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현장 인터뷰 – ‘Singapore Startup 업계의 한국인을 찾아서’> Asia Top-tier Digital Wealth Management Platform, ‘Endowus’의 ‘이주원’ 최고기술책임자(CTO) 편.

작년부터 한국 스타트업 업계는 혹한기다 냉각기다 말도 많고 우울한 뉴스들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10여년간 이어 온 성장이 여기서 꼭지를 치고 이제 내려갈 일만 남은 걸까요? 아니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가기 위해 꼭 필요한 몸살일까요?

질적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 중 하나가 해외 시장 진출입니다. 그 동안 적지 않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미국 등 해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거나 현지 창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벤치 마킹 하기 좋아하는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에 비하면 아직도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많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 스타트업을 기대하고 응원하게 됩니다.

그 차원에서 필자는 동남아 진출을 고민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위해 싱가포르 진출 방식과 유의할 점들에 대해 몇 차례에 걸쳐 설명을 드린 바 있습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현지 법인 설립을 통한 진출, 아예 본사를 옮기는 플립, 그리고 현지에서 직접 창업하는 세가지 방식이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각각의 방식으로 실제 싱가포르에 진출하거나 창업한 한국·한인 스타트업은 실제 어떻게 사업을 하고 있을까요? 그래서 매월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싱가포르 스타트업 업계 내 한국분들을 직접 만나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달하려고 합니다.

제일 먼저 떠오른 곳은 ‘인다우어스’ 라는 싱가포르 1위 디지털 자산 운용 플랫폼입니다. 해외에서 일하던 한인들이 싱가포르 로컬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만든 스타트업으로서, 공동 창업자와 CTO가 한국인이면서도 싱가포르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성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 중인 점, 해외 유명 투자기관으로부터 펀딩도 수 차례 받는 등 차기 유니콘 후보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본인과 회사 소개를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이주원이라고 하고, Endowus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CTO를 맡고 있습니다. 어릴 때 집이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고, 호주에서 정보기술(IT)전공으로 대학을 마친 후 글로벌 IB(Investment Bank)인 맥쿼리와 UBS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10여년 전 싱가포르로 transfer됐습니다. 이후 골드만삭스 싱가포르에서도 개발자로 일하다 Robo Advisor 비즈니스로 알려진 Digital Asset Management Platform에 관심이 생겨 지금의 Endowus로 합류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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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서 두번째 Endowus 이주원 CTO(사진 = 필자 제공)

우리 회사는 모건스탠리 자산운용 아시아 대표를 했던 Samuel Rhee님과 싱가포르 금융권 전문가들이 2017년에 설립한 핀텍 스타트업입니다. 처음엔 여느 Robo Advisor 업체들처럼 싱가포르 리테일 고객들이 본인 자산을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편리하게 운용할 수 있도록 돕는 서비스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보다 다양한 자산군으로 상품을 확대해 궁극적으론 Asia Top-tier Digital Wealth Management Platform으로 자리 매김 하려고 합니다. 특히 저희는 싱가포르의 국민연금 격인 CPF(Central Provident Fund Board)를 이용한 가입자들의 투자 과정을 전면 자동화했고요. 싱가포르 CPF 가입자들이 모바일 앱으로 본인 연금의 일정 부분을 저희 플랫폼을 통해 자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게 하는 유일한 디지털 플랫폼이 됐습니다.

이에 힘입어 저희 AUM은 현재 S$4b 정도까지 성장했습니다. 더욱이 최근엔 홍콩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고 (3월 오픈 예정), 자체 한국인 네트워크와 투자사인 삼성 벤쳐스의 노하우 및 네트워크를 레버리지 삼아, 한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 성장성을 높게 본 글로벌 투자자들이 관심을 많이 가져 주셔서, Softbank Venture Asia, Lightspeed Venture Partners로부터 시리즈 A 펀딩을 했었고, 이 후 UBS 및 싱가포르 통신사 Singtel, 한국의 삼성 벤처스로부터도 추가 펀딩을 진행했었습니다.

 

Q: 회사에 한국인들은 몇 명이나 있고, 어떻게 모이게 됐나요?

한국 분들은 저를 포함해 현재 7명 정도 있습니다. 모이게 된 계기는 각자 조금씩 다른 데요. 아무래도 제가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알게 된 분의 소개로 한국인 개발 팀장님을 모셔왔고, 그 분이 마침 전 직장 한국 동료분까지 소개해서 그 분도 같이 일하게 된 경우가 있습니다. 가족 전체가 싱가포르로 이민 온 후, 우연히 저희 회사에 대해 알게 돼서 입사한 분도 있고요. 이런 식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다양하게 모이게 된 것 같습니다.

 

Q: 한국에서 한국 스타트업을 직접 경험하진 못하셨지만, 싱가포르에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들과 교류가 있었을 텐데요. 한국 스타트업들이 싱가포르 스타트업들과 어떤 부분에서 달라 보이던가요?

싱가포르 진출을 생각하고 있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경우, 특히 핀텍 업체들은 크게 두가지로 나뉘었던 거 같습니다. 첫째, 싱가포르의 잘 정비 되어있는 금융 및 블록체인 관련 규제 환경을 레버리지 삼아 해외 성공 레퍼런스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정부차원의 사업 정당성을 빠르게 인정받은 후 제품 개발에 집중하고 싶어하는 분들. 둘째, 동남아 시장 진출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싱가포르를 일종의 교두보로 생각하는 스타트업들.

주로 이렇게 싱가포르의 외적 환경을 활용하려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많이 봐서 그런 지, 싱가포르 내수 시장을 보는 관점이 싱가포르 로컬 스타트업들과 크게 다른 듯합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들은 싱가포르 시장 자체도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나라가 인구는 작지만 전체적으로 국민들이 부유한 편이고, 또 국민들이 대체적으로 새로운 기술 기반 플랫폼에 많이 열려 있는 편이거든요.

이 부분 외에 또 다른 차이점을 찾자면, 싱가포르 스타트업들에 비해서 한국 스타트업들이 한국 정부로부터 여러 지원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싱가포르 법인 설립부터 심지어 사무실 임대까지 다양한 지원들을 코트라나 중소벤처기업부 같은 정부기관에서 제공한다고 들었습니다. 싱가포르도 찾아보면 스타트업들에 대한 혜택들이 있기는 하겠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에 비해 많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Q: 회사에 한국 개발자들도 있나요? 경험해 보니 한국 개발자들이 싱가포르나 동남아, 인도 개발자들과 비교해 어떤 장단점이 있다고 보나요? 한국 개발자분들이 겪는 애로 사항이 있다면?

우리 회사에도 한국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싱가포르에 있는 한국 개발자들이나 중국 본토에서 온 중국 개발자들이, 로컬 개발자들이나 인도 개발자들에 비해 영어 구사 능력에서 일정 부분 뒤처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개발 능력이나 근무태도, 협업능력 같은 부분이 이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한국 개발자들의 경우 싱가포르라는 타지에서 본인들의 실력을 증명해야 이곳에 오래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더 절박한 심정으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싱가포르가 외국인 고용에 많이 열려 있는 편이기는 해도, 지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내국인 고용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취업비자(Employment Pass)를 받아 일하는 대부분의 싱가포르 한국 개발자들은 고용 계약에 민감할 수밖에 없죠. 자칫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라도 되면, 다음 직장을 찾아 취업비자를 받을 때까지 한달의 여유 밖에 없거든요.

싱가포르는 채용과 해고가 무척 자유로운 편이라서, 외국 피고용인 입장에선 늘 이런 스트레스를 끼고 살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인 특유의 민첩함과 성실성을 무기로, 로컬 개발자들이나 외국 개발자들 사이에서도 잘하고 있는 개발자분들을 주변에서 많이 봅니다.

 

Q: 싱가포르 스타트업계에서 한국인 커뮤니티가 따로 있나요? 없다면 이유가 있을까요?

업종, 대학동문 등에 따라 이런 저런 사적 모임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일단 저도 싱가포르 테크 업계에 계시는 한국 분들이 모여 있는 작은 커뮤니티에 참여해, 가끔 오프라인 미팅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 것 외에 딱히 공식 기관에서 주관하는 스타트업 업계 한국인 커뮤니티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아마 다들 일하느라 너무 바빠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조금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Q: 싱가포르가 동남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스타트업 허브 도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경험해 보시니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이나요? 한국 스타트업들이 진출할 만한 시장이라고 보나요?

싱가포르는 일찌감치 정부 주도 하에 금융 친화적이고 기술 친화적인 정책들을 많이 펼쳐왔기 때문에, 제가 처음 싱가포르에 왔던 2013년과 비교하면 현재 싱가포르 금융과 테크 생태계는 양과 질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뤘다고 봅니다.

싱가포르 스타트업 생태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국 ‘실리콘밸리’ 만큼은 아니겠지만 아시아의 ‘실리콘밸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스타트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성공을 목표로 경쟁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싱가포르라는 나라 자체가 동남아시아의 ‘강남’ 같은 이미지여서 그런지,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국가에서 뛰어난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고 있어요. 그런 면에서 제가 볼 때, 싱가포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이런 국제적인 인재 Pool에 접근 할 수 있고, 이런 활력 넘치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는 점 같습니다.

싱가포르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도전해 볼만한 시장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의 해외 진출 대상 국가 옵션들 중에서는 특히 더 시도해 볼만한 곳 같습니다. 얼마 전 한 한국 스타트업 대표분이 동남아시아 한 국가에 진출 하셨던 이야기를 공유했는데요. 현지에서 성공적으로 회사를 키워 놨지만 나중에 현지인들에게 빼앗길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늘 안고 산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달리 싱가포르는 정치 환경이 굉장히 안정적이고, 정책이나 법률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고, 국가 신용도까지 매우 높은 편이라 그런 종류의 불안감 없이 사업에만 오롯이 집중해도 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현지인 채용 시 한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를 각오해야 하지만, 동시에 굉장히 유연한 노사관계를 가져갈 수 있고 능력위주의 채용문화가 잘 정착돼 있어 상대적으로 높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듭니다.

 

Q: 한국에서만 IT 사업을 하는 이들의 선입관 중 하나가 싱가포르나 동남아 국가들의 IT 인프라나 기술 수준이 한국에 비해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한국에서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가면 성공 확률이 높을 거라는 건데요. 그간 경험하신 바로 싱가포르·동남아의 IT 기술 수준이나 개발자 역량이 한국에 비해 어떤 수준인가요?

최근 몇 년간 탄생한 한국 유니콘들을 보면 굉장히 인상적인 게 사실입니다. 배달의 민족, 토스, 쿠팡 같은 기업들이 그 정도 규모의 사업을 단기간안에 성공시킨 것을 보면, 자세히 들여보지 않아도 얼마나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지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실제로 이런 유니콘급 회사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경험해본 한국 개발자분들이 싱가포르 스타트업에 와서 보면, 기술적 챌린지가 조금 약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면에서 한국 IT 업계의 기술력이나 IT 인프라가 더 앞선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온라인 뱅킹을 할 때 겪는 불편함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 기준에서 볼 때도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의 원시적인 부분들이 아직 있는 게 사실이거든요.

그리고 개발자분들도 한국에서 많이 보편화 되어 있는 늘 쓰던 개발 기술만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는 경향이 큽니다. 싱가포르 개발자들에 비해 기술 능력의 다양성이 조금 떨어지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이런 현상에 대한 이유를 많은 부분 영어에서 찾는데요. 보편화된 기술 스택을 제외한 다른 프로그래밍 언어나 기술 프레임워크의 경우, 해외에서는 관련 커뮤니티가 커지면서 실제 업무에까지 적용돼 잘 쓰이고 있는 사례가 많이 나옵니다.

반면, 한국에선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습니다. 대부분의 새로운 기술들은 성숙화 되기까지 영어만으로 커뮤니티와 소통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부분들은 오히려 싱가포르에 있는 개발자 분들이 더 빨리 접하고 익숙해질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Q: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진출을 추진하거나 귀사와 협업을 요청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을 많이 봤을 텐데요, 이들이 싱가포르로 진출하려는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Fintech Festival이나 Token2049같은 싱가포르의 큰 핀텍 스타트업 행사에 참여하는 한국 스타트업들 중에 해외 벤처캐피탈(VC) 투자를 타진하는 곳들은 많이 봤는데, 실제 법인을 설립해 현지인 채용까지 계획하는 곳은 그렇게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중 실제 사무실까지 내고 인력 채용까지 하는 적극적인 한국 스타트업들의 목표라면 보통 세 가지 정도로 정리 가능할 것 같습니다.

첫째, 싱가포르의 잘 정비돼 있고 기업 친화적인 규제 프레임워크 장점을 통해 해당 사업의 규제적 정당성을 인정받은 후, 그걸 토대로 해외 사업을 해보자(특히 블록체인-암호화 화폐, 핀테크). 두 번째,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같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역할로 쓰자. 셋째, 부자나라 싱가포르에서 로컬 마켓을 대상으로 여기서 뭔가 승부를 보자. (이런 케이스는 사실 그리 흔치 않습니다.)

왼쪽에서 세번째 Endowus 이주원 CTO(사진 = 필자 제공)<br>
왼쪽에서 세번째 Endowus 이주원 CTO(사진 = 필자 제공)

Q: 싱가포르 진출을 고려하는 스타트업들이 기대하는 부분들 중 하나가 현지에서의 펀딩같습니다. 귀사는 유명한 글로벌 VC들에게 성공적으로 펀딩을 했는데, 싱가포르 법인으로서 favor가 있었다고 생각하나요? 똑 같은 모델과 법인이 한국에 있었어도 그런 글로벌 펀딩이 가능했을까요?

해당 스타트업이 속한 업종이나 대상 시장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규모의 경제가 필수인 일반적인 소비자대상(B2C) 사업이라면 싱가포르에 법인이 있다고 펀딩에 꼭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 Endowus같은 핀테크 업체는 싱가포르에 법인을 두고 있는 게 당연히 펀딩에 더 유리하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 중앙은행 MAS(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는 지난 10년이상 한결같이 핀테크 스타트업들에 대해 우호적이고 유연한 정책을 펼쳐 왔습니다. 규제당국의 정책 변동성이 매우 작고 기조에 늘 일관성이 있기 때문에, 핀테크 기업들에게는 장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들을 VC들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한국 시장 규제에 대해서 자세히 모르지만, 적어도 지난 몇 년간 한국 스타트업들과 교류하면서 느꼈던 건 한국 시장의 일관성이나 유연함이 싱가포르에 비해 나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Endowus의 큰 강점인 '일반 국민이 본인의 국민연금을 이용해 자본시장에 적절한 투자를 직접 할 수 있게 해주는' 민간 서비스가 한국에서도 가능할 지 의문입니다.

 

Q: 싱가포르에 현지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뭐라고 보나요? 이들의 시행착오가 새로 진출하려는 곳들에게 잘 전수되지는 않죠?

한국 기술 스타트업들 중에서 본사와 개발팀을 한국에 둔 상태로, 싱가포르에서는 영업이나 해외 사업개발만 하겠다는 곳들을 많이 봅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런 식으론 성공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개발한 제품을 싱가포르로 그대로 가지고 와서 성공한 사례를 아직까지 못 봤습니다. 싱가포르 시장이 가지고 있는 로컬 특성이 있으니, 이런 특성을 제품에 내재화한 후 Product Market Fit을 찾아가는 과정은 현지인으로 구성된 개발팀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이 어느 정도 데이터베이스화 되어 새로 진출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Q: 최근 몇 년간 싱가포르에 한국 민관 지원기관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눈에 띄는 기관들이 있나요? 이런 기관들과 협업을 하거나 도움을 받는 일들이 있나요?

코트라에서 정말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스타트업 경연대회에서 우승했던 한국 팀이 있었는데요, 그 팀도 대회에 참가하게 되었던 계기가 코트라의 주선이었던 것으로 들었습니다.

저희 Endowus도 한국 진출 검토할 때 코트라의 도움으로 서울시와 연결돼 여의도에 공유 사무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산업은행도 몇 년 전부터 싱가포르 지점에 스타트업 데스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싱가포르의 다양한 딜 소싱도 하고 한국 VC들과 싱가포르 스타트업 (또는 싱가포르 VC와 한국 스타트업)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Q: 끝으로 싱가포르·동남아 진출을 꾀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나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싱가포르는 높은 인건비와 물가때문에 초기 스타트업들에게는 쉽지 않은 시장일 겁니다. 그래서 철저한 준비와 많은 초기 투자를 필요로 하지만, 그만큼 성공적으로 정착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직간접적인 이익들도 상당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겠지만, 될지 안될지는 실제로 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초기엔 다양한 민관 지원기관들의 도움을 받아 싱가포르 행사 참여나 진출 지원을 받을 수도 있죠. 많은 조사 끝에 싱가포르 진출에 대한 결심이 섰다면, 실제 회사의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서 진지하게 싱가포르 시장에 뛰어 들어야 성공 가능성이 생긴다고 생각합니다. 

[K글로벌타임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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