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와우 시장, 전 세계 6개 기업에 불과해···기술 장벽 높은 게 원인
반도체 미세 공정으로 대량 생산 이루며 가격 경쟁력 우위 선점
저소득층 청각장애인 위주로 글로벌 시장 공략할 것

[K글로벌타임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하더라도, 그와 관련한 기술은 그만큼 발전하지 못한 게 사실이다. 시각장애인용 점자보도 블록만 봐도 그렇다. 점자보도 블록은 갑자기 길이 끊기기도 할뿐더러 아직 설치되지 않은 공공시설도 많다. 그런 와중에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 즉 청각장애인도 현실을 살아내기 힘들다.

청각장애인의 삶을 따스한 손길로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스타트업 토닥(대표 민규식)은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인공와우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특히 인공와우 시장 관련 기업이 전 세계에서 6개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면, 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

 

고가의 인공와우, 대량 생산 기술로 가격 낮춰

토닥 민규식 대표. [사진=토닥]
토닥 민규식 대표. [사진=토닥]

‘토닥’. 사명이라고 하기에는 무척 감성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청각 상실로 힘든 환자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준다는 ‘토닥토닥’의 의미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듣지 못하는 이들이기에 따스한 위로의 말보다 손길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토닥은 자명하게 알고 있다.

토닥은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청각장애인의 청신경에 전기 자극을 가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의료기기 ‘인공와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특히 기존의 인공와우는 수작업 제조 기반이었다. 하지만 토닥은 반도체 공정을 응용해 대량 생산이 가능한 인공와우 전극 제조 공정을 개발했으며, 이로써 인공와의의 가격을 낮춰 보다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인공와우는 기기 자체 가격만 약 2500만 원이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수술비 역시 약 1000만~5000만 원이 든다. 게다가 배터리 교체나 업그레이드 유지비용도 추가로 필요하다. 이런 상황에서 토닥의 인공와우 개발은 혁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량 생산은 언제나 가격 하락과 이어지기 때문이다.

 

토닥, 국내 유일의 인공와우 풀 스택(Full-Stack) 기술력 갖추다

토닥 민 대표는 서울대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이후 동 대학원에서 전기컴퓨터공학을 수학했는데, 액정폴리모 기술로 만든 인공와우를 주제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가 인공와우를 선택한 데에는 ‘극적 감동’이 있기 때문이다. 인공와우 수술을 한 환자들은 스위치 온(ON)을 하는 순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울기도 하고, 처음으로 들게 된 엄마의 목소리에 아기가 반응하며 웃기도 한다. 이러한 스토리가 민 대표를 움직였다.

토닥의 인공와우 ‘SULLIVAN’ 제품 사진. [사진=토닥]<br>
토닥의 인공와우 ‘SULLIVAN’ 제품 사진. [사진=토닥]

토닥의 인공와우는 반도체 미세 공정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그 때문에 기존 업체들에 비해 비약적으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뿐더러 가격 경쟁력 부분에서도 우위를 선점한다. 또한 기존의 인공와우는 백금링으로 만든 전극을 틀에 하나씩 집어넣고 실리콘 몰딩을 하는 데 반해 토닥은 이 모든 작업을 수작업이 아닌 반도체 공정으로 한다. 생산 공정 대부분이 자동화된 것이다.

나아가 최대 22개였던 신경 전극 채널을 32개까지 확장하며 외부 소리를 감지하는 성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신경 인터페이스부터 사운드 프로세싱까지 국내 유일의 풀 스택(Full-Stack) 기술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GMP(완제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를 받았으며, 올해 안으로 인공와우 품목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 위주로 글로벌 시장 진입 계획

전 세계 청각장애인 현황. [사진=토닥]
전 세계 청각장애인 현황. [사진=토닥]

토닥에 따르면 2019년 전 세계 난청 인구는 약 4억 7천만 명이다. 이식형 보청기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인구는 약 1억 5천만 명이다. 문제는 전 세계 난청 인구의 80% 이상이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에 거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보통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는 인공와우 제조 방식은 가격이 매우 비싸기 때문에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의 난청 인구가 사용하기 어렵다. 소비 국가도 대부분 북미와 유럽 선진국이다.

토닥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민규식 대표는 저소득 청각장애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격의 인공와우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의 인공와우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민규식 대표는 “현재 인공와우 전 세계 시장은 연 5만 대 정도를 수용하고 있다. 토닥은 이를 연 10만 대로 공급을 증가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토닥의 사업 방향은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 역시 높게 평가받고 있다. 시장에서 1등을 하는 것을 목표로 글로벌 진출을 하려 한다”고 밝혔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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