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LG유플러스 사내 벤처 1호로 출발한 디버
B2B 물류 서비스의 애로사항 눈여겨보며 비즈니스 기회 다져
스타트업에는 데스밸리가 있다. 설립 3년 차에 찾아오는 데스밸리를 이기지 못하고 도미노처럼 무너지는 경우가 많으며,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의 5년 차 생존율은 29.2%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신생 블루칩 스타트업은 어디에 있을까? 또 신생 블루칩 스타트업은 어떻게 데스밸리를 극복해야 할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신생 스타트업의 생존율을 올려본다.
<여기, 블루칩> 시리즈
[K글로벌타임스] 설립 1년 만에 마켓컬리와 위워크코리아를 사로잡은 디지털 물류 스타트업 디버(대표 장승래). 디버는 LG유플러스 사내 벤처로 2019년 출발했다. 설립의 동기는 간단하면서도 명확하다. 기업에 풀필먼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물류 업체들이 20%가 넘는 높은 수수료를 받아간다는 점, 수기로 관리하는 문서, 그리고 물류 회사 및 퀵 회사 등이 지나치게 세분화되어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애로사항을 발견한 것이다.
때마침 쿠팡 및 배달의민족 등이 일반인 배송 서비스를 전개하면서 디버 장승래 대표는 확신을 얻었다. 승용차, 오토바이와 같은 운송 수단을 보유한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원하는 시간대에 배송기사로 일할 수 있게 되면 어떨까? 디버의 설립은 일반인 배송 문화의 정착과 맞닿아 있다.
고인 물에 대한 불평에서 찾은 비즈니스 기회
디버가 쿠팡, 배달의민족과 다른 점은 B2C가 아닌 B2B 물류 시장을 공략한 사실이다. 기업 역시 물류 서비스를 자주 활용하지만, 시스템은 아날로그 형식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서비스에 대한 기업 내 불평불만도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안이 없기에 기존 물류 업체와의 파트너십을 유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고인 물’이었던 셈이다.
독점 체제는 언젠가 반드시 새로운 영웅에 의해 깨지고 만다. 그리고 이 시장에서 새로운 영웅은 디버였다. 물론 디버가 처음부터 순조롭게 비즈니스를 전개한 것은 아니다. LG유플러스 사내 벤처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스핀오프를 하면서 뒷배는 사라졌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상태에서 일반인 배송원을 모집해야 했고, 기업 고객군을 확보해야 했다. 고인 물이 무서운 점은 ‘안정 상태’에서 온다. 불편이 있다 하더라도 이미 그 시스템에 고착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디버는 이 사실에 백 번 공감했다. 그렇기에 차별화된 전략으로 기존 B2B 물류 업체들과 승부수를 봐야 했다. 긴 고민 끝에 디버가 내놓은 묘수는 ‘3개월간 배송 서비스 전액 무료’였다. 물론 무료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배송이 늦거나 하는 경우, 묘수는 오히려 악수에 가까워진다. 역시 이를 간파한 디버는 한 가지 조건을 내걸었다. 배송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늦게 배송되더라도 문제가 없을 주문을 중심으로 요청해달라고 사전에 공지한 것이다.
고도화 전략으로 묘수 두며 일반인 배송원-기업 간 윈윈
일반인 배송원 모집도 디버에 중요했다. 배송원 인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야 제대로 된 물류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버는 전투적으로 광고를 내걸며 일반인 배송원 모집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일반인 배송원이 디버에 등록을 하더라도 일거리가 없으면 떠나기 마련이다.
이는 기업에 3개월간 배송 서비스 전액 무료라는 파격적 서비스를 통해 주문이 끊이지 않게 했으며, 결국 일반인 배송원들이 ‘디버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결국 상호작용하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묘수 중에서도 기발한 묘수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기업이 기존의 물류 서비스에 불만이었던 사항도 개선했다. 기존의 물류 서비스는 수화물의 경우 부피와는 상관없이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는 일이 많았다. 또 업체마다 물품의 무게와 거리는 고려하지 않고 정해진, 기준이 없는 요금 책정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디버는 화물량에 맞는 배차 시스템은 물론 기본요금과 실운행거리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기준으로 요금 체계를 세우면서 기업이 그간 가지고 있던 배송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잠식시켰다.
나아가 디버는 원하는 시간에 고객사에 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으며, 디버 플랫폼에서 거리와 평점 등을 고려해 최적의 배송 파트너를 평균 1분 이내로 자동 배정한다. 물론 배송원의 위치, 연락처와 수행 사진이 고객사에 실시간으로 전송된다.
아기유니콘 선정···디버, 어디까지 성장하나
3개월간 무료 서비스를 시행하면서 일반인 배송원 및 기업 고객군과 신뢰를 쌓은 디버는 상용화 단계로 넘어갔다. 당연한 말이지만 유료화 초기에는 주문이 많이 빠졌다. 하지만 이는 잠시였다. 디버는 2019년 설립 이후 4년간 연평균 184.3%의 고성장을 이루며 빠르게 B2B 일반인 물류 배송 시장에 자리를 잡았다.
현재 디버는 일반인 배송원과 기업 및 소상공인을 연결하는 배송 중개 플랫폼 ’디버’와 디지털 문서수발실 서비스 ‘디포스트’를 운영 중이다. 이와 관련해 관제 자동화, 운영 인력 효율화 기술 등 배송 및 물류 관련 특허를 7건이나 보유하고 있다.
디포스트는 키오스크에 기반한 디지털 메일룸 서비스로, 기업 전용 프라이빗 디포스트, 상업용 빌딩 입주사 위한 퍼블릭 디포스트, 메타버스 공간에서 재택근무 지원하는 메타포스트 등으로 고객과 환경에 맞춘 다양한 서비스 모델을 제공한다.
디버는 향후 문서수발실 배송 로봇, 배송 솔루션 등을 출시할 계획을 밝히며 물류 시장의 왕관에 다가가고 있다. 그런 중 반가운 소식이 디버에 찾아왔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아기유니콘 기업’에 선정된 것이다.
차세대 유니콘으로 글로벌 시장 전격 진출 계획
아기유니콘에 선정된 디버는 신시장 개척 자금, 연구개발(R&D) 자금, 글로벌 진출 지원 등의 혜택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 진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특히 디포스트를 통해 세탁, 세차 등 서비스 영역을 대폭 넓혀 컨시어지 서비스를 고객에 제공할 예정이다.
물류 스타트업이 갑작스럽게 피봇하는 경우에 당황스러울 법도 하지만, 이 서비스는 디버가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다. 외부 업체와의 파트너십으로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디포스트는 신규 물류 서비스 영업을 위한 일종의 게이트웨이로 활용된다.
디버 장승래 대표는 “디버가 글로벌 유니콘이 될 수 있도록 물류 및 배송 분야에서 다양한 서비스 혁신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마켓컬리는 물론 LG유플러스, 하이브, 직방 등을 사로잡은 디버가 B2B 물류 시장에서 그어갈 한 획이 글로벌에서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궁금하다.
[K글로벌타임스 강초희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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