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장점은 오랜 기간 쌓아온 “예측가능성”
한국보다 더 글로벌한 싱가포르 VC펀드 출자자
레퍼런스 시장으로서의 가치와 세계 최대 규모 시장의 사업 성과 가능한 게 이점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원대로 싱가포르 Wilt Venture Builder Pte. Ltd. 대표

[K글로벌타임스] 싱가포르 진출을 희망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현지에서의 투자 유치입니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선 한국 스타트업의 데모 데이(*주: Demo day- 초기 단계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 모델을 프레젠테이션 형태로 투자자 등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지금도 꾸준하게 열리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 들어 한국 VC(Venture Capital)의 싱가포르 진출도 급격히 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최근 싱가포르 VC 업계 얘기가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 있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과 싱가포르 양 시장에서 모두 벤처 투자 경험이 있고, 동시에 싱가포르 VC업계에 10년 이상 종사하면서,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테마섹 홀딩스에서 장기간 근무까지 해본, 삼박자를 모두 갖춘 벤처 투자 전문가 한상우 Cento Ventues 파트너. 싱가포르 VC업계에선 한국 하면 모두 ‘Sang Han’을 통해야 하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한상우 Cento Ventues 파트너 [사진=원대로]
한상우 Cento Ventues 파트너 [사진=원대로]

Q. 안녕하세요? 바쁘실 텐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히 본인과 회사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런 소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싱가포르에 소재한 Cento Ventues의 ‘한상우’라고 합니다. 저희 센토는 초기 단계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VC고, 저는 파트너로서 투자업무와 펀드(조합) 운용 관련 업무 전반을 맡고 있습니다.

센토에 합류하기 전까지 싱가포르, 미국 한국 등 여러 투자사를 거쳤고, 싱가포르에서만 20년 가까이 지내면서 직접 투자, 펀드 출자, 투자기업 밸류 업, 펀드 출자 유치 관련 일을 중점적으로 해왔습니다. 원래 대학 졸업 후엔 전공을 살려 소프트웨어 개발과 기획 업무를 했었는데요. MBA를 마치고 2000년대 초중반 우연히 VC업계에 발을 디딘 후, 운 좋게도 지금까지 VC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싱가포르의 과거와 현재를 20년 가까이 직접 경험하고 계신데요. 경험해 보시니 투자자 입장에서 싱가포르의 어떤 부분이 가장 큰 장점으로 보이십니까?

싱가포르의 장점은 오랜 기간 쌓아온 “예측가능성”(predictability)이라고 봅니다. 이건 전적으로 국가 신뢰도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즉, 싱가포르 금융, 법률, 행정 분야의 프로세스와 결과는, 노력하고 투입하는 리소스에 일관되게 비례한다는 겁니다.

벤처 투자는 수없이 많은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투자활동이다 보니, 펀드 운용상의 일관된 처리, 규제 환경의 투명성, 숙련된 서비스 제공자의 가용성 등이 중요합니다. 이 점에 있어 싱가포르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Q. 최근 홍콩, 중국 본토, 대만 등에서 고액 자산가들이 싱가포르로 대거 이동을 하고 있다던데요, 이에 따라 싱가포르 VC 투자업계나 스타트업계에 영향이 있나요?

저희가 조성하는 VC 펀드 때문에 투자자 미팅을 하다 보면, 싱가포르 Family Office(가문 자산 관리사) 중에 중국계 자본을 관리하는 곳이 늘어난 것은 분명히 맞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재산을 형성한 자산가의 경우, 싱가포르에서 추구하는 자산관리의 큰 방향은 주로 안전자산(부산, 국채, 채권) 위주로 운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실질적인 VC펀드 투자나 스타트업 직접투자는 아직까지 크게 드러나지 않는 모습입니다.

Q. 이 지역 스타트업 투자와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서 각각 어떤 섹터를 특히 관심 있게 보고 있나요?

저희 관심 투자 대상을 특정 섹터나 분야로 보기 보다, 테마로 설명드리는 게 더 쉬울 것 같습니다. 저희는 “Embedded Finance”라는 모델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핀테크 스타트업과 사업모델이 늘어나면서, 비금융 산업군에서도 Fin-tech의 혁신 포인트를 “체리피킹”하게 됩니다. 이때 나오는 기회들이 저희 ‘Embedded Finance’ 모델의 핵심 타깃입니다.

한 예로, 저희가 ‘FastJobs’라는 동남아 최대 블루칼라 구인구직서비스에 투자했습니다. ‘FastJobs’는 한국의 ‘알밤’이나 ‘알바천국’같은 서비스와 유사한데요. ‘FastJobs’의 주 비즈니스 모델은 원래 디지털 광고였습니다만, 여기에 덧붙여 블루칼라 구직자분들의 임금 가불 니즈를 해소해줄 수 있는 기회를 사업화하고 있습니다. 이 임금 가불 서비스를 통한 이자수익 창출이 위 ‘Embedded Finance’ 모델의 좋은 사례입니다.

Q. 한국과 싱가포르/동남아 양국에서 모두 VC 활동을 하셔서 아시겠지만, 이 지역 VC는 한국보다도 역사가 짧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VC의 특징이나 장점이 있을까요?

동남아시아, 특히 싱가포르 VC의 장점이라면, 이들은 미국, 이스라엘, 중국같이 역사가 더 오래거나 규모가 더 큰 국가의 VC 생태계와 지속적인 교류(현지 펀드 출자, 인력 파견, 인사이트 공유 등)을 해왔고, 이를 통해 벤처 투자 Know-how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동남아, 싱가포르 VC 펀드의 출자자들 유형이나 VC 인력들의 경력과 경험을 보면, 한국보다 더 글로벌합니다. 즉, 한국 스타트업들의 신규 투자 유치, 스케일업, M&A 시, 동남아, 싱가포르 VC를 레버리지 삼을 경우, 보다 다양한 글로벌 투자기관과 재원에 접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Q. 싱가포르/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는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와 어떤 부분에서 특히 다르다고 보십니까?

화교와 현지 문화/언어의 공존, 1차/3차 산업 중심의 구조, 불균형한 기업 지배구조, 인력 질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동남아 국가별 시장상황이 각기 다르다는 점과 규제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과 차이가 난다고 봅니다.

유럽과 비슷하게 동남아는 단일 시장이 아니고, VC 관점에서 유의미한 국가는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태국, 6개국뿐입니다만, 이들은 서로 천차만별입니다. 이렇게 닮은 듯 서로 다른 시장이라는 점이 동남아를 볼 때 아주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Q. IT 분야 벤처/스타트업에 주로 투자를 많이 하고 계신데, 싱가포르/동남아의 IT 시장 수준이나 잠재력은 어떤 것 같은가요? 한국 스타트업들이 진출할 만한 시장이라고 보시나요?

동남아 전체 시장을 놓고 보면, IT기술력, 서비스 인프라, 시장 성숙도 관점에서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뒤쳐져 보입니다. 동남아 기업과 산업의 Digital Transformation이 아직 본격적으로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 B2B IT솔루션과 서비스 부문의 시장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습니다.

이를 역으로 보면 신규 시장 개발 및 선점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지 고객사에게 현장 교육과 장기적인 사업 개발 전략 컨설팅이 필요한 상황이라, 한국 B2B 스타트업이 독자적으로 진출해 사업하기가 녹녹치 않습니다.

차라리 급성장하고 있는 B2C 서비스 분야(Fin-tech 세부 분야, digital wealth, new retail)에서 직접적으로 시장경쟁을 할 수 있거나, 또는 현지 B2C 사업자와 제휴할 수 있는 기술/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Q. 싱가포르 진출을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동남아 국가가 아닌 싱가포르 진출이 가지는 장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레퍼런스 시장으로서 가치입니다. 높은 투명성과 효율을 자랑하는 싱가포르에서 business traction 성과를 보였다면, 이는 높은 수준의 기술력과 상품성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은 셈입니다. 이를 통해 동남아 타 국가로 진출하거나 인도, 호주, 중국, 중동, 유럽, 미국 시장 등 글로벌 진출 시 유의미한 교두보 역할이 가능합니다.

두 번째는, 세계 최대 규모 시장(중국+인도+동남아)의 일일 활동 반경 내에서 사업성과를 빨리 입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과 유럽에 진출하는 데 비해, 상대적으로 단 기간 내에 효율적인 리스크 관리 및 매출 창출이 가능한 Test Bed 시장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Q. 한국에서 싱가포르 진출을 추진하는 한국 스타트업에 대해 투자 검토도 하고 멘토링도 많이 하셨을 텐데요. 이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보게 되는 아쉬운 부분은 뭔가요?

최근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볼 때, 다방면으로 레벨업이 된 모습이 보여 특별히 아쉽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선할 여지가 있는 부분은, 해외 투자사 접촉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국내 VC나 시드/엔젤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은 이미 직간접적으로 외국 투자자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예를 들면, 기존 주주 VC 심사역의 개인 네트워크, 기존 주주 VC의 공동 투자 네트워크, 또는 VC 펀드의 해외 LP 네트워크 등.

이런 네트워크를 통해 외국 투자사를 소개받는 방법을 아는 한국 스타트업이 아직까지는 별로 없더라고요. 이 점을 개선하면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해외 투자 유치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한상우 Cento Ventues 파트너 [사진=원대로]<br>
한상우 Cento Ventues 파트너 [사진=원대로]

Q. 싱가포르 진출을 고려하는 한국 스타트업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아마도 싱가포르 현지에서의 펀딩 가능성일 것같은데요. 싱가포르 현지 VC로부터 펀딩이 가능하려면 뭘 갖춰야 할까요?

투자사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부문에 차이가 있겠습니다만, 대체로 싱가포르 VC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가시적인 영업지표과 이런 영업지표의 성장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주로 시리즈 A단계의 early stage 투자를 하는 VC지만, 저희가 투자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건 매출과 이와 연관된 영업적인 지표입니다. 회사라는 게 궁극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부분은 한국이나 동남아나 이의가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스타트업이 싱가포르 현지 VC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서도 매출과 같은 근본적인 지표에 신경 써야 합니다.

Q. 싱가포르 VC들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에도 관심이 있습니까? 있다면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을까요?

싱가포르에서 활동 중인 한국 스타트업은 매력적인 초기투자 대상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등 대형 VC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큰 규모의 투자를 꾸준히 집행하는 것만 봐도, 현재 한국 창업 생태계를 바라보는 관점이 긍정적이라는 걸 알 수 있죠.

Q. 싱가포르/동남아 진출을 꾀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이나 한국인 창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동남아 시장을 바라보는 관점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동남아 시장의 잠재성을 논할 때 흔히 인구 규모와 도시화 진행율을 얘기하는데요, 저희와 같은 VC입장에서 볼 때, 동남아는 “7개 도시”가 가지는 시장으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년간 동남아에서 신규로 VC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들을 조사해 보니, 99%가 싱가포르, 자카르타, 쿠알라룸푸르, 마닐라, 방콕, 호치민, 하노이, “7개 도시”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게 뭘 시사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남아에서 스타트업이 매출을 창출한다고 할 때, 한국처럼 “전국” 단위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려는 것보다, “하나의 도시 “, 심지어는 “한 도시 내 한 구역”에서 가시적인 영업 성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한 milestone이 아닐까 싶습니다.

Q. 싱가포르 스타트업계에서 한국인 커뮤니티가 따로 있나요? 필요성을 느끼십니까?

한국 기관 몇 곳에서 구심점이 되어 활동하는 경우를 몇 번 봤습니다만, 아직까지는 요원한 상황입니다. 있으면 좋을 것같습니다만, 동남아에서 한국인 커뮤니티를 만들기에 앞서, 기존 동남아 현지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생활인으로서 개인적 계획이 있다면?

물리적으로 오랫동안 살고 있는 건 맞지만, 싱가포르에서 아직도 매일 새로운 걸 발견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동남아를 알아가는 노력을 더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저보다 더 오래 살고 계신 교민분들, 싱가포르로 진출하는 스타트업 및 VC분들과 싱가포르 로컬 네트워크를 이어주는 역할을 더 잘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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