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민경기 경제학 박사 / (사)외국인직접투자연구센터 동향분석실장

[K글로벌타임스] 글로벌 경제의 분절화와 GVC(글로벌 가치 사슬) 다각화로 요약될 수 있는 최근의 환경변화 속, 그동안 GVC 진입 및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사다리 임무를 수행해 온 FDI(외국인직접투자)의 전통적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FDI 역할 변화 추이와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UNCTAD의 최근 보고서(Global economic fracturing and shifting investment patterns)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전통적 FDI 역할] GVC 진입문·산업구조 고도화의 사다리

FDI는 전통적으로 개도국 GVC 결합을 위한 진입문과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사다리 역할을 수행해왔다. FDI 유치를 통해 개도국은 다국적기업의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일부에 편입될 수 있었다. 많은 개도국에 GVC 참여 확대는 경제 발전 전략의 중추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GVC 참여가 곧 제품 생산, 수출 및 서비스 시장 진출 경로였다.

수출을 위한 생산은 직접적으로 개도국 경제의 일자리 창출, 소득 창출, GDP 증가 및 세수(稅收) 확대 등에 기여했다. 장기적으로 GVC 참여에 따른 FDI와 무역 간 시너지 효과는 개도국 산업구조의 고도화 및 부가가치 확대 기회를 제공했다.

GVC에 결합된 개도국은 GVC 발달 경로에 따라 점진적으로 참여 폭을 확대하고, 보다 높은 부가가치 활동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GVC 발달 경로는 '상품 가공 및 저부가가치 제조 단계', '고부가가치 제조 및 서비스 제공 단계', '지식 기반 서비스 제공 단계'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개도국은 이러한 GVC 발달 경로에 따라 GVC의 제한된 참여부터 중간 투입물 생산자로서의 완전한 참여 단계로 발전해 나갈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저부가가치 GVC 업무에서 고부가가치 활동으로 자국의 산업 위상을 강화해 나갈 수 있었다.

개도국의 GVC 참여 및 발달 단계별 성장이 필요한 시점마다 FDI는 다양한 유형으로 지원해 왔다. GVC 진입 초장기에는 '자원 추구型 FDI'로, 상품 제조 단계에는 '생산효율성 추구型 FDI' 그리고 지식 기반 서비스 단계에는 '전략적 자산 추구型 FDI' 등으로 개도국 산업고도화 단계에 따라 효율적으로 지원을 해왔다.

 

[FDI 역할 변화] 좁아지고, 약해진 GVC 사다리

지난 2000년대初 그린필드 FDI 프로젝트는 GVC 발달 경로의 초기·중기 단계(5+16+26=47)와 상위 단계(53)에 균등하게 분포되어 있었다, 그러나 2020년대 GVC 발달 초기·중기 단계(3+10+16=29) 프로젝트는 전체 프로젝트의 1/3에 불과한 수준으로 축소되었다.

[출처: UNCTAD, Financial Times Ltd, fDi Markets(www.fDimarkets.com)]
[출처: UNCTAD, Financial Times Ltd, fDi Markets(www.fDimarkets.com)]

이러한 변화는 개도국, 특히 GVC 발달 초기 단계 국가에 매우 부담스러운 이슈로 작용할 수 있다. 개도국이 GVC 초기 진입 단계부터 고부가가치 제조업 등으로 GVC 참여 수준을 확대해 나갈 수 있었던 'FDI'라는 '진입 문'이 좁아져 버린 형국이다. 중간 이상 수준의 제조업 및 서비스 분야 FDI 감소로, GVC 사다리를 오르는 기회 또한 더욱 악화되었다. 저소득 개도국은 일반적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 분야 FDI 및 GVC 무역에 접근할 수 있는 기술 역량과 인적 자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략적 대응 방안] RVC 확대 및 강화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에 의한 글로벌 경제 분절화는 국제 생산의 중요한 특징이었던 RVC(Regional Value Chain, 지역가치사슬)의 중요성을 부각 시겼다. RVC 확대는 공급망 다각화 재편기에 특히 매력적인 개발 기회로 판단된다. 이는 개도국에게 자본, 시장 및 첨단 기술 접근을 위한 위험을 상대적으로 감소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GVC를 통한 개발에 초점을 맞추면서 글로벌 시장을 향한 수출주도 성장 정책, 자국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좁은 가치사슬 부문에 초점을 맞춘 산업화 전략, 대규모 산업 투자에 의존하는 인프라 개발로 이어졌다면, 이제는 인접 시장에 보다 통합된 가치사슬 활동 및 소규모 투자에 의존하는 RVC로의 전환이 장기적인 트렌드가 될 가능성이 크다.

RVC의 성장은 또한, 지역내 내부 전문화를 촉진하고 구조적 변화와 산업구조 고도화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발전을 촉진할 수 있다. FDI 측면에서도 글로벌 경제 균열 및 불확실성 속에서 지역 FDI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 원천이 될 수 있다.

그러나 RVC 기회 활용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이다. UNCTAD에 따르면 국제 무역 및 투자에서 지역 통합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강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FDI 증가율은 지난 10년간 정체된 상태를 유지했다고 한다. ASEAN과 같은 일부 지역경제협력 이니셔티브도 지역내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는 데 상당한 성과를 창출했으나, 수십 년에 걸친 상당한 정책적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역 FDI는 여전히 ASEAN 전체 FDI의 약 15% 비중에 그치는 수준이다.

지역 통합 목표 정책 이니셔티브가 지역내 국경 간 자본 흐름의 실질적인 증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무역 및 투자 촉진과 지역 FTA(자유무역협정) 투자 조항 간의 긴밀한 연관성 등이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지역 무역과 투자 확대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도 요구된다. 즉, 지역 교통 연결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 정책의 도구이자 지역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클러스터 허브가 될 수 있는 SEZ(특별경제구역)과 같은 지역 산업 기반 시설도 필요하다.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글로벌 환경 변화 속, 전통적 FDI 역할 변화 트렌드에 따른 RVC 개발 및 확대에 대한 관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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