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글로벌타임스] ‘기회의 여신에게 뒤통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이미 기회를 발견했을 땐, 기회의 여신이 떠나갔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기회는 늘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다. 메타버스의 시장 잠재력을 판단한 살린(대표 김재현)은 오랜 시간 숨죽인 채 기회의 여신이 다가올 날만 기다린 메타버스 전문 스타트업이다.

글로벌 기업 소프트뱅크가 점찍은 살린은 맞춤형 메타버스는 물론이거니와 마치 상점처럼 기업 및 기관이 입점하는 형태의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나날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재현 살린 대표는 ‘인내’의 노고를 성공의 첫 단계로 꼽는다. 이미 활짝 열린 시장에서 스타트업이 차지할 수 있는 파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열리지 않은 시장의 무한한 잠재적 성장을 믿고 그 문 앞에서 ‘인내’하며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준 살린에 기회의 여신이 찾아왔다. 맹수일수록 먹잇감을 향해 바로 뛰어들지 않는 듯, 살린 역시 그러하다. 메타버스 시장이 열리기를 인내한 끝에 달콤한 성취를 맛본 살린. 살린은 다양한 산업으로 메타버스 서비스를 확장시키며. 나아가 메타버스라는 세렝게티의 우두머리가 되고자 한다.

 

김재현 살린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김재현 살린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K글로벌타임스]

 

Q. 살린은 어떤 기업인가요? 또 주요 서비스 분야는 무엇인가요?

살린은 2014년에 설립돼 두 단계로 나눠 비즈니스를 전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2016~2018년 사업 초기로, VR 기기 또는 스마트 글라스 기반으로 소셜 TV 플랫폼을 개발했습니다. 2019년부터 이 플랫폼으로 PC, 모바일 기기에 확장해 적용했으며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금도 꾸준히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배경이 있습니다. VR 등 스마트 글라스 시장이 상용화 예상보다 많이 늦어지더군요. 수평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방법을 찾다가 메타버스로 눈길을 돌렸죠. 주요 비즈니스 형태는 B2B로, 각 기업의 메타버스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있어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현재 저희 플랫폼은 동기화, 저지연 전송 및 Web/App Hybrid Client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했으며, 3건의 관련 특허를 보유 중입니다.

현재 살린의 플랫폼은 3종으로 분류됩니다. 첫 번째는 소프트뱅크, 삼성화재, 경상북도 등 기업 및 기관별 요구사항에 플랫폼을 맞춤 제공하고 있는 EpicLive고, 두 번째는 숭실대, 아리랑TV, 서울과기대 등 기업 및 기관이 살린 플랫폼에 입점해 사용하는 ReadyPlay, 그리고 마지막은 올여름에 신규 출시한 GoVent입니다. GoVent는 Web을 기반으로 하는 SaaS 플랫폼으로, 일본 파트너사와 협력해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입니다.

 

Q. 매출이 3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눈에 띄게 증가하며 급성장을 하고 있습니다. 매출 증대의 전략으로는 무엇을 꼽으시나요?

7년 만에 기업이 10배가량 성장했습니다. 매출뿐만 아니라 직원 수, 고객 수 역시 마찬가지고요. 특히 고객 수는 20배 정도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급성장의 배경으로는 메타버스 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메타버스 붐이 일어나기 전부터 메타버스 시장 진입을 위한 준비를 끝마쳤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시장의 문이 활짝 열리면서 살린 역시 함께 성장했고요.

 

Q. 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요?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아직 정립되기도 전엔 2016년 후반, 1인 및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24%를 넘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향후 1인 및 2인 가구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판단했고, TV 스크린 시장 역시 점점 커지고 있지만 1인 및 2인 가구의 집은 작아지지 않을까 예상해 VR의 장점을 살리고자 했죠.

가상공간에서 100인치 이상의 스크린을 통해 고화질의 동영상을 시청할 뿐만 아니라 같은 공간에 있지 않은 친구, 연인과도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함께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이후 곧바로 플랫폼 연구·개발(R&D)에 착수했죠. 이러한 비즈니스가 곧 메타버스라고 통칭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정확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아 다자가 아바타로 참여해 서로 소통하는 소셜 VR 서비스라고 칭했습니다.

그리고 때마침 5G 서비스를 개시하기 시작하던 국내외 통신사에서 저희의 플랫폼에 대한 소개와 제안을 했고, 이후 둑 터지듯 비즈니스 기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또한, 일본 소프트뱅크의 오픈이노베이션에 참여하면서 소프트뱅크가 저희 플랫폼을 선택했고, 2년간의 PoC 및 검증을 통해 2020년 소프트뱅크가 저희 플랫폼을 이용하여 일본 내 5G VR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됐고, 그와 함께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습니다. 이에 살린은 기업 및 기관들의 웹 및 앱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요청을 받게 됐는데요. 좋은 기회였죠. HMD 기반에서 모바일 및 PC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 사업과 자체 메타버스 서비스로 확장하게 됐고 서울관광재단, 경상북도 등의 지자체와 삼성화재, 삼성생명, LG전자 등의 대기업과 협업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는 기존 앱 기반 플랫폼을 웹 기반 3D 플랫폼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기업들이 다양한 마케팅 활동에 살린의 Web 3D 플랫폼을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의 펫 커뮤니티 서비스 'ㅇ모ㅇ모' 관련 이미지.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의 펫 커뮤니티 서비스 'ㅇ모ㅇ모' 관련 이미지. [사진=삼성화재]

 

Q. 대기업과 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가 기억에 남습니다. 2017년 10월에 오픈이노베이션을 신청했는데, 선정되기까지 무척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발표까지 8개월 정도 걸렸으니까요. 서비스를 상용화한 시점은 2022년 5월이었고요. 우리나라는 무엇이든 빨리빨리 하는 문화가 자리 잡혀 있는데, 이러한 문화 차이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첫 해외 고객사라는 점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국내 사례로는 삼성화재가 인상 깊었습니다. 재작년에 삼성화재가 메타버스 관련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그래서 삼성화재의 서비스와 메타버스를 접목시킬 때,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더 많은 이들이 관심을 끌게 될까 고민했죠. 그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삼성화재 펫 커뮤니티 ‘O모O모’입니다. 세로로 보면 ‘멍멍’이라고 읽히죠. 이는 펫 커뮤니티이자 펫 보험 플랫폼이기도 한데요. 사용자들이 메타버스에서 자신의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아바타로 선택해 같은 종을 키우는 사람끼리 정보를 공유합니다. 호응도 무척 좋습니다. 이러한 펫 메타버스는 삼성화재가 국내 최초입니다.

 

Q. 살린의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을 듯합니다. 일단 살린은 게임 개발이나 제작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서비스를 제작하고 관리하지 않습니다. 게임이 가상공간이 있고 아바타가 있다 하더라도 메타버스와 완전히 다른 분야로 본 셈이죠. 게임 산업만 하던 인재는 메타버스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는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극대화해야 하는데, 이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안 맞는 것이죠.

웹 및 앱은 2차원 서비스입니다. 평면을 기반으로 하는데요, 저희는 동영상이든 이미지든 3차원 온라인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렇기에 기획 및 디자인도 2차원 기반으로 하지 않습니다. 오로지 3차원 기반으로 기획과 디자인을 진행하죠. 이는 무척 달라요. 그 때문에 관련 업종 타 회사에 비해 기획자나 디자이너가 월등히 많습니다. 즉, 메타버스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은 구성원들이 살린의 대표적 장점입니다.

그다음은 기업의 시스템에 저희의 플랫폼이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앞서 말한 장점과 이어지는데요. 게임만 개발한 이들은 기업의 보안 시스템이나 대응 방면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낮은 편입니다. 만일 금융업계와 저희가 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금융업계가 최상위로 두는 조건이 무엇일까요? 바로 보안입니다. 그런 면에서 살린의 모든 구성원은 이해도가 아주 높죠. 그렇기에 맞춤형 플랫폼을 서비스할 수 있는 것이고요.

마지막은 여러 일을 해본 경험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술 역량입니다. 그래야 다양한 문제 상황에서 즉각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에서 살린은 높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즉각 대응력에서도 상당 수준 올라서 있는 상태입니다.

 

Q. 현재 일본과 동남아 시장을 공략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0년 소프트뱅크가 살린 플랫폼 EpicLive를 이용해 일본 내 5G VR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서비스는 현재 진행형이고요. GoVent는 일본 파트너사와 협력해 일본 시장 공략을 준비 중입니다. ReadyPlay로 베트남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온라인 행사를 지원하고 있고, 태국 기업과 온라인 메타버스 콘서트도 준비 단계에 있습니다. 일본의 경우 공룡 기업인 소프트뱅크와의 협업 레퍼런스가 충분히 구축되어 있어 시장 진입에는 어려움이 없을 듯합니다.

 

Q. 베트남은 젊은 인구가 높은 ‘젊은 국가’입니다. 그런 만큼 메타버스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일 듯합니다.

제페토의 경우, 해외 사용자가 90%입니다. 베트남은 젊은 국가가 맞으나 5G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메타버스에 접속하기가 다소 어렵습니다. 하지만 익숙한 것만 사용하다 보면 분명 정체기가 옵니다. 예를 들어 줌(Zoom)과 비교해보면, 처음에는 줌으로 화상회의를 한다는 데 사람들이 익숙해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줌은 우리네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었죠. 그러다 보니 조금씩 단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근 메타버스와 줌을 비교하는 이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는 추세인데요. 물론 익숙한 서비스에서 낯선 서비스로 갈아타는 데에는 다양한 조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분명한 사실은 동남아 시장에서 메타버스는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이라는 점이에요. 저희가 먼저 시장을 개척하고 선점해서 대중에게 메타버스를 알려야 합니다. 그 역할을 살린이 하고자 하고요.

의외로 메타버스가 강점인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심리상담으로, 상담사와 대면을 하지 못하는 내담자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러면 줌을 통해 상담을 진행하죠. 그런데 줌은 녹화 중 채팅 기록이 저장되지 않아요. 상담에 있어 기록은 매우 중요하잖아요? 그래서 상담사가 매번 화면을 캡처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저희가 개발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그렇지 않습니다.

게다가 내담자 중 자신의 얼굴을 보이길 꺼려하는 분도 있어서 화상 카메라를 아예 끄고 시작하는 일도 부지기수입니다. 내담자의 표정을 보면서 상담을 해야 더 질 좋은 상담이 가능한 상담사 입장에서는 난처하죠. 이런 부분은 메타버스가 아바타로 치환해 다양한 이모티콘으로 내담자의 심리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심리상담소가 저희 메타버스 플랫폼에 입점해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시장을 개척하다 보면, 또 다른 길이 열리기 마련이지요. 최근에는 메타버스 아바타 오디션도 준비 중입니다.

 

Q. NIPA 지원사업을 진행하시면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으실까요? 또한, GIP 비대면 상담 서비스를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이용하셨는데요, 해외진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얻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최근 NIPA 지원으로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메타버스 글로벌 진출 프로그램 전시회에 갔습니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고민하는 부분이 전시회에서 어떻게 바이어를 발굴하고 이 관계를 유지시켜 현지 진출까지 가느냐인데요. NIPA 덕분에 고민의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NIPA 글로벌 ICT 포털을 통해 나라별 전문가와 컨설팅을 받으면서 시장 진입에 대한 인사이트를 배웠습니다. 또한, 전문가가 다양할 뿐만 아니라 많기 때문에 한 사람의 조언만으로 섣부른 판단을 내리지 않아도 되고요. 여러 전문가들의 조언을 귀담아들으면서 저희만의 레퍼런스를 쌓았던 듯합니다. 게다가 비대면으로 진행하다 보니 언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용이합니다.

저희가 2017년 프랑스 통신사 Orange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적 있습니다. 이를 통해 Orange의 일본 지사가 준비하고 있던 도쿄 데모 데이에 참가했는데, 때마침 소프트뱅크 담당자가 부스 방문을 했죠. 그때 소프트뱅크 오픈이노베이션 신청을 권유받아 소프트뱅크와의 인연을 오래 유지하게 됐습니다. 당시 Orange의 일본 지사에서 근무했던 임원이 AI 전문기업으로 이직한 후, GIP 비대면 상담 서비스의 컨설턴트로 등록되어 있어 자문을 받았고, 자문 과정에서 당사 제품에 높은 관심을 보여 일본 독점 판매 계약까지 하게 된 적도 있습니다.

단순 자문만 해주는 컨설턴트가 있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자국 내 파트너를 찾아 주거나 비즈니스 협력까지 노력해 주는 컨설턴트도 반드시 있습니다. 가능한 많은 컨설턴트와 지속적인 접촉과 자문을 요청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GIP 비대면 상담 서비스에 관심 있는 기업들에 해 주실 말씀이 있을까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제품과 가격 정책 및 국내 고객 사례가 확보된 상태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자사 제품에 관심을 보일 만한 국가를 파악하기 위해 컨설턴트의 자문을 활용하길 바랍니다. 즉, 집중할 국가를 선택 후 추가 컨설턴트를 접촉하는 방법이 매우 큰 도움이 됩니다.

 

Q. 앞으로의 해외 진출 계획이 궁금합니다.

일본과 동남아를 위주로 집중을 할 예정입니다. 향후 유럽 쪽도 진출 시도할 계획이고요. 또한, 올 11월에 아리랑TV와 함께 아바타 음악 오디션 시범 서비스를 런칭하는데요. 재미있는 일이 많았으면 합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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