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리서치 기반의 스타트업 컨설팅회사 로드스타트의 창업자이자 공동대표를 하는 안태현(영문 이름 Tammy)입니다. 유니콘 하나를 탄생하기까지 마을 하나가 필요하다는 말이 있는데, 전 그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되고 싶은 스타트업계 주변인으로서, 스타트업이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싱가포르에 거주한 지 12년 차로 2011년 씨티은행 아시아 지역본부가 있는 싱가포르로 트랜스퍼한 이후 2017년까지 씨티은행에서 투자전략 업무를 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블록체인 및 크립토 프로젝트의 컴플라이언스 전문 컨설팅 젠가 K를 공동 창업 및 공동 대표를 역임한 후, 2020년 금융권 출신 선후배들과 로드스타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현재 ‘Lodestar T Pte. Ltd.’를 창업해 운영 중입니다. 주로 어떤 비즈니스를 하시나요?

타트업을 차에 비유한다면, 로드스타트는 톨게이트나 휴게소라고나 정의하고 싶어요. 고속도로 입구에서 주유도 할 수 있고, 굳이 험한 길로 돌아가거나 길 헤매지 않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게 지향하는 바에요.

로드스타트에서 주로 하는 업무는 해외 투자유치 및 해외 진출 전략 컨설팅이에요. 사실 처음부터 어떤 비즈니스 모델을 정한 것은 아니었어요. 산업혁명은 못 겪어 봤지만 90년대 후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발전은 경험해 봤잖아요. 기술 발전의 역사를 보면 한 계단씩 올라가기보다 패러다임 시프트를 하는 시기에 훌쩍 퀀텀 점프가 일어난 후 점차 진보해 나가고요. 최근 다시 그런 기회의 창이 열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2020년 AI에 관해 공부하자고 금융권 선배와 후배, 저 이렇게 3명이 의기투합을 했어요. 기술은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산업이 어떻게 성장해 나가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일단 법인을 만들고 나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는데, 저를 비롯해 공동대표들이 다 금융권 출신이어서 금융산업에서의 경험과 지식, 그리고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크로스보더 투자 분석 및 투자 유치 관련 업무에 중점을 두게 되었죠.

소니아 대표께서는 스위스 은행인 크레디트 스위스에서 주식 애널리스트로 25년 이상 근무하셨고, 줄리 대표는 리만브라더스 뉴욕 그리고 라자드에서 IB 업무와 글로벌 금융기간에서 스몰캡 주식 운용을 했었어요.

저희는 단순히 투자자를 소개해주기보다 고객사 CFO라는 생각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함께 논의하고, 이를 반영한 미래의 재무제표 계획 및 밸류에이션을 합니다. 그리고 해외 투자자를 만날 때도 함께 참여해 재무적인 질문에 답변하는 등 전체 프로세스를 함께합니다.

투자자들도 저희 고객인데요. 싱가포르에 있는 해외 투자자들이 저희에게 딜소싱 및 분석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비상장기업들은 공시 의무가 없다 보니 외국 투자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굉장히 부족합니다. 언어 장벽도 있어서 해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시장이죠.

지난해에는 한국 상장사의 싱가포르 진출 관련한 컨설팅 프로젝트도 했었는데,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직접 오퍼레이션을 해야 할지, 아니면 라이선스가 있는 로컬 사업자를 M&A를 할지, 혹은 프로세스를 리스트럭처링해서 라이선스 있는 사업자와 제휴를 할지에 대한 검토를 했고, 로컬 라이선스 사업자들을 심층 분석하며 인터뷰를 통해 투자 후보사를 제안했었어요.

 

Lodestar T Pte. Ltd. 안태현 대표. 
Lodestar T Pte. Ltd. 안태현 대표. 

 

Q. 과거 젠가 K라든가 부산경제특구 자문 등을 하시면서, 블록체인 비즈니스 부문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여러 관련 스타트업에 자문을 해주신 것으로 압니다. 그 당시 싱가포르에 한국 블록체인, 암호화 화폐 관련 스타트업이 많이 와서 ICO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문을 많이 해주셨을 것 같은데, 지나고 보면 이 업체들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가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부산시 정책 고문을 역임했고,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운영위원은 두 번 연임되어서 아직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젠가 K라는 크립토 전문 컴플라이언스 컨설팅 회사를 했었던 이유 중의 하나가 크립토 창업자들이 규제 위험에 대해 너무나 간과하는 면이 있었다고 판단을 했기 때문이에요.

일반 대중들이 블록체인이나 크립토 시장 전체를 왜곡된 시선으로 볼까 봐 저는 크립토 산업의 지지자로서 부정적이거나 비판적인 말을 아끼는 대신, 지속적으로 규제 및 컴플라이언스를 준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왔어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의 실패와 글로벌 금융 기관의 탐욕에 대한 비판 속에 탈중앙 금융이 대안으로 부상했습니다. ‘법정 화폐’에 대한 불신에서 가상자산의 대장 격인 비트코인이 탄생했고, 가상화폐가 법정화폐, 그리고 중앙정부와 금융 기관조차 대체할 수 있다고 부르짖었지요. 법정화폐 발행과 유통을 관리하고, 경제 성장을 위해 금리와 환율이라는 규제 수단으로 유동성을 조절하는 금융 당국이 볼 때는 가히 기존 금융 체제를 전복하려는 혁명군이나 다름없죠. 이런 위협적인 선전, 선동보다는 기존 금융산업의 단점을 보완하고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입증하면서 대중화가 이뤄질 시간을 벌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리고 업계의 자율 규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지 못한 점도 규제의 철퇴를 맞는 이유가 되었지요. 블록체인의 장점이라고 분산성, 확장성, 투명성 그리고 보안성을 들지만, 여전히 비용은 많이 들고, 재단은 일부 경영진들에게 권력이 집중화된 의사결정을 하는 행태를 보여주었어요. 익명성으로 인해 거래 주체들이 투명하지 않은 일을 하거나 발행이나 유통량을 속이거나 시장 가격을 조작하는 등 많은 문제들이 부각되었죠. 이로 인해 각국의 정부들이 규제를 강화하게 되었고, 앞으로는 크립토 프로젝트를 하는 사업자들은 규제 프레임 안에서 더욱 투명하게 운영해야 할 겁니다.

 

Q. 지금도 싱가포르에서 ICO나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고자 새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이나 IT 기업들이 있나요? 이들은 과거 진출했던 곳들과 어떻게 다른가요? 새로 진출하려는 블록체인 관련 업체들에게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싱가포르에서는 PSA (Payment Services Act 2019) 라는 가상자산 사업자 라이선스에 관한 법안이 2020년부터 시행되었어요. 그리고 크립토 전문 자산운용사에게 기존 전통 운용사와 마찬가지로 CMS(Capital Market Services) 라이선스를 부여하면서,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고자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법안이 시행된 후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제도권에서 규제하에서 사업을 하겠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라이선스 취득이 실제로 싱가포르와 동남아 지역에서의 비즈니스를 위한 것인지 혹은 이후 한국에서의 라이선스를 따기 위한 준비 작업인지에 따라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합니다. 라이선스를 받은 싱가포르 회사들을 저희 회사가 전부 인터뷰했었는데요, 신청부터 라이선스 받을 때까지 기간이 짧게는 8개월에서 길게는 2년 가까이 소요되었고, 법률 자문비용뿐 아니라 인적, 기술적 요건을 맞추기 위해 많은 비용을 감당해야 합니다. 특히 제한된 자금과 시간을 가진 스타트업은 더 많은 전략적 접근을 하고, 기존의 라이선스 사업자들과 파트너십 등을 통해 사전 리서치도 충분히 하라고 조언드리고 싶습니다.

 

Q. 싱가포르 상공회의소(KOCHAM)의 스타트업 분과를 맡고 계신 것으로 압니다. 활동 내용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시죠. 싱가포르 스타트업 업계에 한국인 커뮤니티가 따로 없나요? 없다면 이유가 있을까요?

코참은 한국 기업인들의 싱가포르에서의 경제활동을 돕기 위한 단체로 저는 스타트업 분과를 책임지고 있는 부회장입니다. 스타트업 분과는 지난 몇 년간 한국에서 많은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에 진출하게 되면서 새로 만들어졌어요. 스타트업이 처음 싱가포르 진출했을 때 코참이 필요한 네트워크와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법인장 및 현지에서 사업하는 대표들도 있고, 현지 기업들도 있기에 초기 정착, 홍보 및 파트너 물색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싱가포르 정부와 소통하는 채널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생태계에서 한인 커뮤니티가 아직 없었던 이유를 물어보셨는데, 한인 스타트업 생태계 및 커뮤니티는 이제 태동기로 보입니다. 그전까지는 스타트업 자체 수가 많지 않았고, 구심점이 없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활동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비유를 하자면 우리가 눈사람을 만들 때 처음부터 눈가루들을 뭉치기가 쉽지 않죠. 가운데 심을 단단히 만들고 나면 그때부터는 굴리기만 해도 커지게 되잖아요. 몇 년 전부터 창업지원 한국 정부기관들도 진출해 있고, 코참도 스타트업 분과를 통해 지원하고 있고, 한국의 금융권이나 엑설러레이터들이 진출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밋업이나 네트워킹 행사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태계에 있는 사람들끼리 만나면서, 소모임이 생겨나고, 그런 모임을 구심점으로 눈사람 굴리듯 굴리다 보면 조만간 큰 눈사람을 세울 날이 오지 않을까요? (겨울왕국의) Do you want to build a snowman을 함께 부를 날이 오겠죠.

 

Q. 사실 커리어를 보면 금융계에 오래 근무하신 걸로 나오지만, 학과 전공은 건축학이고 게다가 사회생활 초기엔 당시 벤처기업을 직접 창업하셨더라고요. 이렇게 전공과 직업을 넘나들게 된 이유나 계기가 있을까요? 당시 닷컴 붐인 시기에 창업을 하신 건데, 그때 에피소드 나 경험담을 약간 나눠 주신다면?

제가 건축학과를 1997년에 졸업했는데요. 졸업 작품전 출품작이 <벤처기업들을 위한 인큐베이터> 설계였습니다. 당시 신도림과 문래동 지역은 강관이나 파이프 공장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중 버려진 공장부지, 이전적지를 벤처기업을 위한 인큐베이터로 재개발하는 게 제 졸업 작품이었어요. 건축 설계뿐 아니라 인큐베이터는 공간을 제공해주고, 벤처기업들에 일정 지분을 받는 것을 제안했더니 교수님들이 벤처가 뭐냐고 물으시더군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졸업 작품전에서 금상을 탔고, 우리나라 3대 설계사무소에 들어갔는데 하필 IMF, 아시안 금융위기가 온 거죠. 부동산 시장이 가장 먼저 얼어붙었어요. 글로벌 경제에 자생적으로 살아남기 힘든 건축산업에 대해서 많은 회의를 느꼈고 사이버 스페이스, 온라인 공간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당시 인터넷 버블 때 성공적으로 상장, 엑시트를 하고, 지금은 이름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전설적인 1세대 창업자를 뵌 적이 있었어요. 제가 B2B 이커머스를 한다고 했더니 CD나 책처럼 정형화된 상품들만 온라인 구매를 하지 다른 상품은 어렵다고 말리셨어요. 당시 아마존도 책만 팔던 때였거든요.

온라인으로 못 사는 게 없잖아요. 심지어 신선 야채 과일도 하루 만에 받고. 때로는 새로운 신기술을 기반으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시간과 싸움인 듯해요. 지금도 많은 스타트업들 대표들이 초기 갖고 있던 가설과 믿음에 회의가 들고, 빛이 안 보이는 어두운 터널에 있는 느낌으로 벗어나고 싶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이 맞았다고 입증될 때까지 잘 버티라고 응원하고 싶어요.

 

Q.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엔 더더욱 흔치 않은 여성 벤처 사업가입니다. 한인 여성 벤처 사업가로서 애환(?) 같은 게 있었다면? 요즘 젊은 세대 여성 스타트업 창업자들에게 주고 싶은 응원의 말씀도 있을 것 같습니다.

본인을 잘 알고 있는 멘토 그룹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꼭 홀수 명으로요. 여성 창업가들 중에는 혼자 문제를 다 끌어안고, 결정을 다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 분들을 종종 봐요. 사실 창업자는 기본적으로 외로운 자리에요. 주주나 직원들과 의논할 수 없는 고민이나 의사결정도 있고요.

현재 시티은행 유명순 행장님이 제가 은행 다닐 때 멘토셨어요. 도움이 되는 조언과 도움을 많이 주셨는데, 기억나는 조언 중 하나가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것은 저를 잘 아는 홀수 명의 멘토들에게 물어보라는 것이었어요. 짝수는 양쪽으로 갈리지만 홀수면 과반수의 의견이 맞을 가능성이 높다고요. 말씀처럼 해보니 효과가 있었어요. 제한된 정보를 가진 경우 혼자 결정하기보다 더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가진 업계 선배분들께 의견을 구해보세요.

 

Q.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일하시고 싱가포르에서도 중국분들과 같이 일하신 경험이 있으시죠. 그런데 싱가포르에서 상대하는 고객은 주로 한국에서 오시는 한국분들로 보입니다. 막연한 질문으로 들리실 수도 있는데, 글로벌 스탠다드 관점에서 보실 때 한국 기업들이 좀 더 신경 써야 할 비즈니스 관행이 있을까요?

자문하는 기업 중에 미국과 유럽의 프로젝트도 있긴 하지만 한국 기업이 그 수만으로는 더 많긴 해요. 제가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들 대표들에게 자주 하는 말 중 하나가 화가 말고, 건축가가 되라는 것이에요.

화가는 벽에 걸릴 그림만 그리면 되지만 건축가는 건물을 짓기 위한 도면에 그리는 거잖아요. 물론 초기부터 디테일부터 그릴 수는 없지만, 큰 조감도(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건물 그림)를 그리면서도 어떻게 지을지 머릿속에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시장 점유율 몇 %를 하겠다, 얼마의 매출 혹은 이익을 내겠다고 하는데 정작 투자자들이 구체적인 마케팅이나 세일즈 계획을 물어보면 구체적인 계획이 없거나 비즈니스 전략과 얼라인이 안 되어 있는 답변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어요.

제가 다녔던 은행의 경우 비즈니스 담당자는 해당 연도, 분기별, 월별 재무적 목표를 수립해 제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과 마케팅 및 오퍼레이션 계획들을 수립하고 실행해요. 그리고 재무팀은 목표치 대비 달성률을 일별, 주별, 월별, 분기별로 꼼꼼하게 모니터링하면서 목표치를 달성하도록 비즈니스 담당자에게 수정된 마케팅 계획을 내라고 요청하고, 시장상황 등 회사가 컨트롤 할 수 없는 요인이면 목표치를 수정하기도 하고요.

인적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처럼 할 수는 없지만 성과 지표나 재무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고 액션 단위로 쪼개는 연습을 해보면 좋을 듯해요.

 

Q. 물론 예전에 창업을 하신 적이 있지만, 오랫동안 직장생활 잘하시다가 중년에 창업을 또 하신 셈인데요. 이렇게 다시 창업을 하게 된 가장 큰 동기가 뭐였나요? 중년 창업을 꿈꾸는 분들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100세 시대에는 30~40대는 청년이고, 중년은 50대부터라고 생각해요. 일단 50대에는 업에 얽매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제가 얼마 전에 중국 철학자 장자에 대한 오디오북을 들었는데요. 50대는 이름에 얽매이지 말라고 하는 말이 정말 와 닿았어요,

20대 말 저의 첫 창업 경험은 굉장히 외롭고 힘들었어요. 1990년대는 액셀러레이터도 없었고 스타트업들을 도와주는 이런 창업 지원 기간도 많지 않았던 때여서 더 힘들었던 부분들도 있었지만, 창업자가 감내해야 되는 책임과 스트레스는 일반 직장인보다 수십배는 더 큰 것 같아요.

그래서 2017년에 20년간의 금융권 커리어를 정리하고 은퇴하면서 남은 인생은 스타트업을 도와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을 했어요.

50대 이후에는 사업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아이템이 있지 않다면 막연하게 창업을 위한 창업을 하기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창업이나 사업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은 웹3.0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믿고 있어요. 아니 이미 와 있을 수도 있고요.

지난해 싱가포르에 연수를 왔던 대학생이 돈을 많이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제게 물었어요. 제 대답은 돈을 좇지 말고 성장을 좇으라고 했어요. 다음에 다가올 성장의 파도에 올라타라고요. 중년에 창업을 희망하는 분들께도 같은 말을 하고 싶네요.

 

[사진=Lodestar T Pte. Ltd. 안태현 대표]
[사진=Lodestar T Pte. Ltd. 안태현 대표]

 

Q. 싱가포르 얘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요즘 싱가포르 블록체인, 암호화 화폐 시장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전에 비해 많이 침체되었죠? 싱가포르 정부에서도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 같던데요.

싱가포르의 크립토 관련 규제 환경에 대해서, 제가 2018년부터 다양한 컨퍼런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유해왔고, 또 제가 협업하는 한국 기관들과 크립토 관련 규제에 대해 웨비나도 하고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듯합니다.

 

Q. 싱가포르의 블록체인, 암호화 화폐 부문은 한국보다 앞서 있다는 평이 있습니다만, 이 외에도 한국 스타트업이 노려볼만한 싱가포르 산업 분야는 뭐가 있을까요?

싱가포르 테크놀로지 산업의 발전은 정부 주도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중점적으로 육성하는 분야의 경우 해외 기업들에게도 우호적이고 지원도 많습니다. 싱가포르 정부가 육성하고자 하는 산업들을 알려면 싱가포르 정부의 지식 기반, 혁신 주도 경제를 위한 5개년 계획안 Research, Innovation and Enterprise 2025 Plan(RIE 2025)을 보면 좋을 듯해요. RIE2025 스마트 제조업, 헬스케어, 지속 가능한 스마트도시, 디지털 혁신을 위한 스마트케이션 등을 강조하고 있어요.

 

Q. 한국에서 다양한 해외진출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로 교육, 연수로 오는 스타트업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신 경험도 있으신데요, 창업이나 해외 취업을 꿈꾸는 한국 대학생, 청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으시다면?

개인적으로 지난해 AI 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의 싱가포르 연수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실행한 적이 있었어요. 학생들이 졸업 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옵션에 대해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최선을 다했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많은 학생들이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 되었다고 감사인사를 전해왔어요. 젊은이들을 위한 <긍정적 경험 디자이너>가 된 느낌은 정말 보람 있었어요.

제 과거를 뒤돌아 보더라도, 우연찮게 마주친 글로벌 경험들과 롤모델이 되는 분들의 만남이 제 커리어 전환에 영향을 미치거나 동기부여가 된 적이 많았어요. 제가 받은 만큼 후배들에게 돌려준다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저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통해 우리 젊은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더 큰 기회를 보여주는 일은 기꺼이 응할 예정이에요.

커리어를 선택할 때 현재가 아닌 미래의 청사진을 보고, 성장할 산업, 성장할 기업을 택하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저는 MBA 졸업 후 시가 총액 1등인 글로벌 금융 회사를 선택했더니, 성장은 없고 대신 내리막길만 있더라고요. 해외 취업이나 창업을 원한다면 적극적으로 선배나 현지에서 일하는 분들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정보 및 도움을 줄 수 있는 현지 네트워크를 만드는 게 도움이 돼요.

 

Q.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에 한국 민관 스타트업 지원기관들이 많이 생겼는데요, 이런 기관들을 잘 활용하는 팁이 있을까요?

이미 진출해 있는 KSC(코리아스타트업 센터)나, KB 핀테크 허브의 경우 사무 공간을 지원하는 엑설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얼마 전에 싱가포르 사무소를 개소한 디캠프 경우 데모데이와 스타트업 생태계 있는 분들이 모이는 목토크(목요일에 모이는) 등의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 한국의 대표적인 소셜임팩트 펀드인 MYSC(엠와이소셜컴퍼니)도 싱가포르에 진출합니다. 10월 중 CIIP(Center for Impact Investing Practices)와 공동 컨퍼런스도 예정되어 있고, 저희 로드스타트도 공동 주관사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런 기관들에서 하는 밋업이나 데모데이, 컨퍼런스 등 행사에 참여하시면 로컬 네트워크를 만드는 동시에 좋은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싱가포르에 살면서 느끼는 싱가포르의 장점은 무엇인지요? 앞으로 개인 커리어 계획은 어떠신가요?

워킹맘 입장에서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은 육아에 대한 부담이 적어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에요. 최근 한국에서 가사도우미의 최저임금 적용에 대해 많은 이슈들이 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싱가포르에 사는 대다수의 커리어 우먼들은 싱가포르의 가사도우미 제도에 정말 감사하고 있어요.

싱가포르 장점을 또 하나를 들자면 효율적인 디지탈 정부 운영이요. Government Technology Agency가 정부의 디지털 이니셔티브를 개발 및 실행을 하는데, 디지털 아이디인 SINGPASS에 들어가 보면 면허증, 연금, 백신 접종, 이민국 정보, 세금 등 제 개인의 모든 정보를 한 곳에 볼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의 스마트네이션 플랫폼(Smart Nation Platform)은 공공이 가진 모든 데이터가 연결되고 공유되는 것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은행 등 본인 확인이 필요한 경우에도 간단히 QR 코드로 싱패스를 통해 로그인을 할 수 있어 정말 편리합니다.

정부가 가진 데이터가 통합관리되는 스마트네이션 플랫폼 및 디지털 정부 운영은 우리 정부도 벤치마킹했으면 좋겠어요.우리나라는 부처별로 입찰을 하다 보니 각 정보들이 흩어져서 통합관리가 안 되어 있는 상태이고, 몇 년 전 DID(분산형 아이디) 사업자 선정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개인 커리어요? 30~40대는 사회적인 성공이나 부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렸다면, 50대가 되면서는 행복함을 주는 일을 하려고 해요. 사람마다 행복을 주는 요소가 다르고 그 요소 별 비중도 다르겠지만, 저의 행복 함수는 3가지 요소가 가장 크더라고요.

행복 = f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신뢰와 지지, 사회적인 공헌에 따른 공명감, 공정한 보상)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며, 상호 지지적인 관계 속에 일하는 것은 행복하게 일하는 중요한 요소에요. 그리고 사회 및 커뮤니티에 공헌했을 때 보람을 느낄 수 있어야 해요. 금융권에서 은퇴를 한 후의 일은 덤이라는 생각에 무료봉사 일도 많이 했는데, 지속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지식, 네트워크의 투입에 대한 정당한 보상도 행복감에 중요한 요소인 것을 깨달았어요. 앞으로 제 행복 함수의 최대치를 얻을 수 있는 일을 하려고요. 장자님 말씀처럼 저에게 업이나 이름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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