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싱가포르에서 엑셀러레이팅 교육도 받고 기본적인 현지 시장조사까지 끝낸 한국 스타트업의 김대표.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던 차, 싱가포르 ‘Demo Day’(투자 설명회)에서 만났던 한 싱가포르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들뜬 상태. 그런데 자기들은 싱가포르 펀드라 싱가포르 법인에만 투자할 수 있다고 한다. 김대표는 이를 위해 본사를 아예 싱가포르로 옮겨야 하나 고민에 빠졌는데…

◇ 플립이란?

<네이버 영어사전> ‘Flip’: (동사) 홱 뒤집다, 휙 젖히다, (명사)공중제비

스타트업계에서 사용하는 ‘플립’이라는 용어는, 한국에서 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다가 아예 본사를 해외로 옮기고, 기존 한국 법인은 해외 본사의 자회사로 만든다는 뜻이다.

‘플립’이라는 다소 생소한 용어는 작년 ‘쿠팡’이 미국에 상장하고, 비슷한 시기 미국 내 한국계 스타트업들이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펀딩을 받는 사례가 나오며 한국에 점차 알려지기 시작했다.

◇ 왜 필요할까?

한국에서 멀쩡히 사업 잘하고 있는 스타트업이 왜 굳이 언어도 다르고 환경도 낯 설은 해외로 본사까지 옮길 생각을 해야 할까? 그냥 해외에 자회사를 두는 정도로는 안 될까?

첫째, 해당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가 한국 내수용이 아닌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경우, 인재 수급, 제품 현지화, 마케팅, payment, funding, tax, 규제 등 모든 면에서 ‘made in Korea’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글로벌 마인드로 사업을 시작하는 게 좋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차라리 처음부터 해외에서 창업할 것을 추천하지만, 해외에서 유학했거나 거주하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럴 경우, 한국 창업 지원제도가 월등히 좋기 때문에 극초기엔 한국의 창업환경이 나을 수도 있다.

또, 업종에 따라 한국에 본사를 두고도 해외 지사나 파트너를 통해 해외 매출을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으니 꼭 플립이 유일한 답은 아니다. 회사 구조에 앞서 사업성이 제일 중요한 법이다. 예를 들어 한국의 디지털 광고 스타트업 K사는 한국에서 창업 후, 동남아 진출에 뜻을 같이한 국내 VC S사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싱가포르로 플립을 한 경우다.

둘째, 한국 투자가 외에 해외 투자가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고자 할 경우, 한국 본사로 해외 직접 투자를 받기가 어렵다. 해외 투자자 입장에선 한국 법인 투자 시 한국 내 규제 리스크, 관련 규정에 대한 조사, 투자 시 외환거래신고, exit 시 환 리스크 및 tax 문제 등 불필요한 기회비용이 많이 발생한다.

억불 단위의 유니콘 스타트업 투자나 Buy-out성 PEF 투자가 아닌 몇 백만불 단위의 일회성 투자는 해외 투자가 입장에선 시간낭비가 된다. 다만, 처음부터 한국 투자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한국계) 해외 투자 펀드나 공식적인 투자 대상 지역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는 일부 해외 투자펀드는 가능하다. 또한 해외 투자 유치 장점 외에, 향후 Exit 시에도 해외 주식시장 상장, 해외 기업들과의 M&A 등 한국 내부에서 보다 훨씬 다양한 기회가 있다.

셋째, 한국에서 법규상 사업하기 어려운 서비스라도 해외에선 합법적으로 문제없이 가능한 경우, 최초기반 기술개발은 한국에서 시작했더라도 본격적인 서비스는 해외에 본사를 두고 시작하는 게 좋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동남아에서 차량 공유서비스를 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 M사가 좋은 예다. 또 얼마 전까지 한창 뜨거웠던 한국 블록체인 업체들의 ICO도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진행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 언제 필요할까?

플립의 최적 시기에 대한 질문은, 마치 ‘골프’를 언제 시작하는 게 좋겠느냐는 질문과 비슷하다. 이왕에 골프를 할 거면 빨리 시작할 수록 돈 버는 거라는 얘기를 많이들 한다. 나이 먹고 늦게 시작하면 기회비용이 늘어나고 실력 향상도 더디기 마련이다. 플립이던 골프던 시작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실행은 빠를수록 좋다.

어느 정도 자리잡은 한국 중소벤처,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 증권거래소 SGX에 상장을 하고자 필자를 찾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해외 상장을 위해 뒤늦게 본사를 싱가포르로 ‘형식적’ 플립을 할 경우, 기존 한국 주주들에게 세금이 크게 발생하는 걸 알고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금까지 유일한 SGX 상장 사례였던 한국 IT기업 O사의 경우, 2005년 싱가포르로 공식 플립을 한 후, 싱가포르 현지 벤처캐피털로부터 싱가포르 법인에 pre-IPO 투자를 받아 그 자금으로 세금 및 상장 비용을 충당하기도 했다.

◇ 사전에 뭘 체크해야 하나?

무엇보다 위에 언급한 플립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자기 점검이 필요하다.

첫째, 자신들이 준비 중이고 개발 중인, 혹은 이미 국내 시장에 제공 중인 제품이나 서비스가 정말 글로벌 비중이 높아져서 본사를 해외로 옮겨야 할 정도가 될까? 글로벌 매출 비중이 아주 크지 않을 것 같으면 차라리 해외 영업인력을 확대하거나 해외 영업 거점을 마련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둘째, 어디로 플립할 것인가? 싱가포르로 플립 하겠다는 업체들에게 늘 물어보는 질문, “그런데 왜 하필 싱가포르인가요?” 현재 한국 스타트업들이 현실적으로 진출 가능한 해외 시장은 아마 미국, 동남아, 유럽 정도일 거고, 그 중에 동남아가 가장 만만해(?) 보여 그 거점으로 싱가포르를 염두에 두는 업체들이 많은 것같다.

하지만 정말 유니콘의 꿈이 있고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면, 싱가포르가 아니라 스타트업의 본진인 미국으로 가는 게 맞다. 미국으로 플립 할 엄두는 안 나지만 그래도 뭔가 글로벌 진출 모양은 내고 싶어서 싱가포르로 플립을 고려한다면, 좀 더 조사해보고 고민해 볼 것을 조언한다.

특히, 해외진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비용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출장 가서 만난 현지 투자가가 권유해서, 현지 에이전트가 도와준다고 해서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않기를 바란다. 동남아가 주력 시장이 될 경우, 중국을 주력시장으로 하고자 싱가포르를 레버리지 하고 싶을 경우, 싱가포르 스타트업이지만 미국 시장 진출도 가능한 경우라면 싱가포르 플립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셋째, 플립을 한다고 현지 투자가로부터 투자를 받을 준비가 된걸까? 플립을 했다 해도, 이제 겨우 최소한의 기본 요건을 충족했다는 정도. 이젠 같은 지역에 있는 투자자로부터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받아야 하므로, 플립 후 필요한 요건을 현실적으로 맞출 수 있을 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플립을 해서 법적으로 본사는 싱가포르 법인이고 기존 한국 법인은 자회사가 되었다 해도, 싱가포르 법인 그 자체로 평가받으려면 자회사 가치 외에도 싱가포르 법인 내에 평가받을 자산이 있어야 한다. 당연히 현지 인력도 있어야 하고, 경영진 대부분은 당연히 싱가포르로 이주해야 되고, 주요 자산이나 IP(지적재산권)도 보유해야 하고, 매출도 싱가포르 법인에서 주로 발생해야 한다.

물론 초기엔 페이퍼 컴퍼니 수준이겠지만 이런 계획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야 투자 검토 대상이 된다. 실질적인 본사는 여전히 한국인 채 싱가포르엔 투자 유치를 위해 형식적인 본사만 만들 경우는 투자 대상이 안될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VC 펀드 대부분은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조성된 펀드이기 때문에, 실제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이 동남아 시장이거나, 매출이 다른 시장에서 발생할 경우라도 실질적인 본사는 동남아에 존재해야 한다.

넷째, 어쩌면 가장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인데, 플립 시 발생할 수 있는 한국 법인 주주들의 양도세 문제를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플립을 할 경우, 기존 한국 법인 주주 입장에선 새로 만들어지는 해외 법인 신주를 새로 받는 대신, 기존 한국 법인 지분을 해외 신설 법인에게 매각하는 셈이 된다.

주식 스왑으로 인해 실제 내 손에 쥐는 현금이 없다 해도, 한국 세법 기준으로 양도 차익이 발생할 경우 그에 대해 현금으로 양도세를 납부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통상 유상증자 시 거래 가격이 아닌 최근 시장 거래가나 구주 거래 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를 하고, 이도 없으면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른 비상장 주식 평가 방법’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보통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과세 가능성과 과세 금액도 커지게 된다.

다섯째, 기존 주주들간 이해 관계 상충을 조율해야 한다. 해외로 플립을 하게 되면 기존 주주들은 해외투자를 해서 해외법인의 지분을 취득하는 셈이 되고, 이는 관계당국에 신고가 되어 관리 대상이 된다.

이를 꺼려하는 개인주주가 있을 수도 있고, 주주가 한국 VC 펀드일 경우 펀드 규약 상 해외투자가 불가한 경우도 있다. 또한 플립 하는 대상국의 회사법과 세법이 한국과 다르므로 이에 대한 이의가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VC 펀드의 경우 한국에서 보통 RCPS(상환전환우선주)로 투자를 하는데, 플립 하는 대상 국에서 발행하는 주식의 권리관계가 이와 다를 수도 있다.

플립을 하고 나면 한국법인은 법적으론 해외에 본사가 있는 한국 내 자회사일 뿐이다. 마치 마이크로 소프트 한국법인처럼. 이 경우 해외 법인으로 분류되어 한국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을 잃거나, 기존에 받은 지원 혜택이 취소될 가능성도 있으니 관계 부처를 통해 사전 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

◇ 구체적인 플립 절차는 어떻게 되는가?

크게 보면 기본적으로 세 단계가 필요하다. 우선 플립 하려는 대상국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야 하고, 그 다음엔 이 현지 법인이 신주를 발행해 한국의 기존 주주들이 기존 지분율 대로 이 신주를 인수하게 하고, 마지막으로 현지 법인이 기존 한국 법인의 주주들로부터 한국 법인 지분을 100% 인수하면 된다.

각 단계에 맞춰 그에 필요한 전문가와 전문기관을 통해 진행하면 되는데, 탐색비용과 기회비용을 줄이기 위해선 서비스 비용을 따지기 보다 담당자의 실제 실무 능력과 과거 트랙 레코드를 중요하게 봐야 한다. ‘잘 할 수 있다’와 ‘잘 한적이 있다’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얘기다.

글로벌 로펌 Duane Morris & Selvam 싱가포르 오피스에서 근무 중인 김성희 변호사에 따르면, 해당 플립 진행을 위해 기본적으로 준비해야 할 서류 목록 및 검토해야 할 법률 사항으로는, (1) 싱가포르 법인의 설립, (2) 주식 맞교환 계약서, (3) 해당 싱가포르 법인의 주주간 합의서, (4) 주주간 합의서와 결을 맞춘 법인 정관, (5) 이에 필요한 각종 결의서(결의안) 및 (6) ACRA 라고 하는 싱가포르 정부 기관에 접수/업데이트 진행 등이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은 일반적인 플립 구조와 절차일 뿐이며, 플립을 고려하는 회사의 사정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나올 수 있다. 그러므로 현지 전문가와 함께 각 회사에 맞는 적절한 구조를 찾아야 한다. 또한 법적 플립 이후 실질적인 플립이 이뤄질 때까지 시간, 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시행착오도 발생하게 되므로, 사전에 주요 구성원들간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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