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동형암호 사업화 사례 첫 구축
현존 암호기술 중 최고 수준인 동형암호, 양자컴퓨터도 뚫지 못해
동형암호 반도체로 글로벌 판도 뒤바꿀 계획

[K글로벌타임스] 일상에서 데이터는 더 이상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연락뿐만 아니라 정보를 얻거나 공유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하고, 결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데이터가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안이라는 이슈가 늘 따라붙는다. 개인정보 유출에 전 세계인은 불안에 떨고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데이터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크립토랩(대표 천정희)은 4세대 암호체계 기술인 동형암호를 원천 기술화한 스타트업으로, 고객 정보를 암호화한 상태에서 데이터를 분석한다. 특히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로 동형암호에 관한 탁월한 연구 성과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인재다. 이에 2023년 세계암호학회(IACR, 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Cryptologic Research) 석학회원으로 선정됐으며, 국내 두 번째 사례다.

 

동형암호 실패 속 한 줄기 빛으로 피어난 ‘크립토랩’

동형암호 개념도. [사진=금융위원회]
동형암호 개념도. [사진=금융위원회]

크립토랩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동형암호에 대한 소개가 먼저 필요하다. 동형암호는 암호화된 상태에서 덧셈, 곱셈 등 다양한 연산을 이용해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다. 그로 인해 데이터 유출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가장 효과적인 암호 방식으로 선호받는다.

예를 들어 금고가 있다고 가정하자. 금고 안에 중요한 자료가 있는데, 이를 확인하거나 수정하기 위해서는 금고문을 항상 여닫아야 한다. 하지만 동형암호는 금고문의 개폐와 상관없이 원격으로 금고 내부의 자료를 확인하거나 수정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금고 안의 자료는 안전하게 보관된다. 문을 연 적도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금고의 문 열쇠는 없다.

크립토랩은 이러한 동형암호에 관한 ‘CKKS’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동형암호 ‘고속 구현’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고속 구현에 방점을 둔 데는 이유가 있다. 그간 전 세계는 동형암호 기술을 연구·개발하며 도입하려던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데이터 연산 속도가 무척 느렸다.

금고 속 자료를 확인하거나 수정하는 데 한나절이 걸린다면 그 아무리 잘 만든 방패라 하더라도 사용하기 꺼려진다. 이는 상용화의 실패로 이어졌다. 기존의 암호화 기술과 비교했을 때 100% 안전하다는 장점은, 모두가 인내심을 가지고 느린 속도를 감내해야 하는 단점에 가려졌다. 하지만 크립토랩의 동형암호 기술은 연산 속도가 빠르다. 100% 안전하며 빠르게 연산 처리를 하는 암호기술에 전 세계가 혹하지 않을 수 없다.

 

기립박수 받을 정도로 우수하고 뛰어난 원천 기술 보유

HEaaN(혜안)의 특장점. [사진=크립토랩]<br>
HEaaN(혜안)의 특장점. [사진=크립토랩]

2017년 설립된 크립토랩은 수학 이론 자체를 상업 기술로 만든 국내 첫 사례로 손꼽힌다. 주요 솔루션은 ‘HEaaN(혜안)’이다. 그간 데이터 보호를 금고에 넣어 보관했다면, 늘 열쇠가 있었다. 그러나 해커가 이 열쇠를 훔쳐버린다면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다.

또한, 언제나 열쇠를 들고 다녀야 하는 데다 열쇠로 문을 열고 데이터를 확인하고 다시 열쇠로 금고문을 잠그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족히 30분이 걸렸다. 앞서도 말했듯 이 열쇠가 필요 없는 암호기술이 동형암호다.

천정희&nbsp;크립토랩 대표. [사진=크립토랩]<br>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사진=크립토랩]

동형암호는 현존하는 암호기술 중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양자컴퓨터도 풀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천 대표가 동형암호 기술을 처음 소개한 논문을 세계암호학회에 제출했다가 거부당한 사례다. 심사위원들이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후 2017년 미국 보건원(NIH) 후원으로 열린 경진대회에서 다시 한번 HEaaN을 선보이며 다른 암호기술보다 30배 빠른 속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자 전 세계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당시를 회상하던 천 대표는 ”시상식 때 기립박수를 받았다“고 전할 정도였다.

동형암호는 2003년 개발된 격자암호를 기초로 한다. 격자암호는 모눈종이 위에 암호에 해당하는 점을 찍는 방식으로, 이 암호를 찾기 위해서는 2차원일 경우, 암호 점에서 가장 가까운 주변의 점 4개의 위치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를 3차원 정육면체로 바꾸면 찾아야 할 암호 점 주변이 더 늘어난다. 여기에 컴퓨터를 적용하면 100차원 이상으로 늘릴 수 있는데, 그러면 컴퓨터도 암호가 찍힌 격자점을 찾지 못한다. 크립토랩은 이를 700~1000차원으로 확장했다.

 

동형암호 내장된 반도체, 세계 시장 뒤흔들 것

크립토랩의 동형암호 기술은 그야말로 독보적이다. 그렇기에 전 세계에 경쟁 업체가 없을 정도다. 크립토랩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동형암호가 내장된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파트너사는 삼성전자다. 미국 인텔도 크립토랩에 손을 내밀었다. 천 대표는 ”인텔이 동형암호 반도체가 시장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동형암호 반도체가 출시될 경우, 스마트폰을 비롯한 컴퓨터, 전자제품, 자동차 등 각종 장치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으며 그만큼 시장도 크다. 또한, 보안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장의 판도가 뒤집힐 수도 있다. 이에 국제표준기구(ISO)에서 동형암호 기술의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 지침을 정하는 학자 6명에 천 대표도 포함됐다. 결국, 크립토랩의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되는 것이다.

크립토랩은 이미 2020년 국민연금공단, 코리아크레딧뷰(KCB)와 협력해 세계 첫 동형암호 상용화 사례를 구축했으며, 현재 LG유플러스, 네이버클라우드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크립토랩의 목표는 분명하다. 동형암호에서 글로벌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2년이나 앞선 ‘초격차’ 동형암호 기술로 독보적인 위치를 갖는 것이다.

이에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하며 금융, 의료, 마케팅 분야의 개인화 인공지능(Private AI)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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