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어망 등을 수거해 친환경 나일론으로 리사이클링 성공
하루 1톤 규모 고순도 나일론 추출 기술 보유
차세대 ESG 스타트업으로 주목, 인니 시작으로 글로벌 진출 행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줄 주요 경영지표로 자리잡은 ESG,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 ESG라는 키워드를 사업모델로 만들어내면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ESG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in ESG] 시리즈를 통해 사업모델에 ESG를 접목시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스타트업 in ESG> 시리즈

① 수퍼빈, 폐기물 재활용으로 글로벌 공략

② 엘디카본, 검은 타이어로 그린 친환경 구현

③ 넷스파, 버려진 어망을 나일론으로 변신시키다

④ 리하베스트, 음식 부산물의 변신을 알리다

⑤ 어반랩스, '커피박 대체육'으로 대체단백질 시장 도전

⑥ 제이엠웨이브, 내연기관의 그린화 앞장

⑦ 크로커스, AI 전력관리 시장 독보적 플레이어 자리매김

⑧ 루트에너지, 재생에너지 거래 통한 선순환 꿈꾸다

⑨ "폐이불을 재생섬유로"…제클린, 업사이클의 새 패러다임 제시

⑩ 사이버범죄 예방하는 '스마트 보안관' 에스투더블유

⑪ 이너보틀, ‘병속의 병’으로 지구 건강을 지키다

⑫ 스타스테크, 불가사리에 새생명을 입히다

⑬ 라온로드, 스마트교통체계 통한 사회적 비용 감소 실천

⑭ 이노버스, 자원 재순환 통한 그린스마트시티 구축 앞장

⑮ 중소중견기업 탄소배출 관리 도우미 '후시파트너스'

넷스파 정택수 대표.[사진=넷스파]
넷스파 정택수 대표.[사진=넷스파]

[K글로벌타임스] 넷스파(대표 정택수)는 국내 유망 그린테크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해양 폐기물을 활용해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이는 성공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내 관련분야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며 ESG에 힘을 쏟는 대기업들과의 협업 및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버려진 어망, 그린 나일론으로 변신

버려진 폐어망을 수거하는 넷스파.[사진=넷스파]
버려진 폐어망을 수거하는 넷스파.[사진=넷스파]

넷스파를 이끄는 정택수 대표는 리사이클링 패션 의류 아이템으로 첫번째 창업에 나섰다. 이후 의류 제작에 필요한 재생 섬유를 공급해줄 기업이 드물다는 구조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재생 소재 납품 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태어난 부산의 해양 환경오염의 주범인 폐어망을 활용해 재생 나일론을 추출하고자 2020년 넷스파를 설립했다.

폐어망은 세계적으로 연간 64만톤이 버려져 해양쓰레기의 40%를 차지하며, 65만 마리의 해양 생물이 폐어망에 목숨을 잃어 어획량의 10%가 감소되는 등 해양생태계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연간 5만 톤이 버려지면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로 지적돼 왔다. 값이 싸고 가볍게 만들어진 폐어망은 어업 활동에 쉽게 사용되고 버려지는 문제점이 있었다. 이는 고스란히 해양환경오염으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함과 더불어 재생소재로 활용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몰두했다. 몰두한 결과 5개월만에 대기업에서 10년간 해결하지 못한 고순도의 나일론 추출 공정을 개발하며 떠오르는 ESG 스타트업으로 주목받았다.

넷스파는 어망에 맞는 5㎜ 단위의 분쇄기를 직접 개발했고, 이를 통해 어망에서 각 원료들을 추출해 고순도 재생 나일론과 플라스틱을 생산하고 있다.

폐어망에서 고순도의 재생 나일론 원료를 추출해 섬유나 자동차 부품에 활용할 수 있는 원료를 공급한 네스파는 연안에서 발생되는 폐어망을 수거해 나일론과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PE)와 같은 소재들을 절단해 분쇄하는 과정을 거친다.

넷스파의 재생 나일론은 다양한 합성수지, 섬유 생산 및 산업용 엔지니어링 등의 활용된다.[사진=넷스파]
넷스파의 재생 나일론은 다양한 합성수지, 섬유 생산 및 산업용 엔지니어링 등의 활용된다.[사진=넷스파]

염분이나 이물질들이 많이 묻어 있기 때문에 이를 세척하고 비중 분리 방식을 통해 소재를 분리하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처리 과정을 거치면 플레이크라는 형태로 생산된다. 나일론 플레이크는 섬유나 자동차용 원료로 공급이 가능하며 가전제품과 전자제품의 부품으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유럽연합(EU)에 따르면, 석유화학에서 추출해낸 나일론 대비해서 재생 나일론을 사용을 하면 kg당 약 3.68의 탄소를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넷스파의 이 같은 기술이 ESG를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다. 특히 섬유 등으로 활용되는 나일론은 다른 물질과 혼합된 형태여서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있는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 대표는 "지속적인 소재개발과 더불어 공급을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위탁과 관련해서도 향후 사회적 취약계층을 수거·운반에 고용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SG에 매료된 대기업 러브콜 '쇄도'

사진은 (왼쪽부터)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정택수 넷스파 대표, 도현명 심센터 이사가 함께 폐어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SK에코플랜트]
사진은 (왼쪽부터)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 정택수 넷스파 대표, 도현명 심센터 이사가 함께 폐어망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SK에코플랜트]

넷스파는 설립 후 3년여라는 짧은 시간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내에서 사실상 경쟁기업이 없는 산업인데다가 대기업들도 뛰어들지 못한 분야를 개척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글로벌 메가트렌드인 ESG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사업모델을 구축하며 대규모 투자와 대기업들의 파트너십 제의가 줄을 이었다.

설립 1년 만인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시리즈A(30억원)와 시리즈A 브릿지(15억원) 투자 유치에 각각 성공하며 관심을 입증했다. 

또한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과는 폐어망 재활용 사업 지원 협력을 맺었고, 삼양사와 해양쓰레기 재활용 자동차용 소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삼양사와의 계약을 통해 넷스파는 품질 규격이 까다로운 자동차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이 밖에도 부산시-효성티앤씨, 해양폐기물 재활용 촉진·순환경제 체계 구축 업무협약(MOU)을 맺으며 다양한 기관·기업과 손을 잡았다.

최근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해 플라스틱으로 생산하는 자원순환 체계 구축을 추진하는 LG화학도 파트너사로 넷스파를 선택하며 다시금 주목받았다.

협약을 통해 LG화학은 오는 2024년 가동 예정인 충남 당진시 석문국가산업단지 열분해유 공장의 원료 중 하나인 믹스 플라스틱을 넷스파로부터 공급받게 된다.

허성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왼쪽)와 정택수 넷스파 대표이사(오른쪽)가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코오롱]
허성 코오롱플라스틱 대표이사(왼쪽)와 정택수 넷스파 대표이사(오른쪽)가 친환경 플라스틱 제품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한 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코오롱]

이 밖에 폐그물 등 해양폐기물을 재활용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개발을 추진하는 코오롱플라스틱도 제품 공동 기술 개발 협약을 체결하며 기술력을 인정했다.

양사는 해양폐기물 기반 재생 나일론 생산기술을 활용해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재활용 가능한 플라스틱 펠릿(pellet)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이 펠릿은 자동차 부품 및 전기·전자제품 등에 사용되는 고기능성 컴파운드 소재의 원료로 사용할 예정이다. 

또한 SK그룹이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소셜벤처를 선정하고 지원하는 '임팩트 유니콘'사업에도 선정되며 기대주로 인정받았다. 임팩트 유니콘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 중 성장을 통해 경제적·사회적 가치 창출 총량을 혁신적으로 증대할 수 있는 기업을 말한다.

ESG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SK그룹의 선택을 받은 넷스파는 향후 그룹 내 관계사와의 다양한 협업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

 

고순도 나일론 대량생산 구조 구축, 글로벌 시장 노크

SK그룹의&nbsp;'임팩트 유니콘'사업에 선정된 넷스파.[사진=SK]
SK그룹의 '임팩트 유니콘'사업에 선정된 넷스파.[사진=SK]

국내 굴지의 기업들도 해내지 못한 폐어망 재활용에 성공한 넷스파의 솔루션은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ESG라는 키워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친환경 사업모델과 대량 생산 구조까지 갖추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경쟁사는 현재 경우 인력을 통한 수작업으로 나일론을 선별해 시간이 오래걸리고 대량 생산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제품 품질 유지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10명이 꼬박 하루 동안 수작업을 통해 150㎏의 나일론을 분리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넷스파가 개발한 기계는 한대 당 하루에 1.5톤(t)의 나일론을 폐어망에서 분리할 수 있다. 순도 역시 95%로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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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어망 재활용을 통한 나일론 대량 생산 구축에 성공한 넷스파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사진=픽사베이]

넷스파는 부산시와의 긴밀한 협조 끝에 대량 생산 플랜트를 구축해 경쟁력을 갖췄다. 부산시에 약 4000톤 규모의 폐어망을 재활용할 수 있는 플랜트를 건설해 가동해 대량생산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설비안정화가 된다면 연간 2400t의 재활용 나일론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정 대표는 내다봤다.

이를 토대로 넷스파는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베트남, 중국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정 대표는 "인도네시아에 네덜란드 회사가 진출해 있어 폐어망 수급망이 형성돼 있다"면서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한국국제협력단, 비영리재단 등과 기업·정부 간 거래(B2G)를 통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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