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케이블이 닿지 않는 곳까지 선박으로 전기 운송
“전기 선박 성공하면 전력 시장의 새 패러다임 올 것”
내년 테스트 시작으로 2025년 첫 번째 전기 운반선 완성 목표

‘지피지기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는 의미다. 스타트업에 있어 이 말은 큰 뜻을 가진다. 우선 나를 알아야 하지만, ‘상대’도 알아야 경쟁 시장에서 파이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진출이 스타트업의 필수 전략이 된 최근에는 이 자세가 더더욱 중요하다. 그렇다면 해외에서 어떤 스타트업이 어떤 아이템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을까? 그들의 전략은 무엇일까? ‘적을 알면 백전백승’ 시리즈를 통해 해외 스타트업을 집중 조명하며 ‘지피(知彼)’해본다.

 

<적을 알면 백전백승> 시리즈

① 인도인 사로잡는 유니콘의 시간 ‘10min’, 젭토

② 바다를 누비는 ‘배’터리, 일본의 ‘파워엑스’

[K글로벌타임스] 전기를 전 세계로 ‘배’로 운송할 수 있다면 어떨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 아이디어가 곧 실현 가능해질 예정이다. 일본의 PowerX, Inc.(대표 이토 마사히로, 이하 파워엑스)가 그 주역이다. 바다의 테슬라를 꿈꾸는 에너지 기업 파워엑스는 2021년 설립된 후 세계 최초로 전기 운반선 개발에 나섰다. 여기에 일본의 대표 기업 미쓰비시 상사와 이토추 상사, 그리고 미쓰이 물산 등이 투자하며 현재 일본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해저 케이블만으로 불가했던 전기 이송···파워엑스가 해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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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엑스의 Power ARK 100. [사진=파워엑스]

파워엑스의 비즈니스는 그야말로 ‘혁신’이다. 그전에 없던 새롭고 독창적인 비즈니스 아이템을 발굴했기 때문이다. 해상 풍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해저 케이블이 아닌 컨테이너형 축전지에 모아 운반하는 전기 운반선이 바로 그것이다.

그동안 해상에 설치된 풍력발전소가 발전한 전기를 해저 케이블로 송전했다. 그러나 심해 등의 이유로 인해 해저 케이블 설치가 적합하지 않은 지역을 회피해서 가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게다가 1km 부설할 때마다 약 9억~19억 원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파워엑스가 선택한 것이 전기 운반선이다. 파워엑스에서 만드는 전기 운반선 건조비는 한 척당 약 293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총비용으로 환상한다면 선박이 더 저렴한 셈이다. 더욱 강한 바람이 불어 큰 발전량도 기대 가능한 바다 지역이지만, 해저 케이블이 닿지 않았던 곳에도 풍력 발전기 건설이 가능하다.

항구(육지)에서 전기를 내려놓을 때는 선박에 가득 실린 충전용 대형 배터리에 케이블을 연결해 송전한다. 목적이 끝난 배는 다시 아무 일 없다는 듯 항해하면 된다.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 모델 ‘Power ARK 100’은 선체 길이만 약 100m다. 선체에는 그리드 스케일의 배터리가 96개가 승선되며, 축전 능력만 220MWh(메가와트시)다. 이는 일반 가정 약 2만 2000세대의 1일 전기사용량과 맞먹는다. 그야말로 바다 위를 떠다니는 ‘배’터리인 셈이다.

물론 배터리는 화재 등에도 안전하다. 또한, Power ARK 100이 실은 배터리는 리튬 인산철로 만들어졌는데, 파워엑스에 따르면 충·반전을 6000번 반복할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종류의 배터리보다 가격도 낮다는 이점이 있다.

 

손대는 사업마다 족족 ‘대박 행진’ 이어간 파워엑스 대표

파워엑스 설립자이자 대표인 이토 마사히로의 이력도 주목할 만하다. 이토 마사히로 파워엑스 대표는 일본 식품 대기업 ‘이토햄’ 창업자 가문 출신이다. 그러나 가문을 승계하는 대신 2000년 17세의 나이로 3D 영상 제작 회사 ‘얍파’를 설립했다.

이토 마사히로 파워엑스 대표. [사진=파워엑스]<br>
이토 마사히로 파워엑스 대표. [사진=파워엑스]

이후 얍파는 2014년 스타트 투데이(현재의 ZOZO그룹)에 인수됐으며, 수년 전 일본에서 큰 히트를 일으켰던 전신 사이즈 측정 슈트인 ZOZOSUIT, ZOZOMAT, ZOZOGLASS 등의 개발을 주도한 자다. 특히 ZOZO그룹의 COO를 맡은 이력도 있다. 그러나 전기 운반선 사업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2021년 파워엑스를 설립한 입지적인 인물인 것.

파워엑스는 2025년 전기 운반선 1호선을 완성하는 데 목표를 두고 전진 중이다. 그러나 전기 운반선 비즈니스가 수익화 모델로 자리 잡기까지 시간이 다소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 오는 가을부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바로 배터리 사업이다. 선박, 주택, 전기차(EV) 충전용 배터리 생산 및 판매로 수익을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카야마현에 위치할 배터리 공장. [사진=파워엑스]<br>
오카야마현에 위치할 배터리 공장. [사진=파워엑스]

이를 위해 파워엑스는 지난 6월 오카야마현 타마노시에 일본 최대 규모의 배터리 공장 건설 계획을 밝혔다. 내년부터 테스트 생산에 착수할 예정이다.

특히 전 세계가 파워엑스를 주목하는 데는 해상 풍력 발전으로 생산된 전력을 해저 케이블이 아닌 선박을 통해 이송이 가능해지면, 풍력 발전기의 입지 제약이 크게 개선되기 까닭이다. 게다가 일본은 지질학적 특징으로 해상 풍력 발전기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저 테이블을 통해 육상으로 옮기는 일이 어려웠다. 지진이 잦다 보니 지각 변동으로 해저 케이블이 끊기거나 뒤틀리기 때문이다. 게다가 태평양과 마주한 일본 주변 바다는 수심도 깊어 해저 케이블 설치가 까다롭다.

 

“전기 운반선 성공하면 새로운 패러다임 일으켜 신산업 창출될 것”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이 완성되면,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이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항구 근처에 위치해 있지만 운영하지 않은 화력 발전소는 새로운 선박의 충전 및 방전 지점으로 개조될 수 있고, 여기서 전력은 육지의 그리드 연결을 통해 사용자에게 전송될 수 있다.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 사업화 성공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파워엑스]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 사업화 성공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사진=파워엑스]

나아가 신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이 높은 지역은 전력 수요가 많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경우가 많다. 그렇기에 인프라가 무엇보다 중요한데, 해저 케이블이 닿지 않은 곳까지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은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큰 이점이다. 이에 연료를 수송하는 시대에서 전기를 수송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돼 발전과 송전, 축전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파워엑스의 이러한 점을 높이 산 전직 테슬라 간부이자 현재 스웨덴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 COO인 파울로 세루티는 파워엑스의 이사회 일원으로 참여 중이다. 여기에 대해 그는 “파워엑스의 전기 운반선 구상은 매우 혁신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라며 “파워엑스의 사업 모델은 대단히 합리적이다. 그 배경에는 실제 경제학적 요소를 기반으로 하는 사업 모델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일본의 대기업들도 앞다퉈 파워엑스에 투자하고 있다. 현재 파워엑스는 시리즈A 라운드에서 누적 투자액이 60억 엔에 달하며, 향후 100억 엔 규모의 자금을 추가 조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과연 파워엑스가 바다의 테슬라가 될 수 있을지, 나아가 전력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일으키며 신산업 창출에도 기여할지 모두가 그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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