법인인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면서 현지 공략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대표는 직접 일본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현지에 걸맞는 콘셉트의 마케팅 전략과 상품기획(MD) 등을 직접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무신사가 해외 진출과 이번 투자건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IPO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연내 주관사를 선정하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노린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무신사는 티몬과 SSG닷컴 재무관리를 담당한 최영준 상무를 영입하고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임명했다.

아울러 한 대표는 "해외 시장으로 진출 기조를 본격적으로 이어가면서 국내외에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 패션 버티컬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K글로벌타임스 김유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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