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인터뷰 -  베어로보틱스 김정준 법인장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여러 문화와 인종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싱가포르에서, F&B 산업은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건비 비중이 높고 Digital Transformation이 더딘 영역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난 2~3년 비대면 코로나 팬더믹 기간 동안, F&B 산업도 생존을 위해 어쩔 수없이 digital solution을 도입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해외 노동자 유입이 점점 어려워지면서, 노동력을 대체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서빙 로봇에 대한 도입도 본격화되었죠.

여기 중국산 서빙 로봇이 장악하고 있던 싱가포르 F&B 시장에, 품질과 기술을 앞세워 새롭게 도전장을 내민 한국계 업체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쉽지 않다는 하드웨어 제조, 판매에 용감하게 진출한 스타트업이어서 궁금증이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궁금증을 못 참고 싱가포르 법인 책임자를 만나 자초지종을 들어봤습니다.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본인과 회사(본사)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저는 ‘베어로보틱스’ 싱가포르 법인을 맡고 있는 ‘김정준’이라고 합니다. ‘베어로보틱스’는 레스토랑과 호텔 등에 특화된 AI 자율 주행 로봇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회사입니다. 전세계에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조금 더 다양한 환경에 적용할 수 있는 신제품들 (서비 플러스, 서비 리프트)를 출시 준비 중입니다. 특히 서비 리프트는 라스트 마일 딜리버리 제품으로 많은 호텔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베어로보틱스 김정준 법인장(사진 = 저자 제공)
베어로보틱스 김정준 법인장(사진 = 저자 제공)

‘베어로보틱스’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사를 둔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서빙로봇 회사. 2017년 5월 구글 엔지니어 출신 하정우 대표 외 공동창업자 3인으로 시작. 작년에 IMM 프라이빗에쿼티 등으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를 유치했으며, 2020년에 소프트뱅크가 리드한 37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포함해 지금까지 누적 투자금액이 1450억원을 넘어선, 차세대 유니콘이다. 

호주 전시회에서 하정우 대표의 제품 소개(사진 = 저자 제공)
호주 전시회에서 하정우 대표의 제품 소개(사진 = 저자 제공)

Q: 싱가포르 현지 법인 설립은 언제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현지 법인의 역할과 영업 상황은? 로컬 디스트리뷰터나 대리점을 통한 수출이 아닌, 직접 현지 법인 설립을 택한 이유는?

작년 상반기 법인 설립을 마치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엔지니어, 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의 인재들을 확보하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퍼시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법인을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 지역 헤드쿼터로서 자리매김하고 싶습니다.

싱가포르는 테스트 마켓으로 사용하기 좋은 점이 법인 설립 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하지만 테스트 마켓으로는 좋지만, 굳이 싱가포르 내 영업만 목적으로 한 대리점을 설립할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습니다. 따라서Asia-pacific 영업을 직접 수행하는 동시에, 특히 엔지니어 인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현지 법인 설립을 선택했습니다.

 

Q: 현지 법인 설립 시 어려움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법인 명의의 싱가포르 로컬 은행 계좌를 새로 여는 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해되지 않을 정도로 느리고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데다가, 생각보다 과정이 체계적이지 않아 놀랐습니다. 싱가포르가 금융 선진국이라는 게 이해되지 않던 순간이었습니다.

싱가포르 3대 은행인 DBS, UOB, OCBC 은행들의 KYC – Know Your Customer와 AML - Anti-Money Laundering 프로세스가 갈수록 엄격해지고 있으며, 의심스러운 계좌로 판단할 경우 일방적으로 계좌 폐쇄를 하기도 함. 특히 외국인이나 해외 업체가 UBO - Ultimate Beneficial Owner일 경우, 신규 계좌 개설에 좀 더 까다롭고 시간이 더 소요됨. 이 때문에, 로컬 핀텍 업체가 발행하는 credit card를 통해 벌집 계좌를 이용하는 방법도 인기다.

Q: 귀사의 경우, 본사는 미국이고 한국에선 제조, 싱가포르 법인은 Asia-Pacific 영업을 맡고 있습니다. 이런 global 조직의 장단점이 있다면?

다양한 인재 Pool이 모여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 같습니다. 실리콘 밸리와 한국, 그리고 싱가포르의 우수한 엔지니어를 모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지역 별로 시차가 있으니 아무래도 내부 커뮤니케이션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Q: 현지 직원은 역할은? 한국 직원들과 비교해 어떻든 가요? 인력 관리의 어려움이나 팁은?

현재 영업, 기술, 엔지니어를 담당하는 직원이 각각 있으며, 엔지니어를 추가 채용 중입니다. 지금까지 뽑은 로컬 직원은 한국 직원과 대비해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모두 열정적이고 재능이 충분한 직원을 채용했기 때문입니다. 다만, 채용에 있어서 타협을 하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높은 기준을 가지고 직원을 선발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채용 인터뷰에서도 다 걸러낼 수는 없으니, 수습 기간을 잘 활용해 이 직원이 회사에 정말 필요한 사람인지 검증해야 합니다.

 

Q: 소프트웨어나 서비스가 아닌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스타트업은 보기 드문 데요, 하드웨어 수입, 판매의 어려움이 있다면?

로봇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해당 국마다 인증 절차가 필요합니다. 각국별로 자기들만의 기준이 있기 때문에, 인증 전문 업체를 통해 꼼꼼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사후 관리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전자 제품 사후 관리에 준해 기준을 만들고 있습니다만, 각 나라마다 시장 관행이 미묘하게 다른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싱가포르가 동남아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 도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경험해 보시니 어떤 부분이 스타트업에게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이십니까? 일반적으로 볼 떄 한국 스타트업들이 진출할 만한 시장이라고 보시나요?

법인 설립이 쉽고 자금 유출입이 자유로운 것은 장점 같습니다. 다만, 앞에 언급했다 시피, 진출 초기엔 은행 업무 등 operation에 생각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음을 감안해야 합니다. 싱가포르 자체는 시장이 작지만, 반대로 보면 다양한 시도를 짧은 시간에 해볼 수 있는 장점이 됩니다. 게다가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아시아 헤드쿼터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으니, 기업을 상대로 하는 B2B 비즈니스라면 싱가포르 진출에 이점이 있다고 봅니다.

 

Q: 목표로 하시는 F&B 시장의 경우, 싱가포르 시장 상황은 대체로 어떤 가요? 서빙 로봇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나요?

싱가포르에서 서빙 로봇이 사용되기 시작한 건 2021년의 일입니다. 저희가 법인 설립하기 전의 일이지요. 그러나 다행히(?) 아직까지는 몇몇 식당을 제외하고는 사용율이 그다지 높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최근에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서, 대형 F&B 업체들을 중심으로 도입 움직임이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Q: 싱가포르를 제외한 나머지 Asia-pacific 시장 중에 중점을 두고 있는 국가가 있나요? 있다면 이유는?

고소득 국가 중심으로 영업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고소득 국가들이 레스토랑과 호텔에 인력이 부족하고, 이에 따라 로봇에 대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Q: 싱가포르의 IT 인프라 수준과 Digital Transformation 수준은 한국과 비교해 어때 보이십니까? 현지 개발자도 채용한 걸로 아는데, 현지 개발자 수준은 한국에 비해 떨어지지는 않나요?

제가 전문적으로 평가할 수준이 아니긴 합니다만, IT 인프라 수준은 아직 한국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싱가포르 현지 개발자 수준은 높다고 봅니다. 다만, 한국 대비 상당히 높은 급여 수준은 감안해야 합니다.

 

Q: 싱가포르나 동남아, 오세아니아 국가들에서 영업하실 때, 현지 고객사들 관점에서 한국계 스타트업으로서의 유리한 점이 있던가요? 아니면 그저 가격과 품질로만 평가받나요?

이미 서빙 로봇은 고소득 국가 중심으로 시장이 열려 있고, 가격 경쟁이 치열한 곳도 있습니다. 몇몇 국가는 한국 생산 제품에 대해 호감을 표시하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가격과 품질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따라서 한국 생산이라는 점만 부각할 게 아니라, 그래서 어떤 면이 경쟁사 보다 더 우수한 지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중국 제품들과 경쟁이 치열할텐데요, 이 지역에서 중국제품과 비교해 어떤 경쟁력이 있나요? 귀사를 포함해 한국 IT 스타트업들의 강점이라면 뭐가 있을까요?

중국 제품의 하드웨어는 가성비가 좋습니다. 과거 한국이 가성비 좋은 제품으로 시장을 휩쓸었듯이, 제조업 분야에서 현재 중국의 위치가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렇게 가성비 좋은 하드웨어를 판매함에도 시장 평가가 그리 좋지만은 않은 이유를, 중국 회사들도 생각해봐야 할 겁니다. 이런 부분이 한국 스타트업이 파고 들어 가야할 지점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설명 드리자면, 저희 제품과 중국 경쟁사와 차별점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음식을 배달하고 나서 자동으로 원래 자리로 돌아가는 Auto Return 기능이 있으며, 폭 60센치 좁은 통로 주행도 가능 합니다. (기존 중국 제품들은 음식을 배달하고 나서 서빙 로봇 LCD 패널에 돌아가기 버튼을 눌러줘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는 각 트레이에 무게 감지 센서가 있어 음식이 내려지면 로봇이 인식하고 되돌아 갑니다.) 또 클라우드를 이용해 원격으로 고객 기술 지원이 원활하며, 거기에 데이터 보안과 배터리 안정성까지 뛰어납니다. 나열하다 보니 정말 많은 장점이 있네요. 이런 좋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사후 관리까지 촘촘히 하나로 이어서, 보다 나은 제품 이미지를 가져야 한국 스타트업이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 현지 업체 대상 데모(사진 = 저자 제공)
싱가포르 현지 업체 대상 데모(사진 = 저자 제공)

Q: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에 한국 민관 지원기관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이런 기관들 하고 협업을 하던가, 도움을 받는 일들이 있나요?

동남아 일부 코트라 무역관과 일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각 시장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고 있고, 신규 거래선 개발에도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NIPA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인큐베이팅 센터 지원도 있습니다.

(사진 = 저자 제공)<br>
대만 투자자 대상 데모(사진 = 저자 제공)

Q: 싱가포르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로컬 업체들과 협업을 하기도 합니까?

검토와 협의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싱가포르 정부 기관으로부터 받은 지원은 없습니다. 영업을 위해서는 로컬 네트워크가 필수입니다. 이 때문에 현지 영업 사원도 채용했고, 두세 군데 로컬 업체와 협력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Q: 싱가포르/동남아 진출을 꾀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나 한국인 창업자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이미 말씀하셨다 시피 현지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동남아 국가 각각이 모두 다른 문화와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의 잣대로 평가하면 안 된다고 봅니다. 현지인 시각에서 시장을 바라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Q: 싱가포르 이주 후 생활하며 느끼는 싱가포르의 장단점은?

한국 사람이 외국인으로 거주하기에는 아주 좋은 환경이라고 봅니다. 자녀 교육 환경이나 거주 환경이 좋고, 문화적으로 이질감이 덜한 건 장점입니다. 다만, 국민 소득 수준과 비례해 물가도 한국 이상으로 높은 건 단점입니다. 특히 최근 치솟은 주거비 (임대료)는 저같은 외국인에게 큰 걱정거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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