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선 Lecle 베트남법인장. [사진=NIPA]<br>
박대선 Lecle 베트남법인장. [사진=NIPA]

[K글로벌타임스] 한국이 가진 자원을 떠올려 보자. 대부분 ‘인적 자원’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사람을 자원으로 볼 수 있다면, 소프트웨어 산업의 본질은 인적 자원 잘 가공한 후 활용해서 소프트웨어라는 보석을 생산하는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베트남에서 소프트웨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한 가치를 한국에서의 가치와 비교하며, 이 인적 자원을 주제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베트남-한국 간 인적 자원 양적 비교

베트남 인구는 1억 명에 육박하고 있다. 평균 연령은 32.5세로 생산 가능 인구수를 비교하면 한국의 3배 정도다. 통계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수는 17만 명이며 베트남은 48만 명 정도다. 어떤 직종까지를 소프트웨어 개발자에 포함하는지에 따라 통계라 달라지므로 유의미한 비교를 하기에는 어렵다.

서울대학교의 컴퓨터공학부 입학 정원은 64명이다. 서울대 전체 정원이 3282명이니 2% 정도가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셈이다. 연세대학교는 컴퓨터과학과와 인공지능학과를 합해서 100명, 고려대학교는 컴퓨터학과와 데이터과학과를 합쳐서 145명, 카이스트는 입학 후 학과를 결정하는 시스템이라 정원이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2021년 9월 기준 전산학부 학부생이 968명인 것으로 보아 한 학년에 240명 정도라고 유추할 수 있다.

한국은 수도권 대학교의 규제가 심해 소프트웨어 관련 정원을 늘리기 어렵다. 매일경제의 기사에 의하면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정원이 15년째 55명으로 묶여 있는 동안 미국 스탠퍼드대는 관련 전공자를 불과 10년 사이 745명까지 5배 이상 확대했다.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관련 최고 대학교는 하노이의 Hanoi University of Science and Technology, 호치민의 Ho Chi Minh City University of Technology인데,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입학생은 각각 820명, 535명이다. 베트남은 대학교가 단과대별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의 최상위권 대학 4곳의 입학 정원을 합쳐도 베트남 최상위 대학 하나에 미치지 못한다. 

 

베트남-한국 간 인적 자원 질적 비교

국가 간에 교육의 질을 비교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베트남의 교육체계와 교육열은 재능 있는 학생들을 대학까지 서포트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이런 재능 있는 학생 중 많은 이들이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에 진학하고 있어 인적 자원의 질에서 충분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베트남 대학 교육의 질은 한국의 대학교와 비교하면 열악하다고 할 수 있다. 국립대 교수의 경우, 급여가 100~150만 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3년 차 개발자 급여에 비교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박사학위를 가진 신임 강사의 급여가 50만 원 정도라고 하니 교수 직책은 명예직일 뿐 실제로는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페스탈로치의 유명한 격언에 비추어볼 때 베트남 대학 교육의 질은 낮을 수밖에 없다.

다만, 베트남의 대부분 대학교는 3학년 이후 3~6개월간 인턴 경험을 졸업 필수로 요구한다. 이때 실무 경험을 쌓고 정규 취업이 확정되면 4학년은 등교하지 않아도 대부분 졸업이 가능하다. 군대에도 대부분 가지 않기 때문에 만 20~21세에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 위주의 강의를 듣고, 2학년 때부터 전공 수업을 듣기 시작하기 때문에 이러한 인턴 시스템은 대학 전공 교육의 후반부를 기업이 책임지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한 가지 특이 사항은 해외 취업에 관한 내용이다. 베트남의 최상위 대학들은 대부분 해외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일본, 호주 취업 지원이 대부분으로, 입학 때부터 해외 취업반을 구분해서 받기도 하고, 일반 학생들도 성적순으로, 최상위권 대학생들도 해외 취업의 기회를 얻는다. 베트남 국립대 소속의 한 대학은 소프트웨어 전공 신입을 작년 기준 1800명 받았으며, 1년에 40명 정도에 해외 취업의 기회를 준다.

 

인적 자원의 가공 기술

대학교까지 인적 자원을 원석이라고 한다면, 원석을 다듬어서 보석을 만드는 과정은 기업의 담당이다. 앞서 서술했듯이 베트남 대학생들은 인턴 과정을 필수로 하고 있고, 기업들이 어느 정도 대학 교육을 나눠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Top Dev의 2022년 조사에 의하면 조사 기업 중 24.9%만이 신입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베트남의 IT 대기업이나 유니콘 기업들이 주요 대학교와 MOU를 통해 학생들에게 인턴 과정을 제공하고 있고,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경력직을 위주로 채용하고 있다.

인턴십 과정은 회사마다 천차만별이다. 인턴들을 위한 정교 교육 과정이 있는 회사도 있고, 인턴들에게 같은 과제를 주고 서로 경쟁시켜 높은 순위의 인턴들에게만 정규직 제안을 주는 회사도 있다. 전자는 아웃소싱을 위주로 하는 전통적인 대기업들이 많으며 후자는 서비스 기반의 유니콘급 스타트업들이 주로 취하는 방식으로 보인다.

이런 인턴십 과정의 장점으로는 일찍 실무를 경험하고 실무 위주의 기능을 배우는 것, 단점으로는 너무 작은 범위의 실무만 배우는 점을 들 수 있다. 박대선 Lecle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흔히 겪는 문제들이 바로 이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베트남 신입 개발자들을 평가할 때 흔히 이야기하는 게 ‘아닌 게 없다’, ‘학교에서 뭘 배웠는지 모르겠다’, ‘코딩 테스트를 통과하는 사람이 없다’, ‘수준이 너무 낮다’ 등의 불만 사항들이다. Lecle 역시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면서 크게 당황한 적이 있다. 한국은 흔히 이야기하는 ‘경력 있는 신입’ 느낌으로 신입에도 많은 스펙을 요구한다. 적어도 정보처리 기사 정도는 가지고 있고, 이런저런 포트폴리오까지 들고 와야 면접 한 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신입은 거의 백지상태라고 봐야 한다. 인턴도 안 했다면 화면에 ‘Hello world’ 찍을 정도라고 봐야 하고, 인턴을 했다면 인턴을 한 회사에서 얼마나 잘 가르쳤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딱 그 기업에서 인턴에게 시킬 기술만 가르쳤을 확률이 높다. 그러니 한국과 비교해 베트남의 신입 수준이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약간 모순처럼 들릴 수 있겠다. 앞서 베트남의 인적 자원은 양도 많고 질도 좋다고 했는데 정작 신입의 수준이 낮다고 하면 어디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박대선 Lecle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시스템이 좋은 원석들을 채굴하고도 대학과 기업들의 낮은 교육 수준으로 인해 제대로 가공되지 못하고 있다”며 핵심 문제를 짚었다.

 

개발자 양성을 위한 교육

NIPA의 호치민IT지원센터는 매년 KIST(Korea IT School)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 개발자들을 교육시켜 한국 IT 기업들에 인턴을 연계하고 있다. 교육 대상은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 졸업생이며, 이들을 3개월간 풀타임으로 교육시켜서 한국 기업에 취업시키고 있다. 이는 자칫 버려질 뻔한 원석들을 한국 기업들이 요구하는 수준으로 잘 가공해서 취업시키는 프로그램으로, 학생과 기업 양쪽의 니즈를 모두 충족시키는 동시에 베트남 사회에도 이바지하는 측면이 크다.

Lecle에서는 올해 KIST 사업의 용역을 맡아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고 있다. 30명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에 200여 명이 지원해 서류 평가와 면접을 거쳐 교육생을 선발했으나, 앞에서 언급했듯 한국의 신입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원석 상태였다. 이들을 한국 고객들 눈높이에 맞춰 단련된 Lecle 개발자들이 3개월간 풀타임으로 교육시키고, 각 기업에서 3개월간 인턴십을 진행해야 비로소 한국인이 생각하는 신입 개발자의 기준에 맞출 수 있다.

Lecle은 자체적으로 Devara라고 하는 교육센터를 3년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립대 학생들을 교육시켜 인턴으로 채용하고 있다. 이 Devera 교육센터를 통해 만족스러운 신입 개발자를 자체적으로 수급하고 있으나, 연간 2000만 원에 이르는 운영 비용이 소요됐다. 한 기업이 부담하기에는 큰 비용이기에 KIST와 같이 한국 기업들의 전체 수요를 묶어서 교육하는 방식은 NIPA가 한국 IT 기업들을 지원하는 매우 좋은 방식이라 생각한다.

박대선 Lecle 베트남법인장은 “NIPA와 호치민IT지원센터에 경의를 표하며, 우리 Lecle과 한국 IT 기업들이 지혜와 힘을 모아 수준 높은 베트남 인재 풀을 선점할 수 있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하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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