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이정훈 핑거비나 대표이사

[K글로벌타임스] 베트남 한인회에서 말하길 베트남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 중 제일 중요한 것이 아프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병원비가 한국과 비교해서 엄청 높은 편이고, 한국 기준으로 이해되지 않는 비용까지 추가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병원 비용이 갑자기 변경이 된다거나, 문병인이 와서 함께 밤을 새우면 숙박비를 청구하거나, 병원비 선결제가 이뤄져야 한다. 결제 후에도 의사와 간호사 부족으로 긴 시간 대기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베트남 병원에는 환자와 환자의 가족들이 검진을 받으러 오는 경우가 많아 대기실과 복도, 계단까지 길게 대기 줄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덥고 습하기까지 해서 없던 병도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베트남 정부는 코로나19 펜데믹이 어느 정도 진정되고, 의료 서비스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면서, 2022년 이후 디지털 헬스케어 시스템 강화를 위한 세부적인 정책 목표를 수립하고, 기존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전자 처방전 의무화를 도입하는 등 본격적인 제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베트남 의료시장 진출에 한국 포함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 3시간 줄 서서 진료는 3분

이스턴 핀란드 대학교(University of Eastern Finland) 연구팀은 호찌민시에 약 120만 명의 주민이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이 가장 가까운 병원에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넘고, 가까운 동네 의원에 가려고 해도 15분 이상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트남 의료 서비스 산업은 공공 의료 서비스와 민간 의료 서비스로 나뉘며 각각 5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WHO의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총 1531개의 병원이 있으며 이 중 86%는 공립병원, 14%는 사립병원이다. 대부분의 대형 병원은 호찌민시, 하노이시, 다낭시 등 도시 지역에만 집중되어 있고 자격을 갖춘 의료종사자들도 도시 지역 근무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 지역에서 민간 의료 서비스의 질은 일반적으로 공공서비스보다 열악한 경우가 많으며, 농촌에 거주하는 의료 서비스 이용자들은 자격이 부족한 의사로부터 상대적으로 낮은 치료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통계 조사 컨설팅사인 스태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베트남의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약 0.82명, 간호사는 1.34명으로 OECD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평균인 3.3명에 비해 3배 이상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 2.08명, 간호사 수 8.4명이다).

베트남인들의 의료 접근성 [사진=Statista]
베트남인들의 의료 접근성 [사진=Statista]

베트남의 연간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21년 기준 172억 달러였으며, GDP의 5.92%의 비중을 차지했다. 베트남의 의료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5,100만 달러이며, 2021년 신규 개업한 의료 관련 신규사업 개수는 901개 사, 2021년 기준 평균 기대수명은 75.4세였다.

베트남 의료 지출 관련 통계(2021) [사진=KOTRA 하오니무역관]
베트남 의료 지출 관련 통계(2021) [사진=KOTRA 하오니무역관]

◇ 베트남 경제 성장과 의료 종사자 현황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같은 다수의 국제기관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등 글로벌 주요 은행들은 2022년 베트남 경제가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7~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인플레이션은 4% 안팎으로 다른 국가와 달리 안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베트남이 저비용 생산 구조와 잘 개발된 인프라, 정부의 친기업정책, 글로벌 생산공장의 탈중국 수혜 등으로 외국 기업들의 투자(FDI)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 베트남 경제 성장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2023년 베트남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는 6.5%로 높게 잡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높은 경제성장률과 인구 고령화와 개인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가됨에 따라 베트남 정부도 국가 차원에서 공중보건 시스템 강화를 위해 공공지출을 늘리고 있지만 의사와 간호사의 부족과 의료 서비스의 질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특히 베트남 공립병원들은 코로나19 2년동안 방역을 위해 매일 야근을 해야 하는 업무와 낮은 임금 등의 이유로 의료진들의 퇴사가 이어지며 의료 서비스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2021년 초부터 2022년 중반까지 전국적으로 3000명 이상의 의사와 2800명 이상의 간호사를 포함하여 1만 명에 가까운 공립병원 의료 종사자들이 직장을 그만두거나 이직을 했다.

베트남 의사들은 의과대학에서 6년 동안 공부한 후 18개월 동안 실습하여 의사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다. 공립병원에 채용되면 월급여와 수당을 포함해서 대략 50만 원 미만의 급여를 받지만 사립 병원에서는 최소 3백만 원 이상의 급여를 받고 있다.

2022년 HR 컨설팅 기업 PersolKelly가 발간한 Vietnam Salary Guide에 따르면 호찌민에서 5~10년 경력 사립병원 의사의 월 실수령액은 최소 2500달러에서 최대 3500달러이며, 하노이의 경우 2000~3000달러이다. 수간호사의 경우 10년 경력 자는 호찌민·하노이시 모두 최소 1500~3000달러를 받는다. 2~5년 경력의 일반 간호사의 경우 호찌민·하노이시 모두 600달러에서 1200달러를 월 실수령액으로 받는다.

 

◇ ​​​​​​​디지털 의료에 대해 정부가 나서다

2023년 현재 베트남 의료 상황은 한국의 1990년대 후반 상황과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국과 달리 인구가 계속 늘고 있으며 경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국민들의 의료 수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 관련 예산이 적어 의료기기 및 시설이 낙후되어 있으며 인구 대비 병원이 적고 포화 상태며 대도시에 편중된 의료 시설 등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있다.

베트남 정부와 보건부는 의료 부문에 대한 민관협력(PPP, Public Private Partnership) 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지역별로 격차가 심한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2023년까지 인구 1만 명당 10명 이상의 의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민관협력 투자외 베트남 정부는 의료 디지털화의 중요성을 느끼고 의료 분야에서의 비대면 진료 등 관련 정책에 관심을 가져왔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중의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제한된 여행, 과밀집된 병원 등은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과 효과적인 의료 계획을 제공하는 비대면 의료 시스템의 필요성을 대두시켰다.

최근 의료 접근성, 치료 수준의 형평성 등의 관점에서 베트남의 최근 비대면 진료 및 디지털 헬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성장

베트남 정부와 보건부는 코로나19 펜데믹을 경험하면서 원격 의료의 잠재력을 발견하였고 2020년 4월 18일 베트남 보건부는 정보통신부와 협력하여 원격의료 프로그램을 개발하였다. 2021년 8월에 지역 수준(distrct단계)의 보건 시설을 연결하기 위한 원격 보건 플랫폼을 출시했다.

베트남 최대 이동통신사인 비엣텔 그룹(Viettel Group)이 개발한 비엣남넷(Vietnamnet)을 이용하면 환자와 의사가 가상 플랫폼에서 연결되어 문진을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병력 청취와 같은 기초적인 문진에서 영상 진단(image diagnostic)뿐만 아니라 외과 수술에 대한 상담까지도 포함된다.

베트남 정부의 디지털 의료 추구 방향에 따라 원격진료 및 의료 차트 관리, 의료용 로봇, 환자관리 소프트웨어 등 향후 해당 분야의 외국인투자자 유치 장려가 기대된다.

특히 지리적으로 의료시설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지방성 정부의 투자 수요나 환자 관리 효율화에 관심이 큰 병원 들과의 협업을 기대할 수 있다.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매출 규모 전망치 [사진=Statista]
베트남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매출 규모 전망치 [사진=Statista]

1억 명에 육박하는 베트남의 많은 인구, 중산층 증가, 기대수명 증가 등 의료기기 시장이 성장할 요인을 고루 갖추고 있어 베트남 의료기기 산업이 앞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베트남 호찌민에서 지방성 중심으로 의료 검진 센터과 치료 센터를 7개(3년내 30개 오픈 예정) 운영하고 있는 닥터와 협력하여 시장 상황에 대해 점검 중인 (주)양포(셀트리온 의료기 거래사) 베트남 법인 박정재 대표는 “현재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에 거주하는 많은 베트남 사람들은 건강 진단과 치료를 위해 대도시에 집중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려 대도시에 며칠간 머물며 많은 비용을 지불하며 건강진단과 치료를 받고 있다. 지방에도 많은 병원과 좋은 장비가 도입되고 있지만 가동할 인력과 기술이 부족하고 환자들의 믿음 또한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디지털 헬스케어의 도입은 이러한 간극을 줄이며 획기적으로 성장하리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베트남 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막 시작 단계여서 한국 기업들이 베트남 현지 시장 조사를 치밀하게 준비한다면 시장 선점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시사점/기대

디지털 헬스의 발전은 환자에게 접근 편의성, 의사에게 운영 효율성 등의 장점을 제공한다. 특히나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거치면서 사람들은 핸드폰 앱을 통한 원격 진료, 의사 예약 등에 대한 편의성을 경험했다. 이에 장기적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다.

QR코드를 통한 앱 결제 시스템의 확산처럼 핸드폰 앱을 통한 원격의료의 확산, 병원 내 의료기록 솔루션의 전파 등도 점차 보편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과정에서 베트남 디지털헬스 분야에 진출· 투자하려는 한국기업은 지방성과 연계한 병원 디지털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 참여, 국공립 병원과 연계한 의료진 교육 프로그램 제공 등의 기회를 찾을 수 있다.

향후 베트남에서 한국을 포함한 다양한 해외 투자 및 민관 협력이 성공적으로 전개되어 의료 서비스가 더욱 향상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K글로벌타임스 케이글로벌타임스 ]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