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비싼 수입 뇌전증 치료제, 의료용 대마로 국산화 이끌고자
칸나비디올, 뇌전증뿐만 아니라 치매, 정신질환 등 다양한 질환 치료 가능성 입증
뇌전증 치료제 국산화 성공 시, 치료비용 절반 이하로 내려가

우리나라의 국제적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올라가고 있다. IMF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수출시장 점유율은 세계 6위를 기록했으며, 블룸버그에 의하면 혁신지수는 세계 1위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족하면 안 된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할 때까지 우리나라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그간 수입에 의존해오던 원료, 소재 등의 국산화다. 그리고 이를 무기 삼아 세계를 제패해야 한다. ‘국산화로, 세계로’ 시리즈는 수입 품목을 국산화에 성공하고, 세계를 점령하는 혁신 스타트업을 선정해 소개하고자 한다.

 

<국산화로, 세계로>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우리나라가 바이오 분야에서 세계적인 역사 페이지를 장식했다. 외국산에 의존하던 값비싼 뇌전증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뇌전증은 과거 ‘간질’이라는 질환으로 불렸다. 반복적인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적인 뇌 질환이지만 발작을 유발하는 원인 인자가 없다는 게 문제였다. 대부분 영국산 뇌전증 치료제를 사용하던 국내 상황에 네오켄바이오(대표 함정엽)가 발 벗고 국산화에 나섰다. 재료는 의료용 대마, 헴프(Hemp)다.

 

기존 칸나비디올 추출 문제 자체 기술로 해결

사진=네오켄바이오
사진=네오켄바이오

네오켄바이오는 자체 기술력으로 의료용 대마에서 뇌전증 치료에 필요한 성분을 추출한 데 이어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로써 뇌전증 치료제 국산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다. 치료제의 주원료가 되는 것은 의료용 대마다. 그중에서도 의료용 대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Cannabidiol, CBD)이다.

추출법도 획기적이다. 네오켄바이오는 마이크로웨이브(Microwave) 가공으로 의료용 대마에서 칸나비디올을 고순도로 추출 및 제조하는 기술력을 가졌다. 이는 기존 칸나비디올 제조법과 다른 것으로, 기존은 초임계 추출법을 사용했다. 이 방법은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사용돼 향후 환경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장비의 가격이나 설치 장소, 운영에도 전문인력이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마이크로웨이브 제조 기술은 간단하며 시설비용도 저렴하다. 생산성은 반대로 높다. 그러다 보니 초임계 추출법과 비교하면 매우 경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을 가능케 한 데에는 네오켄바이오의 마이크로웨이브 제조 기술이 의료용 대마의 건조와 분쇄, 추출, 농축 등 복잡한 과정을 하나의 기계로 압축해서 진행하기 때문이다.

네오켄바이오는 의료용 대마에서 칸나비디올을 고순도로 추출하는 자체 기술력은 물론이거니와 독창적인 생산설비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칸나비디올의 원료의약품 생산과 관련된 의약품을 빠르게 국산화하고자 한다. 또한, 뇌전증 치료제 외에도 다양한 칸나비노이드 라이브러리를 이용해 난치성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파이프라인을 강화하고 있다.

 

국내, 의료용 대마 규제 느슨해지나?

의료용 대마에서 추출한 칸나비디올로 뇌전증 치료제 국산화에 성공할 경우, 현재 연간 최소 4000만 원이 드는 뇌전증 치료제의 비용을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네오켄바이오는 점철하고 있다. 의료용 대마는 우리가 흔히 아는 ‘마리화나’와는 다르다.

환각과 중독을 유발하는 마리화나와 달리 치료제로 사용하는 칸나비디올을 함유한 의료용 대마는 엄연히 다르며, 치료 분야도 가지각색이다. 뇌전증뿐만 아니라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스트레스성 수면 부족, 우울증, 통증 등과 고령화로 인한 복합적인 증상도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의료용 천연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미국을 포함한 50여 개국이 치료 목적으로 의료용 대마의 연구와 사용을 합법화했으며, 우리나라 역시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마 성분의 의약품 수입과 사용을 허가했다. 정부 역시 ‘경북 산업용 헴프 규제자유특구’ 사업을 진행함으로써 해당 특구에서 의료용 대마를 바이오 소재로 전환해 연구와 제품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를 재배하고 연구해 치료제를 만들어 유통하는 일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네오켄바이오는 규제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외치고 있다. 함정엽 네오켄바이오 대표는 “국내에서 의료용 대마를 활용한 연구와 사업화가 어려운 이유는 규제 때문이다. 치료 목적의 의료용 대마 활용에 관한 법률을 완화하는 등 정부의 적극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라며 “현재 칸나비디올을 원료로 하는 의약품, 기능성 제품과 화장품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에서 칸나비디올이 마약성과 중독성이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고 전했다.

물론 정부도 조금씩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듯해 보인다. 지난해 규제혁신 100대 과제에 의료용 대마의 제조와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포함했기 때문이다.

 

물에도 녹는 칸나비디올···사용 분야 무궁무진해

네오켄바이오 설비시설. [사진=네오켄바이오]
네오켄바이오 설비시설. [사진=네오켄바이오]

현재 네오켄바이오는 마이크로웨이브 생산기술로 제조한 고순도 칸나비디올을 제조하는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설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칸나비디올은 뇌전증과 각종 정신질환은 물론 뇌혈관 장벽을 통과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예방하는 긍정적 효과도 입증됐다. 칸나비디올은 14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성분이 의료용 대마에 함유되어 있기에 앞으로의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세계적 사업 아이템 중 하나다.

네오켄바이오는 비마약성인 대마 줄기와 뿌리 등에도 집중하고 있다. 여기서 기능성 소재를 발굴하고 원료를 활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테스트도 스타트를 끊었다. 그중 하나가 화장품이다. 한국콜마 등 참여 기업과 함께 화장품과 기능성 제품에 대한 원료 공급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이 밖에도 다수의 국내외 기업들과 활발한 논의를 하고 있다.

수용성 칸나비디올. [사진=네오켄바이오]
수용성 칸나비디올. [사진=네오켄바이오]

지난 5월에는 물에 잘 녹는 수용성 칸나비디올 개발에 성공해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네오켄바이오는 수용성 칸나비디올을 통해 관련 분야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 다수의 일본 업체와 수출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처럼 현재 네오켄바이오는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의료용 대마 시장이 초기 단계기 때문이다. 이를 타계할 방안으로 수출을 통한 사업화에 중점을 두는 전략을 세웠다. 또한, 그린플러스와 손잡고 네오켄바이오와 글로벌 의료용 대마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을 통해 태국 및 해외 의료용 대마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상호 협력할 방침이다.

네오켄바이오의 궁극적 목표는 의료용 대마 치료제의 국산화다. 함 대표는 “난치성 환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라며 “국내 최고의 의료용 대마 상용화 전문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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