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사, 유니티 엔진의 급작스러운 추가 요금 공지에 손 놓을 수밖에 없나?
전 세계 반발에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향후 선택에 모두 ‘주목’

(좌측) 김제일 스토리타코 대표. [사진=스토리타코]
(좌측) 김제일 스토리타코 대표. [사진=스토리타코]

[K글로벌타임스] 어느 날 넷플릭스가 공지를 했다. ‘앞으로는 구독 모델 중 저렴한 모델을 없애고 여러분이 지금까지 본 영화나 드라마의 숫자가 00개가 넘는 경우엔 시청 시간당 추가 요금을 적용하겠습니다. 아, 물론 구독료도 인상할 예정입니다. 저희가 적자가 심하고 주가도 부양해야 하거든요.’

완벽히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이와 같은 상황이 게임 및 콘텐츠 산업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공지의 주체는 ‘유니티 테크놀리지스’, 유니티 엔진의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구독료 인상 및 일정 조건을 만족한 게임의 다운로드당 0.2달러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에 대하여

[사진=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사진=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유니티 엔진과 게임 산업계를 잘 모른다는 전제하에, 스토리타코(대표 김제일)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2004년 덴마크에서 설립된 회사로, 현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처음 유니티 엔진은 플래시로 구현이 어려운 3D를 표적으로 웹 미디어 등을 제작하는 엔진으로 제작됐다. 이후 아이폰을 중심으로 하는 모바일 게임 시장이 열리고, 스마트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형 게임 제작 엔진들보다 학습과 제작이 쉬운 유니티 엔진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도 이에 발맞춰 소규모 개발자들에게는 거의 무료로 엔진을 제공했다. 에셋을 서로 사고팔 수 있는 에셋 스토어를 비롯한 유니티 교육 프로그램 강화 등으로 소규모 개발자들에게 게임 개발 엔진은 ‘유니티 엔진’이라는 독보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한국의 게임 산업 및 전 세계의 게임 산업에서 유니티 엔진의 입지는 압도적이다. 경쟁사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은 3D를 기반으로 한 고성능 게인 개발에 특화돼 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니티 엔진보다 개발 난이도가 높은 편이라 현시점에서 양성되고 있는 유니티 엔진 기반의 게임 개발자들로는 대응이 쉽지 않다.

이 외 Cocos2와 같은 엔진들은 유니티 엔진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도태되었으며, 새롭게 대두되는 Godot 엔진은 말 그대로 최근 이벤트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인지조차 하지 못했을 터다.

 

왜 유니티 엔진을 사용하는가?

그렇다면 다른 엔진을 쓰면 될 것을, 왜 유니티 엔진을 고민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유니티 엔진이 확보한 지위는 게임 산업계에 이미 포진된 개발자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래머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에 참여하는 여러 포지션의 근로자들은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많은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이들에게 하루아침에 당신이 쓰던 게임 엔진을 바꾸라고 지시하기가 어려운 일이다. 나아가 향후 커리어 개발 측면에서 어떤 엔진이 가장 적절할지에 대한 고민도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이 있다.

실례로 Cocos2D가 도태되는 과정에서 해당 엔진을 주로 사용하던 사람들에게 유니티 엔진 또는 언리얼 엔진으로 전환할 것이 요구됐다. 게임 산업은 한두 명이 작업해서 게임을 만들어내는 인디 레벨을 넘어선 지가 오래됐다. 그렇기에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이 요금 추가 부과를 인디 게임사 레벨에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둘째, 수익화 또는 여타 써드파티 서비스들이 대부분 유니티 엔진과 상호 연동이 잘 되어 있어 타 엔진에 관한 연구·개발(R&D) 및 적용까지 2024년 1월까지라는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모바일 게임 산업에는 다양한 써드파티들이 존재한다. 크게 광고 수익화, 광고 성과 트레킹, 광고 집행 등이 있다.

이외에도 이를 수월하게 해주는 다양한 서비스들이 존재하는데, 이들과 유니티 엔진 양측 모두 상호 연동이 잘 된 상태다. 유니티 엔진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를 떠난다는 것은 잘 정리된 서울 지하철 노선을 버리고 새로운 지하철 노선을 구축하는 것과 같다.

셋째, 게임 엔진을 바꾸는 것은 게임 회사 입장에서 지금까지 구축된 대부분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말과 같다. 실제로 사내에서 대책 회의를 열었을 때, 스토리타코는 추가 요금 부과 대상이 아니었기에 이런저런 검토를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설립 후 지금까지 5년이 넘도록 갈고 닦은 시스템을 통으로 바꿔야 하는 문제는 쉽지 않았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가 비난받는 이유

추가금에 대한 전 세계적 논란이 있는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사진=픽사베이]
추가금에 대한 전 세계적 논란이 있는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사진=픽사베이]

유니티 엔진의 기존 유로 모델은 생각보다 저렴하지 않다. 스토리타코의 경우, 연간 6천만 원가량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으며, 유니티 테크놀로지스 측은 주기적으로 자사의 사용량을 모니터링해 추가 사용이 있는지에 관한 추가 요금 징수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의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공지는 요금 인상안과 다운로드 기반의 추가 요금 징수라는 포인트가 핵심이다. 기존 사용자들의 다운로드 수와 매출 추이를 보고 사전 계산을 한 공지라는 점이 악랄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2022년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매출은 1.8조, 영업손실 1.1조가량이다. 아이언소스 인수, 웨타 디지털 인수 등 공격적이고 대대적인 인수·합병(M&) 전략을 실행하고 있는 기업의 일시적 손실이 이번 요금 공지의 합리적 배경이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는 지난 9월 12일 공지 이후 글로벌 비난과 야유를 받고 있다. 많은 개발사들은 공지에 대한 항의뿐만 아니라 유니티 엔진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거나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에서 제공하는 광고 서비스를 당장 중단하겠다는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주가는 공지일인 9월 12일 39달러에서 이후 33달러로 크게 하락했다.

전 세계적인 반발에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에서는 다시 요금안을 개편해 제공하겠다고 했다. 공식 발표는 아니지만, 9월 20일 기준 연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에 대해 4%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논의 중이라는 이야기가 업계 사이에서 돌고 있다. 경쟁사인 에픽게임즈의 언리얼 엔진의 수수료인 5%보다 1% 저렴한 가격이다.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의 공지가 전 세계의 이슈로 자리 잡은 만큼, 많은 전문가와 저명하고 실력 있는 이들의 통찰이 담긴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제일 스토리타코 대표는 “현명한 사람들이 말하기를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고 한다. 유니티 엔진을 다른 엔진으로 전환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라며 “많은 개발사들이 대안을 찾을 것이다. 그에 발맞춰 써드파티 서비스 제공 업체들도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K글로벌타임스 강하람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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