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IT 인프라나 중소기업 수준을 볼 때, B2B SW 사업 전망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B2B SaaS가 목표로 할 만한 고객군이나 섹터는 어디
한국 B2B SW/SaaS로서의 강점은?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지난 몇 주간 상하(常夏)의 나라 싱가포르에서 현지 진출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교육을 이수한 한 스타트업 대표가 있다. 신생 스타트업이지만, 기업용 응용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해 한국에서 제법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 여세를 몰아 싱가포르에 진출하고 싶은 열망이 가득하다. 그와 같은 처지에 있는 스타트업 대표에게는 이러한 열망을 현실로 실현시켜줄 싱가포르 정보기술(IT) 시장에 대한 현실적 정보와 조언이 절실하다. 이들을 위해 필자가 알고 있는 핵심 정보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Q 1. 단도진입적으로 싱가포르는 단일 시장으로 접근하기엔 경제 규모가 너무 작지 않나?

A 1. Yes and No. 그건 보기 나름이다. ROI, 즉 투자 대비 수익 기준으로 봐야 한다. 사실, 미국, 중국 또는 한국처럼 대규모 투자를 통한 대규모 매출을 기대하긴 힘들다. 그렇지만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 시장이다. 또한 싱가포르 내 매출 레코드가 동남아에선 좋은 마케팅 요소가 된다.

알고 보면 싱가포르 경제 규모가 사실 그렇게 작은 게 아니다. 2021년 IMF 통계 기준으로 싱가포르 GDP는 세계 38위 (참고로 한국 10위)지만 일인당 GDP는 6만불이 넘어 세계 7위 수준이다. GDP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산업은 의외로 제조업이며 그 뒤를 도매/무역, 금융, 서비스업이 잇고 있다.

Q 2. 싱가포르의 중소기업/스타트업 시장이나 IT 시장은 작아 보인다

A 2. 싱가포르는 한국형 재벌이 없는 대신, 대부분 기업들이 중견, 중소기업, 자영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중소기업들 숫자로는 싱가포르 전체 기업의 99%, 고용은 71%, 매출은 44%를 차지한다. 싱가포르 산업 구조는 한국처럼 대기업들이 주요 산업의 중심을 잡고 있는 종 구조가 아니라, GLC (Government Linked Company), MNC (Multinational Corporation), 약간의 local 중견기업 그리고 대다수의 local 중소기업들이 횡으로 구성되어 있다.

IT 부문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로 U$21b가량되고, 테마섹의 Annual report에 따르면 싱가포르의 2021년 인터넷 경제규모는 U$15b나 된다고 한다. 전문 조사기관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싱가포르 IT 서비스 시장규모가 U$12b가량 되고, 2021년 SW 시장은 U$7.5b가량 되어 인구와 경제규모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SI, SW 개발사 등 IT 업체로 등록된 곳들은 한국에 비해 많지 않지만, IT 제품 특성 상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지 않고 제품/서비스를 유통하는 해외업체들이 상당히 많다고 봐야 한다.

Q 3. 싱가포르 중소기업들은 무슨 B2B SW를 쓰나?

A 3. 싱가포르 정부에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B2B SW 도입 비용을 지원해주는 PSG (Productivity Solutions Grant) 제도가 있다. 이 제도 내의 분류를 기준으로 보자면, 인적자원 관리, ERP (회계, CRM, 재고 관리), 문서관리, 모바일 시스템, 디지털 마케팅, 이커머스 솔루션, 사이버 보안 등이 주를 이룬다. 기존 SW들은 on-premise용 팩키지 솔루션들이었으나, SaaS 비중이 부쩍 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선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만 가지고도 왠만한 업무들을 다 처리하고 있는 곳들이 적지 않다.

Q 4. 그런데 싱가포르 IT 인프라나 중소기업 수준을 볼 때, B2B SW 사업 전망이 있을까?

A 4. 소위 미국 Big Tech들은 싱가포르에 아시아 퍼시픽 본사를 두고 있으며, 주요 글로벌 Cloud인 MS Azure, Amazon AWS, Google Cloud도 싱가포르에 HQ 및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다. 싱가포르 Cloud 시장규모만 연 U$3b이상으로 매년 급성장 중이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부터 Cloud 도입에 앞장서고 있어, MS와 장기 계약 하에 정부 기관의 IT 환경을 (Hybrid) Azure Cloud로 변경 중이다. Cloud를 사용 중이거나 고려 중인 중소기업들도 80%가 넘는다. 중소기업 대상 클라우드 관련 시장도 상당히 커지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에서는 중소기업들의 Digital Transformation를 위해, Cloud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들에 대해서도 상당한 지원금을 쏟아 붓고 있다.

Q 5. B2B SW 전망을 물었는데, 왜 자꾸 Cloud 얘기만 하나? 우리 제품도 AWS 위에서 돌아가는 SaaS (Software-as-a-Service)다.

A 5. Digital화를 Digitization - Digitalization - Digital Transformation 3단계 과정으로 보자. 싱가포르는 2000년 전후 인터넷 웹시대부터 Digitalization이 시작되어 2010년 전후 모바일이 대중화되며 본격화되었다. 그러던 중 최근 코로나 팬더믹을 지나며 이제 Digitalization을 넘어 Digital Transformation 단계로 바로 진입했으며, 그 중심에 Cloud가 있다. Digital Transformation의 주요 요소가 data와 AI인데, Cloud 환경이 아니고서는 효율적인 구현이 어렵다. Cloud에서 서비스가 공급된다고 다 SaaS가 아니라, 처음부터 Cloud-native로 설계되어야 진정한 SaaS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즉, 싱가포르에서 IT 사업을 하려면 돈이 흐르는 길목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데, 거기가 바로 Cloud와 Digital Transformation 쪽이다.

Q 6. 그렇다면 싱가포르 시장에서 B2B SaaS가 목표로 할 만한 고객군이나 섹터는 어디인가?

A 6. B2B SW/SaaS가 싱가포르 정부기관인 IMDA로부터 기술성 검증을 받아 통과하면, 정부 기관들에게 입찰없이 직공급 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싱가포르는 정부가 한국의 대기업 역할을 하므로, 정부 매출 레코드가 생기면 일반 기업들에 대한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수월 해진다. 그러니 IMDA가 선호하거나 찾는 분야를 우선 살펴보기 권한다. IMDA는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외 솔루션 업체들을 찾고 있으니 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www.openinnovation.sg/imda)

Q 7. “한국 하면 인터넷 강국, IT 강국 아닌가, 한국 B2B SW/SaaS로서의 강점이 있을까?”

A 7. 솔직히 얘기해보자. 한국 SW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이 있나? 온라인 게임과 같은 B2C SW나 건설/의료와 같은 특수분야 B2B SW가 아닌 범용 B2B SW 중에서, 해외에서 큰 매출을 일으킨 SW가 뭐가 있었나? 또 한국 유니콘들 대부분이 B2C 서비스이고 B2B SW/서비스업체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안다. 그나마 미국에서 시작한 한국 B2B SW들 중 유니콘이 나오고 있는 게 다행이다. 같은 한국 사람이 하는 스타트업인데 왜 다른 지 생각해봐야 한다.

우선 한국은 무형자산에 대해 정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데 아직 익숙지 않고, 규모가 되는 기업은 해외 SW를 사용하거나 자체 개발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아직 Cloud 인프라가 보편화되어 있지 않아서 on-premise용 패키지 SW를 SI를 통해 공급하거나 개별 고객용 제품을 따로 만들어 공급하기도 한다. 게다가 산업 발전을 위해 여러 기관에서 각종 지원제도가 넘쳐나, 정부지원사업 수주가 주사업이 된 SW 회사들도 즐비한 게 현실이다. 이런 독특한 구조에서 살아남은 SW가 한국에선 생존 경쟁력이 있겠지만, 해외 시장은 전혀 다른 환경이다.

그러나 때마침 Cloud 시대가 왔으니, 이를 잘 활용하면 큰 기회를 만들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유튜브’가 없었으면 싸이, BTS, 블랙핑크와 같은 K-Pop이 이렇게 빨리 대히트를 할 수 있었겠으며, ‘넷플릭스’가 없었으면 ‘오징어 게임’이 새로운 K-drama 트랜드를 열 수 있었겠는가. 모두 글로벌 플랫폼 덕을 톡톡히 보았다. 자칫 토종 히트 컨텐츠로 묻힐 수 있었던 보물들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제작, 유통된 후 글로벌 유저들을 만나 빛을 발한 셈이다. Cloud 역시 이런 글로벌 플랫폼으로 볼 수 있으니, 이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Cloud-native로 개발한 SaaS가 글로벌 Cloud를 타고 해외로 진출하는 K-SW가 될 지 누가 알겠는가. 한국이 상대적인 강점이나 노하우를 더 가지고 있으면서 싱가포르에서 수요가 있을 만한 섹터 중에, 아직 싱가포르/동남아에 충분히 공급되지 않은 B2B SaaS를 찾아 볼만하다.

Q 8. “하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B2C 플랫폼이고, 아무리 글로벌 Cloud를 사용한다 해도 우리는 B2B인데, 이게 한국에서 온라인 마케팅만 한다고 해외 영업이 될까 의문이다.”

A 8. 당연히 안된다. 해외 Startup은 물론 싱가포르 local 신생 Startup들 조차도, B2B 시장 특성 상 B2B SW 시장 신규 진입을 위해선 시간과 초기 비용이 상당히 소요된다. 싱가포르는 영어권이라 이론적으로는 전세계 거의 모든 솔루션들이 경쟁한다고 봐야 하고, B2B 특성 상 기술적 우수성보다 현지화와 고객 대응이 더 중요하다. 그러니 싱가포르에 현지법인을 세우던, 현지 파트너를 활용하던, 현지 기업고객들을 대상으로 현장영업을 할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현지 환경에 맞는 UI, UX를 새로 개발할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나, Cloud-native SaaS라면 어렵지 않게 대응이 가능하다.

Q 9. “그래서 결론적으로 우리 제품으로 싱가포르에서 영업이 가능할 것 같다는 얘기인가?”

A 9. 진지하게 해외진출을 고려한다면, 비용을 들여서 현지 전문업체나 전문가와 함께 충분한 사전 시장조사와 전략을 세워야 한다. 비용을 들였으니 뭐라도 해야 한다가 아니라, 조사 비용만으로 더 큰 기회비용을 막았다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싱가포르 IT 시장이 사업할 만한 규모라는 건지, 우리 제품이 팔릴만 하다는 건 지, 아직 뭐가 뭔 지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돌아서는 김대표. 한국 행 비행기를 타러 싱가포르 창이 공항으로 서둘러 가는 그의 머리 속은, 다음 주 급여일에 나갈 회사 자금이 충분한지부터 계산하느라 더욱 복잡하기만 하다.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는 벤처 투자 담당자, 창업자, 때론 멘토로서 싱가포르 현장에서 16년간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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