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가장 원초적인 생명체, 이끼 활용한 산림 복구 키트 개발
사람이 갈 수 없는 지형에는 드론 및 헬기로 살포해 복구 가능
국내 시장에서 쌓은 레퍼런스로 산불 피해 많은 해외 시장 진출 목표

[K글로벌타임스] 산불은 자연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진다. 산불 피해 면적이 100ha(헥타르) 이상이거나 24시간 넘게 꺼지지 않았던 대형 산불의 경우, 산림 복원에만 최소 30년이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 생태계 복원까지는 무려 100년 이상이 걸린다.

이렇듯 오랜 복구 기간이 걸리는 산불은 올해 4월 기준으로 33건이 발생했으며, 이는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수치라고 산림청 중앙산불방지대책본부가 밝혔다. 심지어 2021년 한 해에만 발생한 산불 기록을 넘어섰다.

이런 가운데 이끼를 활용해 산림을 복구하는 키트를 개발한 환경 복원 전문 스타트업 코드오브네이처(대표 박재홍)가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포자를 배양하고 영양 번식 과정을 거쳐 증식시킨 이끼를 키트 형태로 제작해 산불 등 자연재해로 손실된 산림에 살포하는 방식으로 생태계를 복구하는 코드오브네이처의 비즈니스 아이템이 지구 환경을 위한 소중한 첫걸음을 떼었다.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 가장 먼저 마련해주는 ‘이끼’

기존의 방식으로 산불 복원을 하기 위해서는 중장비와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산지 복원이 불가능한 지역도 많았으며, 당연히 이런 지역은 방치된 채 세월의 흐름에 산림 복구를 맡길 수밖에 없었다. 코드오브네이처는 헬기 및 드론으로 이끼를 살포하는 방식으로 파괴된 환경을 되살리면서 기존의 산불 복원 방식의 한계를 탈피했다.

코드오브네이처가 주목한 이끼. 이는 산림 복구 키트로 제작됐다.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코드오브네이처가 주목한 이끼. 이는 산림 복구 키트로 제작됐다.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이끼는 식물의 씨앗과도 같다. 흔히 이끼는 해로운 식물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다른 생물이 살 수 있는 터전을 가장 먼저 만들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이끼이기 때문이다. 코드오브네이처가 이끼에 주목한 이유도 이와 같다. 또한, 수분 저장 능력이 탁월해 홍수를 예방하기도 하고, 가뭄 때에는 동물들에게 수분을 공급해주기도 한다. 그야말로 자연 생태계의 초석이 아닐 수 없다.

코드오브네이처는 이끼를 활용해 산림 복구 키트 ‘FRK-M(Forest Recovery Kit with Moss)’를 개발했다. 이끼의 포자를 배양한 포자 배양액에서 영양 공급액과 식물 호르몬액을 혼합한 화학물로, 휴면 상태에사 이를 보존한다. 그리고 재난이 발생하면 산림에 살포하면 되는데, 인력이 닿지 않는 지역은 드론이나 헬기를 이용해 살포 가능하다.

특히 살포된 화합물 속 이끼는 살포 후 굉장히 빠르게 성장한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을 가속화하는 특화 양액을 혼합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토양의 사막화를 빠르게 중단시키며, 자라난 이끼는 안개와 이슬을 붙잡아 수분을 고정하면서 토양 습도를 유지시킨다. 이로써 산불 후 새롭게 자라나는 수목의 뿌리 생장과 번식에 필요한 매개체로 역할을 하며 산림 환경 복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대학 재학 시절 창업···산림 복구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이끼 키트 살포 전과 후 비교 사진.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이끼 키트 살포 전과 후 비교 사진.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코드오브네이처의 이끼를 활용한 산림 복구 키트는 장점이 명확하다. 기존 방식에 비해 복구 시간을 크게 앞당길 뿐만 아니라 1ha당 필요한 인력을 무려 절반 이상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는 비용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에 회사를 설립한 2019년에 기획재정부로부터 장관상을, 2021년 산림청 주최 ‘에프 스타트업(F-Startup)’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상, 2022년 로컬 스타트업 경진대회 대상을 수상했다.

코드오브네이처 박재홍 대표.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코드오브네이처 박재홍 대표.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코드오브네이처 박재홍 대표가 대학 재학 당시 설립한 회사라는 점이다. 이후 설립 2년 만인 2021년 대학을 졸업했으며, 서울대 환경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와 사업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박차를 가했다.

박 대표가 이끼를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생각할 수 있던 데에는 이끼에 관한 관심 때문이었다. 박 대표는 “지구 역사상 최초로 육상생활에 적응한 식물이 이끼다”라며 “아무 데서나 볼 수 있지만, 제거하는 데 애를 먹는다. 결국 다른 생물이 살지 못하는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이라고 그 애정을 드러냈다.

그야말로 이끼를 ‘덕질’ 했던 학생은 대학 4학년에 키트를 개발하게 되었고, 학과 교수들의 피드백을 뼈와 살로 삼아 현재의 코드오브네이처를 만들었다. 코드오브네이처(Code of Nature)는 그 사명에서 알 수 있듯 자연의 법칙, 자연에 숨겨진 코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볼 수 있는 이끼를 통해 산림을 복구하는 일은 또 다른 긍정적 측면이 있다. 활착한 이끼를 분석해 재난 복구분만 아니라 데이터 수집, 분석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기 질, 토양 오염도, 산림 영양 상태, 환경 건강도 등 체크할 수 있다.

 

혁신은 ‘애정’으로부터

제주도 오름 복원 사업 관련 실험 결과. [사진=코드오브네이처]
제주도 오름 복원 사업 관련 실험 결과. [사진=코드오브네이처]

현재 코드오브네이처는 제주도 오름 복원 사업, 서해안 간척지 복원 사업 등을 지난해부터 진행 중에 있다. 또한 올해 부산·울산·경남 지역 특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시리즈벤처스가 경남창조경제혁신센터와 공동 운용하는 지스트롱(G-StRONG) 혁신창업펀드를 통해 투자 유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를 기반으로 향후 산림 복구 전문 업체, 국내·외 정부부처, 글로벌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 가능한 체제를 구축할 예정이다.

해외진출에도 긍정적 신호가 켜졌다. 국내 산림 재난 복구 예산은 연간 3천억 원 규모다. 여기에서 90억 원 매출액을 달성하며 국내에서 레퍼런스를 쌓은 후, 기후 변화로 재난급 산불을 겪은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시장으로 진출할 계획을 밝혔다.

코드오브네이처 박재홍 대표는 “특히 국토면적이 넓은 해외 국가는 한 번 산불이 나면 우리나라 국토면적에 버금가는 산불 피해를 입는다. 이러한 국가에서 수요가 많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국내 시장에서 체급을 키워 해외로 진출할 계획이다. 새로운 환경 복원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무언가에 애착을 가지게 된다면,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게 된다. 코드오브네이처는 그 대표적 사례다. 이끼에 빠져 대학 재학 시절 내내 이끼에 대한 연구에 모든 시간을 쏟아 부었던 박 대표. 혁신은 어쩌면 ‘애정’에서 시작되는 것은 아닐까 조심스레 말해 본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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