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병 안에 특수 폴리머 파우치를 활용한 '친환경 패키지'로 주목
수질오염, 플라스틱 재활용 어렵던 기존 제품의 한계 극복
CES 2022 혁신상 수상 등 경쟁력 입증…글로벌 ESG 기업 도약 목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기업들의 가치를 높여줄 주요 경영지표로 자리잡은 ESG, 스타트업도 예외는 아니다. ESG라는 키워드를 사업모델로 만들어내면서 기업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기도 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커지면서 ESG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스타트업 in ESG] 시리즈를 통해 사업모델에 ESG를 접목시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는 국내 스타트업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스타트업 in ESG> 시리즈

① 수퍼빈, 폐기물 재활용으로 글로벌 공략

② 엘디카본, 검은 타이어로 그린 친환경 구현

③ 넷스파, 버려진 어망을 나일론으로 변신시키다

④ 리하베스트, 음식 부산물의 변신을 알리다

⑤ 어반랩스, '커피박 대체육'으로 대체단백질 시장 도전

⑥ 제이엠웨이브, 내연기관의 그린화 앞장

⑦ 크로커스, AI 전력관리 시장 독보적 플레이어 자리매김

⑧ 루트에너지, 재생에너지 거래 통한 선순환 꿈꾸다

⑨ "폐이불을 재생섬유로"…제클린, 업사이클의 새 패러다임 제시

⑩ 사이버범죄 예방하는 '스마트 보안관' 에스투더블유

⑪ 이너보틀, ‘병속의 병’으로 지구 건강을 지키다

⑫ 스타스테크, 불가사리에 새생명을 입히다

⑬ 라온로드, 스마트교통체계 통한 사회적 비용 감소 실천

⑭ 이노버스, 자원 재순환 통한 그린스마트시티 구축 앞장

⑮ 중소중견기업 탄소배출 관리 도우미 '후시파트너스'

[K글로벌타임스] 이너보틀(대표 오세일)은 화장품의 기존 용기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점성이 큰 내용물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내용기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 병 안에 특수 폴리머로 만든 파우치를 넣어 내용물을 0.3%만 남기고 전부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냈고, 사용후 친환경 실리콘 파우치만 갈아끼우면 되는 구조로 외병을 재활용 가능하게 만들면서 친환경 패키지로 주목받고 있다.

 

환경까지 생각한 '병속의 병' 

이너보틀의 '탄성 이너셀' 기술이 적용된 패키지.[사진=이너보틀]
이너보틀의 '탄성 이너셀' 기술이 적용된 패키지.[사진=이너보틀]

이너보틀은 회사의 이름과 같이 병 속에 새로운 병을 삽입하는 방식이 핵심이다. 그러나 병 속에 들어가는 병은 일반 병과는 다른 독자적인 기술력의 결과물이다.

이너보틀이 자체 개발한 '탄성 이너셀' 기술은 플라스틱 용기 속에 실리콘, 부틸 고무 등으로 만든 파우치를 넣는 방식으로 내용물을 거의 전부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병 속의 병'으로 불리는 이 소재 덕분에 내용물을 불과 0.3% 수준만 남기고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기존 펌핑방식으로 제작된 화장품의 경우 내용물을 완벽하게 사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탓에 구매자들은 온전히 상품을 다 사용하지 못했고, 다 쓰고난 후 재활용 역시 남은 내용물 때문에 헹구는 과정을 추가하거나 오염이 이뤄진 경우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이를 바탕으로 버려지는 내용물이 물을 오염시키거나 용기에 묻은 내용물 탓에 재활용이 어려워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친환경 솔루션으로 화장품업계 등에서 주목받는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지난 2018년 설립 초기 정부통합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577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통령 상을 수상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특허로 무장한 독자기술에 쏟아진 관심

LG화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이너보틀.[사진=LG화학]
LG화학과 업무협약을 맺은 이너보틀.[사진=LG화학]

이너보틀은 용기 구조에 관한 특허, 이너보틀 내부를 채우기 위한 장비 관련 특허, 안쪽 용기 구조에 대한 특허 분류로 특허 포트폴리오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다양한 특허기술을 보유할 수 있던 데에는 변리사 생활을 10년 동안 했던 오 대표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특허관련 일을 하며 누구보다 특허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오 대표는 다양한 기술력에 대한 세부적인 특허등록을 마치며 독자적인 기술로 지켜낼 수 있었다.

병 속에 비닐 등을 넣는 시도는 있었으나, 내용물을 깔끔하게 쓰면서 재활용까지 생각한 제품을 내놓은 것은 이너보틀이 최초라는 게 오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에는 경쟁자가 없는 셈이다.

이처럼 기존에 없던 기술에 대한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다. 

지난 2019년 코스메틱 중견기업 코스맥스와 함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친환경 화장품 용기를 납품하기로 계약한 것이다.  코스맥스는 동남아시아, 유럽, 미국 등지에 진출하는 자사 제품의 용기를 이너보틀의 것으로 사용하기로 하면서 친환경 경영에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이너보틀의 내부 용기는 내용물이 줄어듦과 동시에 함께 줄어드는 기술력을 접목, 내용물을 남김없이 사용 가능하게 해준다.[사진=이너보틀]
이너보틀의 내부 용기는 내용물이 줄어듦과 동시에 함께 줄어드는 기술력을 접목, 내용물을 남김없이 사용 가능하게 해준다.[사진=이너보틀]

이어 플라스틱 생산, 사용 후 수거, 리사이클까지 망라하는 ESG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 LG화학이 이너보틀에 손을 내밀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LG화학은 이너보틀과 함께 ‘플라스틱 에코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너보틀의 화장품 용기 생산부터 수거까지 협력하기로 했다.

이를 넘어 LG화학으로부터 20억원의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 실리콘 소재를 바이오 원료 합성고무인 라텍스 소재 NBL(Nitrile Butadiene Latex)로 대체하기 위한 공동연구개발도 나섰다.

 

에코플랫폼 구축, 글로벌 ESG 기업 발돋움 예고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이너보틀.[사진=이너보틀]
CES 2022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이너보틀.[사진=이너보틀]

이너보틀의 기술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설립 1년 만에 필리핀 마닐라에서 아시아개발은행과 국제환경 NGO인 ASSIST가 공동 주관한 'IN PACT ASIA 2019'의 '올해의 스타트업'에 선정됐다.

지난해 1월에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국제가전전시회(CES)2022에서는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너보틀은 글로벌 무대에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영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 ‘카페24’로 화장품 리필샵 ‘이리온(이너보틀 리필 온라인)’을 론칭하는 등 에코플랫폼 구축을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너보틀의 자사 쇼핑몰 이리온.[사진=이너보틀]
이너보틀의 자사 쇼핑몰 이리온.[사진=이너보틀]

이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모두 사용한 소비자가 직접 오프라인 리필샵을 찾지 않아도 클릭 몇 번 만에 리필·용기 수거를 요청하고 리워드까지 받을 수 있는 지속 가능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창립 2년 후인 지난 2020년 100억원 이상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미국, 유럽 등 친환경에 관심을 보이는 지역이 많아지면서 이너보틀의 매출도 국내보다 해외 비중이 더 커진 상황이다. 지난 2020년에는 영국의 화장품 회사와 계약을 맺고 화장품 용기 100만 개를 수출하기도 했다.

특별한 광고나 마케팅 없이 SNS 등을 통한 입소문으로 이뤄낸 성과다. 오 대표는 단순히 매출액 등 외형 성장을 넘어 다양한 협업 등을 토대로 글로벌 ESG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포부다.

오세일 대표는 "대형기업만 할 수 있었던 리필숍 효과를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도록 하고, 중소기업과의 협업 폭도 늘려나갈 것"이라며 "선순환 시스템 구축을 통해 생활 속의 ESG를 실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동현 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저작권자 © K글로벌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