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패턴으로 신발 밑창 구성...MZ세대 마니아 확보
연간 5000켤레 내외 생산, 수십만톤 폐타이어 '새활용'

[K글로벌타임스] MZ세대를 중심으로 지속가능한 패션 브랜드를 소비하는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 이들은 친환경 소재를 적용한 의류 생산 뿐만 아니라 폐기까지 환경을 생각하면서 '착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과거에는 옷에만 국한됐던 친환경 패션이 현재는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다양한 제품에 접목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 MZ세대 소비자들의 구매까지 이끌어내고 있는 추세다. 

폐타이어로 업사이클링한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사진=트레드앤그루브]
폐타이어로 업사이클링한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사진=트레드앤그루브]

도로 위를 달리던 타이어가 멋진 신발로 재탄생한다면? 업사이클링 패션 스타트업 '트레드앤그루브'가 상상 속의 일을 실제로 구현해냈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0억개의 타이어가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팀 트레드앤그루브는 소각 처리되면서 발생하는 대기오염 물질의 양이 방대하다는 사실을 알고 폐타이어로 신발을 제작하게 됐다.  

생산되는 패턴도 제각각...2030대에 입소문 타며 인지도 ↑

아무래도 업사이클링 제품 특성상 가격대가 일반 제품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지만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해외에 제품을 맡기면 가격이 절반 이상으로 저렴해지지만, 제품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리스크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성수동, 부산 사상구에 생산 거점을 두고 업사이클링 슈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브랜드가 부상할 수 있었던 점은 2030대 즉 MZ세대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특유의 디자인으로 마니아층이 생기면서 '트레드앤그루브가 업사이클링 신발을 판매하는 곳이다' 정도의 인지도를 만들 수 있었다.  

구매 고객의 60% 정도 남성인데, 이들은 타이어의 패턴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제작되는 신발 역시 고유의 패턴이나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낀다고한다.  

디자인만 독특한 것이 아니라 신발 본래의 기능에도 충실하다는 점 역시 이들의 경쟁력이다. 타이어를 기본 재료로 활용했기 때문에 탄성이 상당히 좋은 편이며, 미끄럼에도 강하기 때문에 장마철이나 겨울에 특히 가치를 발휘한다고. 타이어로 만들어서 신발이 무거울 것이란 편견도 있는데, 실제로 신어보면 실제 신발과 무게 역시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강점이다.  

생산에 필요한 폐타이어는 카센터나 폐차장, 타이어 수거 업체 등에서 직접 수거를 진행한다. 통상 1회 수거량은 100~300개 내외다. 앞서 트레드앤그루브는 한국타이어와 롯데 렌터카 등 대기업에서 사용하고 남은 타이어나 생산과정에서 폐기된 타이어를 무상으로 공급받으면서 제품을 만들기도 했다.

이렇게 수거된 폐타이어는 신발 밑창으로 제작된다. 신발 몸체에 사용되는 원단 역시 폐플라스틱이나 비건 가죽 등이 활용된다. 

자체 개발한 신발 가공방법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신발 생산

구체적으로 트레드앤그루브가 개발한 폐타이어의 신발 가공 방법은 두 가지로, 먼저 껍질을 벗겨내듯 타이어 겉면 무늬 부분을 얕게 도려내 타이어 고유 패턴을 유지해서 신발에 부착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타이어 몸통을 분쇄해 다시 성형해서 자재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나뉜다.   

특히 회사 자체 공장으로 보내 고무를 분리하는 과정을 먼저 거치는데, 고무로 둘러싸인 타이어 내부에 철사층과 섬유층으로 구성된 부분 중 가장 바깥에 있는 고무층을 3~6mm 가량 분리해 신발 밑창으로 사용한다. 

이 작업에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데, 타이어를 정밀 가공할 수 있는 기계를 보유해 가능케 했다. 이렇게 타이어에서 분리된 고무는 자체 신발공장으로 전달돼 운동화, 샌들, 부츠 등 완제품으로 재탄생한다. 

그리고 타이어 패턴이 스포츠카 카테고리와 산업 프로드형 등 사용 환경과 용도에 따라서도 다양하기 때문에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자체가 희소성이 커 마니아층 구매는 갈 수록 늘고 있다는 게 업체측의 설명이다. 

한국타이어 협업 제품 2주만에 완판...해외 진출 준비

폐타이어로 업사이클링한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사진=트레드앤그루브]<br>
폐타이어로 업사이클링한 트레드앤그루브 신발 [사진=트레드앤그루브]

이온 트레드앤그루브 창업자이자 대표는 대학생 시절 아프리카 사람들이 폐타이어를 잘라 끈처럼 묶어 샌들처럼 신고 다니는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창업을 결심했다. 도시사회학과 창업학을 전공으로 한 노하우를 살려 폐타이어 신발을 불과 1년 만에 내놓았다.  

물론 처음부터 사업이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낯선 재료를 이용해 신발을 만드는 선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유명한 장인들으 찾아갔는데, 거절당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대부분의 장인들이 해보지 않은 작업에 대해 거부감을 느꼈고 그 이후로 제작을 해줄 수 있는 공장을 찾아다니는 것이 일상이 됐다. 

하지만 노력 끝에 트레드앤그루브의 가치와 맞아 떨어지는 거래처를 찾아 지난 2020년 11월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첫 폐타이어 신발이 탄생했다. 1년 동안 폐타이어를 활용해 판매한 제품만 4000~5000켤레 정도되며, 이는 폐타이어 무개로 치면 수 십톤에 달하는 양이다.  

지난해에는 한국타이어와 협업해 제작한 스니커즈가 큰 화제를 모았다. 흠집이 나서 판매하기 어려운 타이어를 제공받아 이를 신발 밑창에 적용해 한정판 스니커즈인 '에이치케이 그루비'라는 업사이클링 라인을 만들기도 했다. 초도 물량이 총 300켤레였는데, 2주만에 모두 판매됐다.  

이 브랜드는 국내에서의 인지도가 어느정도 쌓이면서 점차 해외로도 눈을 돌리고 있다. 이온 대표는 "친환경 제품에 좀더 개방적인 해외 시장 진출도 조금씩 문을 두드려보려고 한다"며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단계여서 공격적 확장은 힘들겠지만,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이러한 브랜드가 있다는 걸 세계에 꼭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K글로벌타임스 김유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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