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ASEAN(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동남아시아국가엽합)에 대한 뚜렷한 FDI(외국인직접투자) 증가세가 관측되고 있다. 영국 Financial Times 계열 FDI(외국인직접투자) 전문 조사기관인 ‘fDi Markets’은 코로나19 이후 ASEAN 지역에 대한 그린필드 FDI가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fDi Markets’ 자체 통계를 활용한 단편적인 보고서이나, UNCTAD가 WIR(World Investment Report) 등 주요 보고서에서 ‘fDi Markets’의 그린필드 투자 통계를 주로 인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최근 글로벌 FDI의 또 다른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이를 소개한다.

 

ASEAN 지역, 제조업 FDI 증가세 관측

fDi Markets에 따르면 ASEAN은 코로나19 이후 다국적 기업의 주요 투자 목적지가 되었으며, 글로벌 패권 경쟁 시대에 중요성이 재평가되고 있다고 한다. 인구 6.6억명의 10개 국가로 구성된 ASEAN 지역이 팬데믹 이후 중국에 집중된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한, ‘CHINA+1’ 전략의 최고 수혜지역이라는 것이다. fDi Markets 데이터 기준, 2022년과 2023ASEAN 지역의 신규 FDI 제조 프로젝트에 약 1,260억불 이상이 발표되었다. 이들 투자는 팬데믹 이전이라면 중국을 향했을 가능성이 큰 프로젝트라고 한다.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ASEAN 5개국 쏠림 현상 심화

ASEAN 10개 회원국 전체에 FDI가 균등하게 확대된 것은 아니다. ASEAN 5대 경제국인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2022년~2023년간 이 지역에 약속된 제조업 FDI의 96.5% 비중(약 1,214억불)을 점유했다. 반면에 필리핀은 같은 기간 26억불 투자유치에 머물렀으며, 나머지 4개 ASEAN 회원국(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브루나이)은 약 20억불 이하 수준에 그쳤다.

ASEAN 지역은 매우 차별화되어 있으며, 싱가포르 이외의 아세안 투자를 위한 주요 경쟁국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이다. 필리핀은 2023년 4월까지 통신 등의 분야에서 외국인 지분을 40%로 제한하는 등 외국인 투자를 제한해왔다. fDi Markets은 필리핀이 FDI 유치를 산업 발전 전략으로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는 것 같다고 지역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분석했다.

 

ASEAN, OECD發 FDI 중국 추월

fDi Markets 데이터에 의하면 ASEAN 지역은 최근 OECD 국가 투자자들의 제조업 투자유치에서 중국을 추월한 것으로 보인다. OECD 국가에 본사가 소재한 기업들은 2022년~2023년 ASEAN 지역에 공장 건설을 위한 556억불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는데, 이는 동기 중국에서 발표된 210억불의 두 배 이상 수준이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에만 이들 OECD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국이 ASEAN(203억불)의 두 배가 넘는 568억불의 제조업 투자를 유치한 것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ASEAN 지역을 활용한 공급망 재구축(다양화)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본격화된 미·중 무역전쟁 이후 급증한 對美관세 회피 목적으로 다국적 기업에 의해 주도되었다. 이러한 추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다국적 기업이 중국 생산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어려워지며, 더욱 가속화되었다. 최근 5년간 ASEAN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공급망의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중국의 자발적 ASEAN 진출

ASEAN에 대한 투자를 확대한 것은, 서구 다국적 기업들뿐만이 아니다. 2023년 ASEAN 지역에서 발생한 제조업 FDI 774.9억불 가운데 34%인 263.5억불은 중국 기업에 의해 추진되었다. 이는 팬데믹 이전인 지난 2019년 중국이 ASEAN 지역에서 단행한 FDI 44.1억불 대비 금액 기준 약 6배, 비중 기준으로도 15.4%p 증가한 수준이다.

중국이 ASEAN 정부와 강력한 외교 관계를 맺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프랑스 투자은행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투자가 ‘중국이 거대한 뒷마당을 만들려는 노력’이라고 평가했다.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사진=fDi Markets, Asean overtakes China for manufacturing FDI (24-APR-‘24)]

중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전략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ASEAN 지역에 다양한 대형 FDI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베트남에는 렌즈 제조업체인 Sunny Optical Technology와 전자제품 전문업체인 Goertek 등의 중국 기업이 공장을 건설했다. 말레이시아는 선전 HFC와 같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상당한 규모의 반도체 투자를 유치했다. 태국은 중국 전기차(EV) 제조사인 SAIC와 BYD를 유치했다. 인도네시아는 알루미늄, 니켈 등의 금속 및 전기차 공급망 관련 중국 투자 확대의 주요 수혜자가 되었다.

 

지정학적 긴장 고조 속, 정치적 요인에 의해 주도되는 ASEAN FDI

fDi Markets은 ASEAN에 대한 FDI는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과 전기차, 반도체 및 주요 광물과 같은 전략 산업 분야의 각종 규제 속에서 각국 정부에 의해 정치적으로 주도되는 경향이 있다고, UN 전문가의 인터뷰를 인용·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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