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 '퀀팃'의 한덕희 대표 (사진=퀀팃 홈페이지)
핀테크 기업 '퀀팃'의 한덕희 대표 (사진=퀀팃 홈페이지)

[K글로벌타임스]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분야에서 체계적인 자산관리를 위한 자동화된 자문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 사람이 해오던 어드바이저 역할을 대체하는 개념으로, 지난 2002년 미국에서 태동하였다.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의 금융 선진국을 보면, 로보어드바이저는 단기적인 주식투자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관리해야 하면서 절세 전략이 필요한 연금 자산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에서 발전했다.

우리나라에는 2016년 ‘알파고’가 선보인 충격과 함께 등장했으며, 인공지능(AI) 기술의 가능성과 기대를 바탕으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투자 분야에서는 국내 금융당국이 ‘전자적 투자 조언 장치’라는 법적 정의와 관련 제도를 마련하고,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운영을 통하여 기반을 조성하였다.

하지만 국내 금융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도입은 쉽지 않았다. 2023년 연금저축에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운용이 허용되고 2024년 퇴직연금(IRP)에 규제 샌드박스 형태로 추진되는 등 최근에 와서야 본격화하고 있다.

이처럼 제도적, 환경적 여건이 마련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2016년부터 등장했던 로보어드바이저 업체들은 지난 7~8년 동안 실질적인 시장 진입 및 성장에 어려움이 있었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업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여기에 더해 최근 2년간 위축된 투자 시장 및 자금조달 시장도 영향을 미쳐 한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핀테크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경영 전략을 펼치고 있으며, 향후 연금시장으로의 진출에 희망을 품고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다.

이러한 시장 상황 속에서 고무적인 것은 지난해 ChatGPT의 확산으로 인해 기대감을 높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LLM 기반 기술들이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에 접목되고 있으며, LLM 기술을 이용해 기존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UX를 향상하거나 로보어드바이저로 제공되는 투자 상품의 수익률을 늘리는 시도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B2B, B2C를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 ‘퀀팃’의 한덕희 대표는 “알파고 쇼크를 기반으로 태동하여 그간 제도적, 산업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지속되어 온 국내 로보어드바이저 산업은 AI의 확산이 ‘트리거’가 되어 LLM으로 대변되는 ChatGPT의 등장으로 인해서 기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AI 기술의 발전, 퀀트 기반의 투자전략 효율화 견인

인공지능(AI)을 퀀트와 대비하여 이야기한다면, 각 용어가 가지는 의미를 명확하게 짚고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AI는 알파고나 ChatGPT처럼 딥러닝 및 강화학습 기술을 이용한 모형을 일컫는 것이고, 퀀트란 어떠한 입력값에 대해서 어떠한 아웃풋이 나올지 정확하게 그 로직을 의도대로 설계한 모형을 일컫는다.

둘 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형이 만들어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딥러닝은 모형 자체가 데이터와 ‘딥 뉴럴 넷’이라는 신경망 모델을 이용해서 새로운 데이터에 대한 출력 처리하는 로직을 블랙박스(Blackbox) 형태로 만들어 내는 반면, 퀀트 모델은 데이터의 입출력 간의 인과관계를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설계한다는 관점에서 화이트박스(Whitebox) 형태로 구성된다는 차이점이 있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한 강건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절대적인 양질의 데이터와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원천적 데이터의 경쟁력과 함께 이를 처리하는 연산 자원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

최근의 퀀트 기반 모델들 역시 병렬적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 가면서 수천, 수만 개의 퀀트 모델을 결합하여 고도화된 연산을 처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짐에 따라 기존의 퀀트 전략과는 또 다른 빅데이터 기반 퀀트 전략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퀀트 전략의 경우에는 데이터 못지않게 데이터를 처리하는 로직에 대한 리서치 및 설계 역량이 중요하다.

AI와 퀀트의 차이를 이해하고 AI 기술 발전이 퀀트 기반 투자전략을 어떻게 변화, 발전시키는지를 살펴보면, 퀀트 전략과 AI 전략이 상호 결합하고 또 보완할 수 있는 형태로 전략이 발전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두 가지 유형 모두 빅데이터와 대용량 연산 처리를 근간으로 하기에 유사한 기술적 인프라와 자원 조건 하에서 두 유형의 투자전략 모델이 상호 자연스럽게 결합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각 유형의 전략만으로 이루어진 모델보다 좀 더 개선할 수 있는 확률을 높여준다고 판단할 수 있다.

퀀팃의 경우에도 설립 초기에는 AI 기반 투자 데이터라든지 투자 모델의 비중이 거의 없었으나, 최근 들어 전체 보유 모델 1만여 건 중에 약 10% 정도는 AI 기술을 연계하여 만들어진 모델을 갖추고 있다.

향후 이 비중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이 모델을 만드는 속도보다 AI가 모델을 만들거나 AI가 사람을 도와서 모델을 만드는 속도가 더 빠르고, 비용 역시 효율적으로 더욱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AI 시대, 핀테크 기업들의 성장 전략

퀀팃의 서비스 '올리' (사진=퀀팃 홈페이지)
퀀팃의 서비스 '올리' (사진=퀀팃 홈페이지)

AI의 확산에 따라 LLM과 같은 거대 인공지능 모델을 직접 생성한다고 도전하는 것은 맞지 않은 전략이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하는 것도 맞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데, 특정 비즈니스 섹터를 뾰족하게 파고들어야 하는 기업이 이렇게 대규모의 R&D 투자가 필요한 것에 도전하여 필요한 LLM의 원천 기술을 만드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공개된 소프트웨어 형태의 LLM을 튜닝하는 접근도 섣부르게 해서는 안 된다. LLM 기술은 지속 발전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AWS 클라우드 인프라처럼 범용적인 기술 또는 자원으로 받아들여 사용하되, 이를 이용해서 기존에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접근을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적합하다.

IT 서비스를 하기 위한 전산 자원 인프라를 Cloud로 전환하여 극단적 효율과 확장성을 갖추는 것처럼, 고객의 금융 문제를 푸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LLM을 잘 활용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파운데이션 모델 튜닝으로 갈 것인지에 대한 전략은 차별화된 데이터 경쟁력 확보가 가능해졌을 때 진행되어야 한다.

퀀팃은 고객별 맞춤형 투자 모델 생성, 새로운 투자 시그널 생성, 투자 데이터 분석 등에 있어서 Open AI의 ChatGPT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여 활용해 나가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반복적 문의와 답변을 담당하기 위하여 GPT를 접목한 채팅봇을 만들었다.

회사 내부 정보 자료들을 검색해서 자동으로 답변해 주는 ‘캡틴큐서비스’를 만들어서 운영을 해보며 LLM 관련 기술 역량과 경험을 쌓고 있다. AI 기술을 빨리 익히고 업무에 적용하여 경험을 축적하는 이러한 노력은 향후 퀀팃이 펼칠 금융투자 서비스에 꾸준히 녹아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AI 기술과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서비스

LLM은 단기적으로 개인별 자산관리에 대한 니즈를 규명하고 이에 따라 맞춤형 진단 및 포트폴리오 분석에 있어서 훌륭한 인터페이스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에 대한 탐색비용 및 사후관리 역시 LLM 기술이 전체적인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자산관리를 위해서는 고객이 자산과 투자에 대해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기본적인 사항에 대해서 LLM이 상당 부분 대체하여 고객의 니즈를 이해하는 Cost를 줄일 수 있다.

나아가 맞춤형 포트폴리오 및 자산 설계에 있어서 LLM 기술이 전문 PB의 상담 역할을 대체하거나 보조하여 제안 및 관리 서비스에 들어가는 Cost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또한 우수한 금융투자 상품을 제작하고 운영하는 데에도 투자전문가들의 리서치 비용, 제작비용, 운영비용을 많이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람의 노력, 특히 금융 전문가의 노력이 들어가는 Value Chain의 일정 부분 또는 전부를 기술로 대체해 나가다 보면, 전체적으로 저비용 구조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고액 자산가에 국한되어 있던 자산관리서비스의 저변 확대를 기대하는 이유다.

 

AI 기술 활용의 리스크와 리스크관리 방안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서 투자전략을 만들 때 리스크(Risk)는 해당 모델이 블랙박스(Blackbox)라는 부분에서 발생한다. 어떠한 데이터로부터 어떠한 판단을 내려 어떠한 투자 결정을 하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분석이 불가능해, 운에 맡기는 형태로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리스크관리는 의사 결정할 수 있는 AI 기업과 협력하면서 기술 개발, 시범 프로젝트 실행 및 정책 수립을 촉진할 수 있다. 범주를 관리함으로써 불확실성에 대한 허용 범위를 관리하고 이에 따라서 허용 범위를 초과했을 때 어떻게 할지에 대한 절차들을 마련하고 그에 따라서 계획된 활용을 하는 것이다.

AI 모델을 퀀트 모델과 혼용하여 사용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인공지능 모델의 허용 범위를 제한하여 해당 범위 안에서만 동작하도록 함으로써 전체 투자에 대한 리스크를 제한하는 방법이 있다.

AI뿐만 아니라 퀀트 전략 역시 소프트웨어로 만들어지다 보니 의도치 않은 버그 형태의 동작들이 있을 수 있고, 데이터의 의존성에서 생기는 의도치 않은 오동작이 있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을 필터링 해줄 수 있는 지표들을 설정해서 이중 통제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퀀팃의 경우에는 자동으로 운용되는 투자 모델이 이상한 주문을 내지 못하도록 주문단에서 주문 수량, 속도, 주문 가격의 이격률, 손실에 대한 실시간 허용치 등을 실시간으로 한 번 더 통제함으로써 이에 대한 관리도 병행하고 있다. 크리티컬(Critical)한 자산운용일수록 이러한 부분들은 이중, 삼중의 장치들이 필요할 것이다.

[K글로벌타임스 황정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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